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의 원격의료와 시골 의사가 바라본 원격의료
중소벤처기업부의 원격의료와 시골 의사가 바라본 원격의료
  • 이수빈 강원도 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08.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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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편의성 의문...원격의료 위험 가능성 높아
방문진료·커뮤니티케어·이송시스템 대안 활용해야
이수빈 강원도 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의협신문
이수빈 강원도 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의협신문

7월 24일 중소벤처기업부는 규제자유특구로 7개 지역을 지정했다. 7개 지역 중 강원도는 원격의료 허용 특례지로 포함되었다. 다시 말해, 원격의료가 규제자유특구사업에 포함되어 시행 준비 중인 것이다. 

현재 강원도 의료 취약지역 보건지소에서 환자를 매일 진료하는 의사로서 이번 발표를 남의 일인 마냥 여길 수는 없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원격의료 사업안과 그에 대한 생각을 몇 글자 적어보려 한다.

현행법상 원격의료는 의료법 제34조(원격의료)에 근거하여 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만 해당한다)에 한하여 먼 지역의 의료인에게 원격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즉,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는 의료법 근거하에 가능하지만, 환자와 의사 간의 원격의료는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번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통해서는 기존의 시범사업안과 달리 의사-환자 간의 상담 교육뿐만 아니라 간호사 입회하에는 진단과 처방까지 가능하게 됐다. 그와 더불어 원격진료 시행 장소로 보건기관(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뿐만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가정도 포함되며 그 범주가 확장됐다. 또한 행위의 주체 측면에서는 기존에 언급되던 공공기관의 참여뿐만 아니라 민간기관도 참여한다. 기관은 1차 의료기관으로 기존 시범사업안과 같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일차 의료기관이라 명시해 놓은 것과 달리, 해당 특구사업자는 아래 표와 같이 '밝음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대학병원 및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강원도 규제자유특구계획에 포함된 규제자유특구사업자 명단(중소벤처기업부) ⓒ의협신문
강원도 규제자유특구계획에 포함된 규제자유특구사업자 명단(중소벤처기업부) ⓒ의협신문

하지만 '밝음의원' 이사장이 8월 10일 자 인터뷰에서 "원격모니터링 실증 특례를 통해 당뇨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참여했을 뿐 원격진료면 처음부터 참여 안했다"고 밝혀 사실상 이번 특구 지정을 통한 원격의료사업에 1차 민간의료기관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렇다면 1차 민간의료기관은 왜 이번 원격의료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일까. 시골에서 1차 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로서는 크게 세 가지 점을 꼽고 싶다. 

첫째,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다. 필자가 근무 중인 보건지소에 내소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만성질환자로, 고혈압, 당뇨 환자들이 주를 이룬다. 

간혹 환자분들 중엔 혈압이나 혈당수치가 기준치를 웃도는 분들이 계신다. 그럴 때마다 가슴 부위에 통증은 없는지, 숨이 차지는 않는지, 어지럼증이나 두통은 없는지 등을 놀란 마음으로 물으며 청진기를 든다. 필요하면 약을 바꾸어 처방하고 단시간 내에 다시 내소할 것을 교육한다. 

환자 대다수에게 건강관리를 위한 활동은 보건지소의 주기적 방문뿐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원격의료가 시행된다면 과연 환자들의 건강은 더 나아질까. 한두 달에 한 번 내소하여 건강에 관한 상담을 진행하던 것마저 가정에서 화상으로 진행하는 것은 의료취약지로 분류되어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지역의 주민들을 더 취약한 곳으로 내모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둘째, 편의성에 대한 의문이다. 우선 원격의료 대상자의 대부분일 고령 환자들의 최신전자기기 사용에 대한 순응도는 상당히 낮다. 통계적으로도 그렇지만 실제 보건지소에 내소하는 노인 환자분들 다수는 전자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격의료장비를 사용하여 재택 진료를 강행하는 것은 그들에게 근처 의원 혹은 보건지소를 내원하는 것에 비해 어려움을 가중하는 일이다. 

더욱이 청력 기능이 떨어진 노인 환자의 경우 대면 진료 시에도 의사소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바, 원격 장비를 통한 정상 진료는 현 상황에서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이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큰 불편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셋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며 충분한 대안이 있다. 건강 악화로 보건지소에 내소하기 힘든 자는 이송시스템 개선을 통해,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방문 진료를 통해 의료 수요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이미 강원도 내 대부분의 보건기관에서 방문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활발히 논의 중인 커뮤니티케어의 방문 진료 시범사업 등을 대안으로 삼으면 충분히 미충족 의료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를 본격화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위험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술의 도입은 늘 새로운 것을 가능케 했다. 분명 사람과 사람의 대면 진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던 부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술도 사람을 중심으로 할 때 적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 안에는 사람은 없고 기업만이 있다. 기업이 고객을 중시하듯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 있어 그 주체가 되는 사람을 중시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의료기술 관련 정책에 있어 본 사업을 보건복지부가 아닌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하는 것에도 상당한 의문이 남는다. 부디 범부처 간 협력을 통해 보건 영역에서의 정책이 적정하게 집행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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