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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 부족하다는 병협 주장 '착시'
의사 수 부족하다는 병협 주장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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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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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원장(부산시 연제구·배산메디칼내과의원)
김홍식 원장(부산시 연제구 배산메디칼내과의원) ⓒ의협신문
김홍식 원장(부산시 연제구 배산메디칼내과의원) ⓒ의협신문

대한병원협회에서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구 1000명당 의사의 수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의사를 늘이자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의사를 왜 늘여야 하는지 근거가 없다. 오로지 지역구에 의대를 세우면 지역이 활성화된다는 집착뿐인데 이런 집착에 날개를 달아주는 병협의 주장이 천군만마의 지원군을 얻었다.

의사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인가? 그러면 의사 수를 적정하게 관리하는 다른 선진국들은 그 이유가 무엇인가?

의사 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사회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일환이다. 의사의 수가 과도하게 많으면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진료가 늘어난다. 과도한 의료기관 난립은 운영 부실을 만들고 의료기관들은 무너지지 않으려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하게 된다. 필요하지 않은 검사도 하고 당장 시급하지 않은 시술을 강요하게 된다. 

문제는 전문가인 의사의 행위를 판별하고 관리할 시스템을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사회는 의사들의 과도한 행위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선진사회에서는 적정한 의사 수를 유지하려 정책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의사 수가 적정한가 않은가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로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캐나다·러시아 등과 같은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와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다르다. 

의사 수가 적정한가 여부는 환자가 진료받는데 얼마나 불편한가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나라만큼 진료를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상급종합병원의 특수 진료가 아니면 진료 신청하고 며칠 내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수술 일정도 빨리 잡혀 불편함이 거의 없다. 해외 동포들이 일시 귀국해서라도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할 정도다.

그런데 병협은 왜 의사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나?  그것은 자신들의 요구가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우리나라 병상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OECD 보건의료통계 2019'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3개로 일본(13.1개)에 이어 OECD 2위다. 가뜩이나 인구밀도가 높아 밀집해 사는 나라에 병상수가 저렇게 많으니 병상 가동률이 78% 밖에 안 된다. 

병상 수 제한을 위해 1990년에 폐기한 병상수 상한제와 1994년에 폐기한 종합병원 설립 사전 승인제를 다시 부활할 필요가 있다. 2007년 이후 전혀 가동되지 않는 병상수 수급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기준에 미달하는 병원들은 과감하게 정리해 병상 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도 있다.

인구밀도를 고려하면 실제 의사 수는 넘치는데도 과도하게 설립된 병상으로 인해 일할 의사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인과관계로 보아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필자가 의사가 되던 시기에 전국에는 의과대학이 16개에 불과했다. 지금은 40개에 달한다. 그렇게 급증한 의사들은 무슨 진료를 하나? 후배 의사들은 의료사고 위험이 높고, 보상 수준이 낮은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고 그나마 덜 위험하고, 조금이라도 보상 수준이 나은 비필수 의료 분야로 대거 몰리고 있다. 의사를 많이 양산하면 결국 비필수 의료 인력의 과다 배출을 부추길 뿐이고 공급 과잉으로 과다 진료를 유도할 뿐이다.

공공의료를 전담할 의과대학을 세운다고 한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발상인가? 10년간 의무 복무를 마치면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의사가 제 역할을 하려면 10년 이상의 숙련이 필요한데 미숙한 시기 동안 공공의료에 투입하고, 숙련될만하면 공공의료를 외면하고 비필수 의료에 뛰어들 의사들을 양산하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공공의료 전담 의과대학을 세우면 마치 공공의료가 강화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사회가 의사 수 증원을 논하는 것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의사의 행위를 관리할 전문성이 없어 결국 의사에게 끌려다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의사 수는 지나치게 많다. 여러 분야에서 의사 공급 과잉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OECD 국가 가운데 외래진료 횟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진료실 문턱이 낮음에도 의사 수를 더 늘이자는 것은 위험하다. 

40개 의과대학 교육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의사를 만들어 내는 대학에 교육 인프라(교수·학생·교육과정·교육자원·교육평가·대학운영체계 등)가 못따르는 것이다. 서남의대가 폐교된 것도 결국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때문이다. 더 이상 부실한 의대 교육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의사 수가 너무 많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의사들은 공급 과잉 환경에서 자생하기 위해 의학적으로 용인하지 않은 진료까지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정부의 행정이, 인터넷 정보가 그런 불필요한 진료로부터 환자를 지켜줄 것이라 믿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병협에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에게 병원이란 의료보다 장사가 먼저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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