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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나오면 모두 의료폐기물?

병원에서 나오면 모두 의료폐기물?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5.02.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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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14만 8천톤 배출...매년 10% 이상 증가
처리시설 태부족...분류만 잘해도 30~40% ↓

▲ 국내 의료기관에서 감염 위험이 있는 의료폐기물과 함께 버려지는 일반폐기물.
의료기관에서 나오는 폐기물 모두를 감염 위험성이 있는 의료폐기물로 다루어야 할까?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일지라도 감염 위험성이 없는 폐기물이라면 오염되지 않게 철저히 분류해 일반폐기물로 처리하면 폐기물 처리비용을 절감하고 의료폐기물 처리시설 부족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친환경 병원을 만들기 위한 연구와 정보 공유를 하는 일부 의학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으로 한 해에 의료폐기물로 처리되는 양이 약 14만 8000톤에 이르고 있으며,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의료폐기물 양 매년 증가하는데 처리시설은 부족
수도권지역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은 연간 약 7만 9000톤 정도이며 역시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수도권 지역에는 3개소의 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이 있는데, 이들이 처리할 수 있는 의료폐기물 양은 연간 4만 9000톤에 불과해, 처리시설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의료폐기물 처리 관련 법상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한 의료폐기물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지역 내에서 처리하도록 관련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인구밀도가 적은 여타의 지방자치단체에 처리시설을 확대할 수도 없는 상황.

게다가 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이 혐오시설로 인식돼, 지역사회에서 의료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및 확대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처리시설 추가 설치 및 확대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만일 관련법을 개정해 의료폐기물이 발생한 지역 이외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감염 위험이 있는 의료폐기물의 이동 거리가 길어져, 이동 경로에 포함된 지역의 오염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관리 실수 우려로 감염 위험 없는 폐기물도 의료폐기물로 처리
의료폐기물이 지속해서 증가하기 때문이지만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처치·시술·수술 등에 쓰이는 제품들이 증가하기 때문이지만, 일선 의료기관에서 의료폐기물 관리법을 준수하기 위해 철저히 분류하면 감염 위험이 없는 일반폐기물조차 의료폐기물로 한꺼번에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A 대학병원의 한 관계자는 "병원 진료실과 입원실 그리고 수술실 등에서 사용되는 처치·시술·수술 물품들은 물론 그 물품들을 포장했던 포장지들의 거의 전량을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다"면서 "의료폐기물 관리법과 의료기관 인증평가 등에서 의료폐기물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 측에서는 혹시 실수로 감염 위험이 있는 의료폐기물이 일반폐기물과 섞여 오염되는 경우를 걱정해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따른 수도권 B 병원 관계자도 "진료실과 입원실, 수술실 등에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을 따로 수거하는 분류수거함조차 없다. 감염 가능성이 있는 폐기물이 일반폐기물로 분류해 놓은 폐기물에 섞여 오염된 경우가 적발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감염 위험이 없어 재활용이 가능한 의료기기 포장재나 쓰이지 않은 의료용품 그리고 병원에서 쓰이는 일반 사무용품과 병원 근무자들이 사용하는 일반 쓰레기 대부분도 의료폐물로 분류돼 처리되고 있다"면서 "재활용하거나 일반폐기물로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이 의료폐기물로 처리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들 병원처럼 전국 대다수 의료기관들이 병원 종사자들이 사용하고 버린 일반 쓰레기들까지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처리하면서 의료폐기물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 부담 가중과 처리시설 부족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철저히 분류만 하면 의료폐기물 30~40% 줄일 수 있어"

 
그렇다면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들을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로 철저히 분류해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일부 의료기관 종사자들에서 제기되고 있다.

의료기관 공간들 중 감염 위험이 있는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을 나누어 관리하고, 특히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을 분류해 수거할 수 있는 수거함을 비치하면 의료폐기물로 처리되는 폐기물의 상당량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모 광역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C 교수는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폐기물들이라고 하더라도 감염 여부를 철저히 가려 분류·관리하면 의료폐기물 양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C 교수는 특히 "의료기관들이 의료폐기물 관리법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분류의 불편함 때문에 재활용이나 일반폐기물로 처리할 수 있는 폐기물들을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폐기물을 철저히 분류해 수거하면 의료폐기물의 상당량을 줄 일 수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의료폐기물로 버려지는 내시경 수술, 로봇수술, 중재 시술 등에 쓰이는 기구들의 포장재들과 베타딘, 알코올을 담았던 용기들도 분류해 수거한다면,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 양을 30~4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염성 의료폐기물에 대한 철저한 관리뿐만 아니라, 안전한 폐기물 재활용 방안이 동시에 마련된다면 의료기관의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물론 폐기물 분류처리를 위해서는 병원 종사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교육 내용의 실천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의료기관 폐기물 조성이 일반 사무실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과 같은 종류이나 상자, 음식물 쓰레기들을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며, 이들의 비율이 병원 폐기물의 약 50~70%를 차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질병관리국 (Centers for Disease Control, CDC)에 따르면 미국 내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중 2~3%만이 생물학적 유해물질에 해당한다.

수도권 병원의 D 관계자는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 배출하는 의료폐기물 중 약 80%가 일반 의료폐기물이며, 이중 상당량이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라면서 "철저한 분리수거로 의료폐기물 양도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감염 관리가 철저해 져 감염병 확산 위험도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유명 병원들도 녹색병원 운동 앞장서...국내서도 분리수거 움직임

 
스탠퍼드 대학병원, 클리블랜드 대학병원, 메이요 병원 등 미국의 유명 병원들도 국민 건강은 환경이 건강해야 지속 가능한 목표라는 것을 인식해 '녹색병원운동' 즉 의료폐기물은 물론 병원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줄이려는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국녹색병원학회가 지난 2013년 6월 창립돼, 활동에 들어갔다.

한국녹색병원학회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JCI 등 국제의료기관 인증 또는 국내 인증을 을 받기 위해서 의료폐기물 관리를 지나치게 철저히 하다 보니,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일반폐기물로 처리가 가능한 상당량의 병원폐기물이 의료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다"면서 "분리수거를 위한 시설을 갖추고 병원 종사자들에게 철저한 교육을 해 실천하게 한다면 의료폐기물 양을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는 너무 무분별하게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이제는 의료폐기물의 부피를 줄이고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문화를 키워야 한다. 환경이 건강해야 인류도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합리적인 의료폐기물 관리와 부피 줄이기로 전염병 확산 예방은 물론 의료폐기물 처리시설 확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에서 배출되는 일반폐기물을 전문적으로 처리해 재활용하는 업체가 생겨난다면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폐기물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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