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도 하는 원산지 표기, 한약은 '깜깜이'
식당도 하는 원산지 표기, 한약은 '깜깜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4.1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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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연구소 "한약 원료·원산지 미제공...알권리·건강권 침해"
"약화사 발생 땐 원인 규명 어려워...조제내역서 발급 의무화해야"
식당에서 쓰는 쌀과 김치도 원산지를 표시하는 데 비해 한의원에서 쓰는 한약은 원산지 표기 의무 규정이 없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pixabay]
식당에서 쓰는 쌀과 김치도 원산지를 표시하는 데 비해 한의원에서 쓰는 한약은 원산지 표기 의무 규정이 없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pixabay]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한약이나 한약재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한약 및 한약재 관련 정보제공 현황과 개선방안-조제내역서 발급 및 원산지 표시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한 이정찬 의료정책연구소 전문연구원(이얼 책임연구원·김민경 연구원·오수현 책임연구원)은 "한약에 사용하는 한약재는 재배지나 생산·제조·가공·유통 과정에 따라 품질이나 효능에 차이가 있음에도, 한의사가 조제하는 한약은 처방전이나 조제내역서를 발급하거나 한약 포장이나 용기에 한약 성분에 대해 표기할 의무가 없다"면서 "한약을 복용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구매한 한약에 사용된 한약재의 종류나 원산지 등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한약을 복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의약 의료서비스 시장은 2013년 4조 7171억 원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한의원의 전체 비급여 매출액 중 탕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62.5%로 달한다. 한약재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한약재의 안전성과 유해성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2012∼2016년 한방의료행위 감정 처리 결과에서도 전체 101건 중 한약 21건(20.8%), 침 47건(46.5%), 뜸 4건(4.0%), 부항 2건(2.0%), 신한방의료 1건(1.0%), 물리치료 14건(13.9%) 순으로 집계돼 한약을 둘러싼 분쟁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 1월∼2016년 6월까지 한방진료 관련 115건의 피해구제 신청을 분석한 결과, '침'이 55건(47.8%)로 가장 많았고, '추나요법' 23건(20.0%), '한약 치료' 21건(18.3%), 침과 한약 동시 시행 16건(14.0%) 등으로 파악돼 한약 피해와 관련한 사례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의약품의 경우 용기·설명서·처방전 등을 통해 성분·부작용·효능 등에 관한 정보를 상세히 제공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약 및 한약재는 성분·원산지·안전성·효능 등에 관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정찬 의료정책연구소 전문연구원은 "한약 및 한약재와 관련한 약화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실 확인과 원인 규명이 곤란해 환자의 피해와 손실을 키우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한약 및 한약재의 경우 소비자 정보 제공 현황과 문제점을 검토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약재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각계의 요구에 부응, 18·19대 국회에서 원산지 표시법 일부 개정안이 제출된 적이 있지만 한의계의 반대에 부딪혀 빛을 보지 못한 채 자동폐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4일 '의약품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 원산지 표기를 담았지만 '한약재를 원료로 사용하는 의약품 용기나 포장에 원료 한약재의 원산지를 표시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제약회사나 한방병원의 자율에 맡기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한약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한약은 식약처 개정 규칙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국산 한약재의 비중이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품질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약에 포함된 성분을 표시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94.4%는 "모르고 있었다"고 답한 반면 "알고 있었다"는 응답은 5.6%에 불과했다. ⓒ의협신문
한약에 포함된 성분을 표시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94.4%는 "모르고 있었다"고 답한 반면 "알고 있었다"는 응답은 5.6%에 불과했다. ⓒ의협신문

이 전문연구원은 "환자는 한의원 등에서의 조제 한약에 포함된 한약재의 종류나 성분 등을 알기 어렵고, 한약재의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안전성과 유해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조제 한약의 성분과 용량, 한약재의 원산지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의사는 조제 한약에 있어 처방전이나 조제내역서를 발급할 의무가 없고, 한약에 사용하고 있는 한약재의 원산지에 대한 표시 의무화 규정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할 의무 역시 없다"고 지적한 이 전문연구원은 "한약에 들어가는 한약재의 종류나 원산지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복용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전문연구원은 "식당에서도 김치·쌀·고기·생선 등의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마당에 한약 및 한약재의 성분·원산지·안전성·효능 등에 관한 정보를 환자에게 적절하게 제공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알권리는 물론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약 정보 제공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상당한 실정이다.

실제 의료정책연구소 연구팀이 '한약 및 한약재 관련 정보제공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96.3%의 응답자가 원산지 표시에 공감을 표했다.

'한의원에서 조제하는 한약에 대한 조제내역서 발급과 한약의 원산지 표시 등과 관련한 설문조사'는 의료정책연구소 연구팀이 설문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 전국 19∼69세 101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한약 원료 및 성분과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이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힌 이 전문연구원은 "한약재 종류·원산지·용량은 물론 성분·효과·조제일자(유통기한)·부작용·복용법 등을 한약 포장이나 용기에 표기토록 의무화함으로써 환자가 이를 인지하고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약을 지어먹은 경험 유무

전체 응답자의 80.2%는 "한약을 지어먹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의협신문
전체 응답자의 80.2%는 "한약을 지어먹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의협신문

2017년 한 해 동안 한의원에서 한약(탕약·첩약·환약)을 지어먹은 경험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0.2%는 "한약을 지어먹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으며, 19.8%는 "한약을 지어먹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약을 지어먹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을 세부적으로 보면 성별로는 남자 15.6%, 여자 24.0%였다. 연령별로는 20대 15.1%, 30대 21.1%, 40대 15.8%, 50대 16.7%, 60대 이상 27.9%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서울 17.9%, 인천·경기 18.9%, 그 외 지역 21.1%였으며, 교육수준별로는 중졸 이하 33.1%, 고졸 17.7%, 대학 재학 또는 졸업 17.2%, 대학원 재학 또는 졸업 20.3%였다. 직업별로는 농·임·어업 38.7%, 자영업 17.5%, 블루칼라 16.4%, 화이트칼라 18.4% 등으로 답했다.

■ "한약 성분 표시 본적 없다" 68.5% 
한약의 포장 등에 한약의 성분이 표시된 것을 본적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8.5%가 "없다"고 답했으며, 22.9%는 "잘 모르겠다", 8.6%는 "있다"고 답해 대부분이 한약 성분 표시를 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한약에 포함된 성분을 표시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94.4%는 "모르고 있었다"고 답한 반면 "알고 있었다"는 응답은 5.6%에 불과했다.

■ "한약 원료·성분 표시해야" 94.2%..."원산지 표시 필요" 96.3%

한국갤럽 조사 결과, 94.2%의 응답자가 "한약의 원료·성분을 표시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96.3%는 "원산지 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신문
한국갤럽 조사 결과, 94.2%의 응답자가 "한약의 원료·성분을 표시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96.3%는 "원산지 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신문

한약의 포장 등에 해당 한약에 포함된 한약재 등 원료 및 성분을 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1%는 "매우 공감한다", 21.1%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답해 94.2%가 원료 및 성분 표시에 공감을 표했다. 반면 "별로 공감 안함"은 3.2%, "전혀 공감 안함"은 1.0%, "모르겠다"는 1.7%로 응답했다.

한약의 포장 등에 해당 한약에 포함된 한약재의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9.1%는 "매우 공감한다", 17.2%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답해 96.3%가 한약재의 원산지 표시에 "공감"을 표했다. 반면 "별로 공감 안함" 2.4%, "전혀 공감 안함" 0.9%, "모르겠다" 0.5% 등으로 파악됐다.

■ "한약 조제내역서 제공해 달라" 94.3%

한약을 지어줄 때 한약에 포함된 원료 한약재의 종류와 양이 적힌 조제내역서를 환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한 결과, "매우 공감" 72.5%. "어느 정도 공감" 21.8%로 94.3%가 한약 조제내역서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반면 "별로 공감 안함" 3.9%, "전혀 공감 안함" 0.7%, "모르겠다" 1.1%를 보였다.

한약에 포함된 원료 한약재의 종류와 양이 적힌 조제내역서를 환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데 대해 94.3%가 공감했다. 조제내역서에는 ▲한약재의 부작용 77.2% ▲한약에 포함된 한약재의 원산지 72.7% ▲한약의 유통기한 70.8% ▲한약에 포함된 한약재의 종류 68.7% ▲한약의 효과 68.5% ▲한약의 조제일자 62.6%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답했다. ⓒ의협신문
한약에 포함된 원료 한약재의 종류와 양이 적힌 조제내역서를 환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데 대해 94.3%가 공감했다. 조제내역서에는 ▲한약재의 부작용 77.2% ▲한약에 포함된 한약재의 원산지 72.7% ▲한약의 유통기한 70.8% ▲한약에 포함된 한약재의 종류 68.7% ▲한약의 효과 68.5% ▲한약의 조제일자 62.6%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답했다. ⓒ의협신문

■ 한약 조제내역서에 부작용·원산지·유통기한·한약재 종류 표기해야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한약 조제내역서를 발급할 경우 조제내역서에 어떠한 정보가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조사(복수응답)한 결과, ▲한약재의 부작용 77.2% ▲한약에 포함된 한약재의 원산지 72.7% ▲한약의 유통기한 70.8% ▲한약에 포함된 한약재의 종류 68.7% ▲한약의 효과 68.5% ▲한약의 조제일자 62.6% 등으로 답했다.

■ 한의약분업 시행에 대한 공감도
전문의약품의 경우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하는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의원에서도 한약(탕약·첩약·환약) 처방전을 발행하고, 이를 통해 환자가 한약국 등에서 한약을 조제하거나 구매하는 한의약분업을 시행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조사한 결과, "매우 공감" 27.6%, "어느 정도 공감" 30.1%, "별로 공감 안함" 27.4%, "전혀 공감 안함" 9.8%, "모르겠다" 5.1%로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57.7%가 한의약분업 시행에 대해 공감을 표한 반면 37.2%는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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