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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사 '의무복무 10년' 문제 없나?
공공의사 '의무복무 10년' 문제 없나?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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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석 거대 여당, 코로나 여론 앞세워...정부 "법률상 문제 없다"
위헌 논란 여전...직업선택 자유 침해·양형 형평성 논쟁 불가피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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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립 공공의대 신설, 지역의대 신설, 기존 의대 정원 증원 등 추진을 본격화해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증원하는 의사인력의 상당수를 공공의료인력으로 '의료취약지(공공의료기관) 10년간 의무복부'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의사면허를 박탈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의사의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및 양형 형평성 논란이 재현될 전망이다.

국회 300석 의석 가운데 177석의 거대 정당으로 탈바꿈한 여당은 의사 증원을 위한 각종 법안을 발의하고 국회 토론회를 통해 여론화에 착수했다. 이에 더해 국립 공공의대와 지역의대 설립을 추진 중인 전북 남원, 전남 목포·순천, 경남 창원 등 지역구 의원들도 의대 신설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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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은 20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2019년 1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왜 필요한가' 토론회를 열어,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의협신문

무소속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보건복지위원회)은 국립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제정법안을 발의했으며, 더불어민주당 김원이·기동민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신설 의대의 인증평가를 교육부 장관 직권으로 면제하거나, 의대 신설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일부 야당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에 의대 신설을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부·여당과 의대 신설을 추진하는 지역구 의원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사인력 부족을 명분으로 증원하는 의사의 상당수를 공공의료인력 또는 지역의사 제도를 통해 의료취약지 공공의사로 10년간 의무복무하도록 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공공의사 10년 의무복무 규정은 오랫동안 위헌 소지 논란의 불씨였다.

이와 관련 여당 측은 공공의대 및 의대 신설, 그리고 의대 정원 증원으로 늘어나는 의사 중 일정 비율을 공공의사로 의무복무 시키는 것에 법률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1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울 당시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거쳤지만, 문제가 없다고 결론 지었다는 것.

여당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공공의사 10년 의무복무 의무화에 대한 내부 법률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의대 신설 또는 의대 정원 증원 시 미리 의무복무 규정을 고지하고 신입생을 선발하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구체적인 법률 검토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의료계의 시각은 다르다. 정부가 1977년부터 도입한 공중보건장학의 제도 시행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보건장학의 제도는 자원자가 없어 1996년 이후 명맥이 끊겼다. 공중보건장학의 제도는 기존 의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자원자를 받아 의대 수업료와 소정의 생활비 등을 정부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의사면허 취득 후 공공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복무토록 하는 조건이 있다. 그러나 제도에 자원한 상당수 의대 졸업생들이 면허 취득 후 장학금을 상환하고 의무복무를 거부하면서 제도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의무복무 규정에 대한 법률적 논란도 여전하다. 핵심은 의무복무 규정이 의사의 직업 선택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것. 최근 발의된 법안의 '의무복무 규정 위반 시 의사면허 박탈' 규정은 양형의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실제로 20대 국회 막바지 여당과 일부 야당 의원의 공공의사 의무복무 의무화를 골자로 한 국립공공의대 설립법 제정 추진은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입법 실효성 의문 제기에 발목을 잡혔다. 결국 법안은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은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10년 의무복무 기간도 너무 길다. 군대와 수련 기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18년 정도가 된다. 단 1년의 의무복무 기간이라도 논리가 분명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은 지난 2019년 11월 22일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 국립공공의대 설립 관련 입법공청회에서도 있었다.

당시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국립공공의대 졸업생의 10년 의무복부, 의무복무 규정 위반 시 의사면허 박탈 등 법 내용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특히 여당 의원인 윤일규 의원도 무분별한 의사 증원을 우려하는 소신 발언을 했다. 윤 의원은 "(공공의대 신설 관련)사회적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관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적다고 하지만, 독일의 경우 의료비 증가를 위해 의사 수를 통제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면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평균 의사 수를 넘게 된다. 공공의대 졸업생 배출 시기에는 (공공의료 강화 등 관련)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 26일 '바람직한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공공의사 의무복무 규정의 위헌 가능성을 꼬집었다. 박 의원은 "공공의료와 비공공의료를 구분할 수 없다. 사실상 단일보험체제에서 당연지정제를 하는 우리나라에서 모든 의료가 공공의료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공공보건의료대학(원)을 만들어 면허를 주고, 10년 의무복무를 하지 않으면 면허를 박탈하겠다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초법적 조치이며,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는 직업 선택의 자유 위반과 더불어 자유와 평등권 등 침해 소지도 지적했다.

의무복무 규정 위반 시 의사면허를 박탈하고 10년간 면허를 재교부하지 않도록 한 처벌 양형 형평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가정의학과) 2019년 11월 본지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의무복무 규정 위반 시 처벌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의무복무를 하지 않으면 의사 면허를 박탈하고 10년간 재교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형평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다졸람 투여부작용으로 숨진 환자를 주차장에 유기한 의사도 면허 취소 3년 후 면허를 재교부받았고, 환자에게 마취제를 투여 후 성추행한 의사도 복역 이후 다시 면허를 재교부받았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후자의 경우 면허를 재교부하는 것이 문제라고 볼 수도 있으나, 적어도 현행법상으로는 의무복무 위반의 벌칙 규정은 과잉하다고 볼 수 있다. 남들도 일하기 싫어하는 곳에서 일하기 싫은 것이, 시신 유기나 환자 성추행보다 더 중대한 범죄인가"라고 반문했다.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의사인력 부족 여론을 앞세워 숙원인 의사 증원 숙제를 풀려는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이를 반대하는 의료계와 갈등, 관련 법안에 대한 위헌 소지 및 양형 형평성에 대한 법적 논쟁 재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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