폭언·폭력 장소 진료실·응급실 86.6%…'진료결과 불만' 가장 많아
폭언과 폭력이 일어나는 장소는 진료실이 66%로 가장 많았다. 다음이 응급실(20.6%)·환자대기실(9.9%)·엘리베이터와 복도 등 공공장소(2.7%) 순이었다.
아픈 환자를 진료하는 공간이 폭언과 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공간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가장 안전해야 할 진료실, 그리고 촉각을 다투는 응급실이 언제든지 폭력이 발생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
진료실에서의 폭언·폭력 경험은 40대(68.8%)·50대(77.4%)·60대 이상(83.1%)이 평균보다 높았고, 응급실에서의 폭언·폭력은 20대가 82.6%로 나타나 전공의들이 응급실에서 폭언·폭력을 당하는 비율이 높았다.
무엇보다 응급의학과가 응급실에서의 폭언·폭력 경험이 95.9%를 보여 응급실 폭언·폭력 근절을 위한 관련 법률 개정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환자 및 보호자의 폭언·폭력 이유는 대부분 '진료결과에 대한 불만'(81.5%)에서 비롯됐다. 또 '대기시간 불만'도 18.5%로 나타났다.
성형외과와 진단검사의학과가 진료결과에 대한 불만이 100%여서 눈길을 끌었으며, 비뇨의학과(96.3%)·산부인과(95.7%)·신경외과(95.5%)·가정의학과(92.5%)·이비인후과(90.5%)도 진료결과에 대한 불만이 다른 진료과와 비교해 높았다
"폭언·폭력 강도 심해졌다" 94.5%…'칼'·'망치'로 난동
진료실에서의 폭언·폭력은 과거와 비교해 정도가 훨씬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폭언·폭력의 정도가 훨씬 심해졌다'는 응답이 38.2%, '과거에 비해 다소 심해졌다'는 응답이 22.8%,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33.5%로 응답자의 94.5%가 과거와 비교해 진료실에서의 폭언·폭력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칼'로 의사를 찌르거나 '망치'를 휘두르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의사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진료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전북 익산 응급실 의사의 경우 폭행을 당해 넘어졌음에도 가해자가 수 차례 발길질을 했으며, 강릉 정신의학과에서는 망치를 들고 진료실에 난입, 집기를 부수며 위협을 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3년 대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칼에 복부를 찔렸고, 같은해 경기도 일산에서는 성형외과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칼에 여러 차례 찔리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폭력의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의사 대부분(96.4%)이 '폭언·폭력으로 치료를 받아야 해 다른 환자 진료와 생활에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고 답했다.
"때려도 참는다" 56.1%…병원 41.7% 여전히 미온적 대처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에 대한 폭언·폭력이 발생했을 때 병원의 대처는 소극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폭언·폭력에 대해 '병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고소 및 고발 등 법적 대응을 한다'는 응답이 58.3%를 보였다.
그러나 병원의 적극적인 조치가 많아졌음에도 여전히 '병원의 평판을 고려해 법적 조치보다 조용히 합의하기를 바란다'는 응답도 41.7%에 달해 의료인 보호를 위한 병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폭언·폭력을 직접 당했을 때 '참거나 무시하고 자리를 피한다'는 응답이 56.1%로 많았고, '말이나 행동으로 적극적으로 맞선다'(23.4%), '경찰에 신고한다'(13.5%),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다'(6.9%) 등으로 파악돼 경찰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50대 이상에서 '적극적으로 맞선다'는 응답(26.5%)이 많았고, 60대 이상에서 '경찰에 신고한다'는 응답(18.0%)이 많았다. 20대는 '참거나 무시하고 자리를 피한다'는 응답(69.6%)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한편,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감옥에 갔다 와서 칼로 죽여버리겠다'(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94032)는 제목으로 국민청원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