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4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등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에 마련된 집무실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적정수가-적정급여-적정부담을 원칙으로 한 수가 현실화 필요성을 인정했다.

의대 신설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원격의료를 비롯한 의료영리화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밝혔다.

박 후보자는 최근 보건복지위원회에 인사청문회 관련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했다.

박 후보자는 답변서에서 ▲치매 국가책임제 ▲생애맞춤형 소득지원제도 ▲저출산 등 인구문제 대응 ▲사회서비스 확충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한 의료비 문제 해결 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특히 수가 현실화에 대해 "수가가 지나치게 낮을 경우 의료기관이 손실 보상을 위해 고액의 비급여 항목을 개발하는 등 불필요한 의료이용이 증가해 전체 의료시스템의 효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장성 강화를 통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여나가되, 필수 의료서비스 여부, 의료기관 질 평가 등과 연계한 수가 적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저부담-저급여 체계하에서는 보장성을 확대하더라도 의료기관은 수익 창출을 위해 새로운 비급여를 개발하는 등 실질적 보장성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서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 전환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되, 다만,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 방지 등 재정 안정화 대책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지역의료인 확보를 위해, 공중보건장학의 제도를 보완하고, 대학병원 소속의 의료인을 지역 공공의료기관으로 파견하는 사업을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특정 지역 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의료인력 수급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의료영리화 기조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국민의 생명·건강 보호에 반대되는 의료영리화 정책은 추진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의료 접근성과 형평성을 높여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 질을 높여 국민이 적시에 적절하고 안전하며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원격의료는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지·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의사-의료인간 원격의료를 중심으로 추진하되, 시범사업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서 제도 개선 등의 필요성을 우선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격오지 군부대나 원양선박 등과 같이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시행이 어려운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공공의료 인프라와 현장의 보조 인력을 활용하는 방법 등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발법·규제프리존법, 국민 부담 야기 우려"
서비스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에 대해서도 "해당 법률 추진 시 보건의료 분야에 있어서는 국민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거나 국민 부담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법률 내용 중 일부 쟁점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각계각층의 의견수렴 및 국회의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권이 추진했던 병원의 영리자법인 설립 및 부대사업 확대 방안 역시 현행법이 허용하는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후보자는 "영리자법인에 대해서는 현재도 성실공익법인 요건 충족, 의료법인 정관변경, 보건복지부 장관 허가 하에서 설립토록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법률에서 제한하고 있는 사항을 유지하고 추가 가능성을 확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에 대해서는 현행 의료법령을 통해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의료의 공공적 성격과 의료법인의 환자·종사자 등의 편의 증진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확장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의원→외래-병원→입원 중심으로"

▲ 박 후보자는 첫 출근을 하면서, 선진 의료체계 확립과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국민과 관련 단체들의 협조를 요청하면서 머리 숙여 인사했다.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 등을 해결할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과 의료전달체계 개선, 일차의료화성화 대책에 관한 박 후보자의 의견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과 궤를 같이했다.

그는 우선 동네의원과 대형병원 간의 기능 정립이 미흡해 환자들의 수도권 대형병원에 대한 선호현상이 있으며, 그 결과 의료기관들이 기능별 보완적 관계 보다는 대체·경쟁적 구조로, 의료자원의 낭비 등 비효율을 야기함과 함께, 의료비 상승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민 누구나 살고 있는 곳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체계가 개선돼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를 위해서는 동네의원은 만성질환 등 외래진료 중심, 대형병원은 중증질환 및 입원환자에 대한 진료 등 상호 보완적 관계로 기능이 재정립돼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는 건강보험제도 등 의료제도, 만성질환 등 관리를 위한 일차의료 기능 및 지원 강화, 의료인력 수급 등이 총체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문제로, 의료계, 환자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종합해 개선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비급여, 신속히 급여화...실손보험료 인하 유도"
문 대통령의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와 실손보험료 인하 유도 공약은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비급여는 선별급여 확대 등을 통해 신속하게 건강보험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의학적 치료와 무관한 비급여라도 상급병실료 등과 같이 국민 부담이 큰 3대 비급여 역시 지속적으로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용·성형 등 치료적 목적보다 개인의 선택에 따른 의료는 비급여로 유지하되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는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연계법을 제정하고, 건강보험으로부터 받는 보험사의 반사이익과 손해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업계·가입자 등과 소통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간 역할이 합리적으로 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4년간 건강보험 국고지원 미지급액이 8조원을 넘은 것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법상 규정된 정부 지원 20%에는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의 책임 강화 차원에서 적정 수준의 국고 지원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고 또한 국민 부담으로 확보되는 재원이므로, 조세와 보험료 간 역할과 비중에 대해 사회적 논의와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고 지원 확보를 위해 재정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는 기존 보건복지부의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사후정산제 도입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적정 국고지원 확보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 상황, 국가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하고, 사회적 논의,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정부 지원 규모, 방법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증명수수료·정신건강복지법 "관련 단체와 긴밀히 협의"
최근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정책 및 제도에 대해서도 기존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인용하는 수준의 답변을 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행정예고한 제증명수수료 상한제에 대해서는 "의료계에서 제증명수수료 금액기준에 대해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나, 국민과 환자의 불만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제증명수수료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의료계, 환자·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충분히 논의하여 시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대해서도 "21년간 계속돼 온 입·퇴원 관행이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사회복귀시설 확충과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보건복지서비스 기반을 구축하는 등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장 및 관련 학회와 협의회 구성 등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제도를 보완·개선해 나가겠고"고 했다.

이외에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노인정액제 개선 ▲15세 이하 아동 입원진료비 국가책임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성분명 처방 확대 등 질의에도 "관련 단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해결책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박 후보자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겠다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의료제도의 특성 상 정부 정책 추진 시 의료 관련 단체와의 계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의료가 고도의 전문적인 영역이고, 의료서비스가 국민의 신체·건강·생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매우 큼을 고려할 때, 일선에서 환자들을 보호하는 의료인들을 충분히 존중해가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인과의 상시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요구를 늘 귀담아 듣겠다. 취임하게 되면 빠른 시일 내에 각 단체를 만날 생각이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정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