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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폭력적인 환자 만났다면? "이렇게 하세요"
진료실에서 폭력적인 환자 만났다면? "이렇게 하세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7.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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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난동으로 의사 사망 잇달아 발생…'폭력적 환자 대응법' 관심 ↑
대구·경북 정신건강의학개원의협의회 도움 받아 환자 대응법 재구성
ⓒ의협신문
ⓒ의협신문

환자가 휘두른 흉기(칼)에 찔려 의료인이 사망하는 사건에 이어,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및 보호자가 의료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자 '폭력적인 환자 대응법'에 대한 의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의사는 환자 및 보호자의 폭언이나 폭행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피하게 되는데, 미처 피하지 못할 경우 직접 폭행을 당하거나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환자 및 보호자의 폭언·폭행 등에 적극적으로 맞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경찰에 신고해도 초동대처가 미흡하다 보니 이런 폭력적인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2013년 2월 7일 대구광역시 수성구에서 진료 중이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진료를 받고 있던 환자가 휘두른 등산용 칼에 복부를 찔려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이에 대구광역시의사회는 의사 피습 사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진료실 폭력 근절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에 의료인 신분 보장과 진료실 폭력 방지법 제정 등을 건의했다.

이와 함께 회원들이 폭력적인 환자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리기 위해 대구·경북 정신건강의학개원의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폭력적인 환자 대응법' 매뉴얼을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이 매뉴얼은 ▲폭력적인 환자 정의 및 폭력 원인 ▲폭력 대처법 ▲편집성 인격 ▲반사회성 인격 ▲자기애성 인격 ▲예방법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의협신문>은 최근 의료인 폭행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시의사회가 만든 매뉴얼을 재구성했다.

<폭력적인 환자 대응법>

"폭력적인 환자도 결국은 도움이 필요한 환자이다. 치료자는 환자가 통제력을 지속하도록 도와야 한다. 의사는 환자나 다른 누구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폭력적인 행동의 이면에 있는 두려움과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 정의
폭력적인 환자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공격성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의 환자를 얘기하며, 이들은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조절 능력을 잃어버린 상태이다. 폭력적인 환자들은 자신의 폭발적인 충동에 무력한 상태이다.

■ 원인
우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는 기질적인 문제가 있는지 반드시 감별해야 한다. 타 과적 문제가 있는 경우 협진 의뢰를 즉시 해야 하며, 환자는 즉시 안전한 환경으로 옮겨져서 원인에 맞게 다뤄져야 한다. 아래는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는 원인이다.

① 뇌경색, 뇌종양, 뇌 감염, 간질성 질환 등 기질성 정신 장애
② 인격장애(반사회적, 편집증적, 경계성)
③ 충동조절장애
④ 알코올 중독 등 약물사용
⑤ 사회적응 부전
⑥ 대인관계 스트레스에 따른 조절되지 않는 폭력성
⑦ 조현병 등 정신병적 장애

■ 대처법
1. 치료자는 응급실, 병실, 혹은 외래에서 난폭성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치료자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내가 과연 안전한가'이다.

① 환자의 현실감이 너무 손상돼 있는지를 반드시 판단해야 한다. 만약 손상된 현실 검증이 문제라면, 면담에서 어떤 시도라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전에 투약해야만 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보조 인력을 동원해야 할 수도 있다.

② 환자와 효과적인 언어적 접촉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만약 현실검증이 심하게 손상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난폭한 환자를 혼자 면담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다른 한 명이 있어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경비원이나 경찰관이 필요할 수도 있다. 면담실 문을 열어놓거나, 경우에 따라 치료자는 출구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2. 외래에서 마주칠 수 있는 공격적인 환자의 상당 부분이 인격 장애 환자들이다. 공격성을 보이는 흔한 인격형은 경계성 인격, 반사회성 인격, 편집성 인격, 자기애성 인격 등이 있다. 각 인격형의 환자들의 특징과 바람직한 의사의 태도는 다음과 같다.

(1) 편집성 인격(paranoid personality)
① 남에게 속을 잘 안 보여주고 사사건건 말꼬리를 잡는 환자들
② 의사가 나를 실험 대상으로 악용하지 않는지, 나를 해치지는 않을지 등 늘 의심을 해서 다툼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신의 병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많다.
③ 의사는 환자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존중해 준다. 환자와 논쟁에 휘말리지 말고
환자가 가지는 불만에 비난하거나 동조하지 않아야 한다.

(2) 경계성 인격(borderline personality)
① 자아상이 불안정하고 대인관계가 불안정하며, 충동 조절이 어려운 환자들
② 대인관계에서 이상화와 평가절하로 극단적으로 변화하며, 의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담당의가 작은 실수를 한 것으로 민감한 반응을 할 수 있다.
③ 버림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것에 특히 민감하며, 자해 시도 등 충동적인 행동을 하며 위협할 수 있다.
④ 의사는 일관성 있는 태도로 대하며, 환자의 행동에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3) 반사회성 인격(antisocial personality)
① 도덕성과 공감 능력이 빠져 있는 환자들
② 폭력·범죄를 일으킬 때 죄책감이 없으며, 법적인 문제에 연루된 환자가 많다.
③ 공감 능력이 빠져 있으므로,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객관적인 내용 전달 위주의 대화를 한다.
④ 의사에게 무리한 요구(불법의 진단서 등)를 하면서 위협할 수 있다. 의사는 법과 규범 내에서의 행위만 가능함을 설명하며 감정적으로 맞대응하면 환자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4) 자기애성 인격(narcissistic personality)
① 우월감에 가득 찬 환자들
② 거만하고 자기를 과대화하며, '원장'과 같이 책임자만을 찾으며, 주치의와는 경쟁하려고 해서 의사의 약점을 찾아 시비를 걸기도 한다.
③ 이들은 자신의 완전한 자아상에 손상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신체 질환이 생기면 이 두려움으로 인해 더 거만해지기도 한다.
④ 의사는 조심성 있고 성의 있게, 자신을 갖고 대해야 한다. 되도록 환자의 편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3. 그 외 정신병적 장애와 기질성 정신장애와 알콜 등 약물중독상태 등에서도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먼저 현실검증력이 있는지 판단 후 대화가 곤란할 경우 비상벨 등을 통한 위급상황에 대한 주위 도움 요청이 가능해야 한다.

■ 예방법
1. 치료자에게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빨리 알아채야 한다.
① 환자가 치료자를 협박할 경우에는 치료자는 환자에게 이런 협박은 두렵다고 말하고 만약 치료를 계속하려 한다면 환자와 치료자 사이에 문제가 무엇인지 말로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2. 환자가 폭력적인 행동을 조절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치료자 자신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
① 있는지도 모를 폭력에 경각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② 환자에게 무기가 없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③ 면담실에 재떨이와 같은 무거운 물건은 두지 말아야 하며, 베게나 가벼운 의자를 두었다가 환자가 난폭한 행동을 할 경우(특히 칼 등의 무기를 사용할 때) 방패로 사용한다.
④ 가능하면 면담실의 치료자 쪽으로 출입문을 만들어놓는 것이 좋으며, 면담실의 책상은 환자와 치료자 사이에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좋다.(기역 자 모양의 책상 또는 긴 책상)
⑤ 응급실이나 면담실에 비상벨, 비상 전화를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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