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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에 어떤 성분 들어갔는지 소비자는 알고 싶다
한약에 어떤 성분 들어갔는지 소비자는 알고 싶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7.0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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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 TV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한약 성분 공개해야"
'속 모르는 한약, 속 타는 소비자' 통해 한약 피해자 실태 고발

▲ KBS 1 TV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최성민 프로듀서·김경민 작가)는 7월 1일 '속 모르는 한약, 속 타는 소비자'를 통해 한약의 안전성과 소비자의 알 권리를 심층 취재했다.<사진=KBS 방송 화면 캡쳐>
KBS 1 TV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최성민 프로듀서·김경민 작가)는 7월 1일 '속 모르는 한약, 속 타는 소비자'를 통해 한약에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제작진은 "일부 한의원들이 한약 성분을 속여 파는 등 불법적인 영업을 일삼고 부작용 때문에 피해를 호소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면서 "한약 성분 공개와 현대적 차원의 안전성 검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는 10년간 강남의 유명 한의원에서 당뇨한약을 복용한 이상수 씨의 억울한 사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A한의사는 "천연 한약재로 만들어 합병증을 예방한다"며 당뇨한약 복용을 권유했다.

이 씨는 한 달 약값이 30만원에 달해 부담이 됐지만 "이 것 만이 살 길이다. 비싸도 먹자"며 10년 째 당뇨한약을 복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고 식은 땀을 흘리는 저혈당 증상 나타났다. 혈당이 40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저혈당 증상을 호소하는 이 씨에게 A한의사는 "개수를 조정해서 저혈당이 되면 줄이고, 고혈당이면 더 먹어라"고 답했다.

3개월 뒤 이 씨는 자신이 다니던 한의원이 불법으로 의약품(메트포르민·글리벤클라미드) 성분이 함유된 한방당뇨약을 불법으로 제조해 1만 5000여명의 당뇨환자에게 판매한 혐의로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의해 적발됐다는 뉴스(2016년 5월 30일자)를 보고 망연자실해야 했다. 밝혀낸 금액만 36억원에 달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 당뇨약을 복용했을 경우 한 달 환자가 내는 비용은 1만 4500원 정도지만 A한의사는 24배나 비싼 35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A한의사는 중국에서 불법으로 당뇨병 치료 의약품 성분인 메트포르민과 글리벤클라미드를 들여와 식품제분소를 통해 한약재와 섞어 환 형태로 불법한약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김대중 아주의대 교수(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는 "글리벤클라미드는 과다하게 복용할 경우 저혈당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최근에는 저혈당이 비교적 약한 약들이 개발돼 잘 안쓰고 있다"고 밝혔다.

수작업으로 당뇨한약을 만들다보니 같은 개수를 먹어도 당뇨약의 흡수량이 일정치 않은 것도 저혈당등 부작용을 유발하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10년째 불법 당뇨한약을 복용한 이 씨는 후유증까지 앓고 있다고 했다. 약값으로만 3000만원이 들어갔다는 그는 "6500원 짜리를 35만원을 내고 먹었다"며 억울해 했다.

KBS 1 TV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제작진은 A한의원이 당뇨병 치료 전문 한의원을 표방하며 수십억원의 불법한약을 판매하다 적발됐지만 문을 닫은지 4개월 만에 장소와 이름을 바꿔 개원했다고 밝혔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A한의사는 여전히 당뇨병·고지혈증·지방간 등 성인병클리닉과 치료한약클리닉을 표방하며 진료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한의사는 "한약에 양약이 들어갔는지 모르고 처방했다. 양약 성분이 병원에서 당뇨를 치료하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독성물질이 아니지 않냐"면서 "한약의 많은 부분이 효과를 내는 거고, 양약은 본의 아니게 들어갔다"고 항변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명백한 약사법 위반이고, 처벌받아야 할 문제이지 나는 몰랐다고 회피할 문제는 아니다"면서 "한의원에서 유통되는 한약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규격 한약재만 쓸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 한약의 안전성 문제를 심층 취재한 KBS 1 TV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7월 1일 방영한 '속 모르는 한약, 속 타는 소비자' 를 통해 한약 부작용 피해자의 알권리를 다뤘다.

하지만 한약에 의약품 성분을 섞어 불법으로 판매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2년 11월에는 간질 의약품 성분을 함유한 불법 한약을 한방진통치료제로 속여 약 7억원 어치를 판매한 한의사가 적발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B환자는 한의원에서 처방한 한약을 복용한 후 두 달 만에 GOP 21이 213로, GPT 22는 755까지 상승하는 부작용을 경험했다. B환자에게 당뇨한약을 처방한 이 한의원은 양약을 끊을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B환자는 간이 나빠지 원인을 알고 싶어 한의사를 찾아갔지만 "한약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며 한약에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한약 부작용으로 인한 전격성 간부전으로 간이식 후 사망한 P양의 가족은 5년 간의 힘겨운 소송 끝에 2015년 3월 12일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재판부는 "많지는 않더라도 한약을 복용한 후에 간기능의 손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분명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반하·창출·패모·백질려·오수유·창출·백선피 등의 약재들은 부작용이 우려되거나 독성 유무의 확인이 필요한 약재 종류에 포함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간기능 이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약재를 처방하는 경우에는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이상 징후들을 면밀히 관찰해 조기에 이에 관해 대처할 수 있도록 항상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환자에게 이상 징후가 포착되는 즉시 정밀검사를 위한 전원조치 등을 하거나 투약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의사에게 배상 책임을 물었다.

한약을 먹고 부작용이 생겼을 때 어떤 성분 때문에 문제가 생겼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단체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한의사가 처방하는 한약의 성분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약사법은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약서 처방에 기재된 한약제제는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제외하고 있고, 한의사의 처방은 성분·용량에 대한 설명없이 환자에게 판매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은 "의약품은 의사가 처방전에 어떤 약을 썼는지 용량은 어느 정도인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한약 같은 경우는 용량이나 원산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어 소비자들이 궁금해 하고, 불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계속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한약을 먹고 부작용이 생긴 환자들이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요구할 때 정확하게 알려줘야 빠른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면서 한의사의 처방 공개에 무게를 실었다.

의료계는 한약도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연구와 심사를 한 후에 조제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성분과 용량을 표시해야 환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성우 고려의대 교수(고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는 "한약 부작용이 생겼을 때 원인 물질을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한약은 처방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물질 정보를 알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제작진은 "식품도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한약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아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라며 "한약을 믿고 먹었다가 건강을 해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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