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서울시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 즉각 중단 요구
의협, 서울시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 즉각 중단 요구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19.12.1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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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거치지 않은 한방난임치료 "안전성·유효성 의문"
근거 부족한 한방치료에 수십억 원 선심성 투입 "개탄"
의협은 서울시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지 않은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25개 구 전역으로 확대키로 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사진=pixabay]
의협은 서울시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지 않은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25개 구 전역으로 확대키로 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사진=pixabay]

대한의사협회는 서울시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 확대와 관련, 18일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한방난임치료 지업사업을 전면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의협은 "외국의 전문가에게 '과학이 아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국가적 망신까지 초래한 한방난임치료 사업에 선심성으로 수십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서울시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성명서>

서울시는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서울시의회가 16일 본회의를 열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 등 한의약적 치료 및 건강증진사업비 24억 2천만 원이 포함된 2020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일부 구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되었던 것을 25개 구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최근 혈세 6억 원이 투입된 한방난임치료에 대한 임상연구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는 한의계의 주장과는 달리, 연구 디자인의 한계와 결과에 대한 자의적 해석, 그리고 높은 유산율에 따른 비윤리성에 대한 지적으로 논란에 휩싸이고 급기야 외국의 전문가에게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맞는 국가적 망신까지 초래한 가운데, 또다시 근거가 부족한 한방치료에 수십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서울시의 결정에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

최근 한의계가 성과대회까지 열어 대대적으로 홍보한 한방난임치료에 대한 임상연구는 사실 다수의 전문가와 언론으로부터 지적되었듯이 단순한 증례집적(case series)에 불과하다. 각종 연구결과가 범람하는 현대에서는 연구의 디자인에 따라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근거의 수준이 달라지는데 치료 증례들을 집계해 놓은 것에 불과한 한방난임연구는 객관적으로 근거의 수준이 낮은 연구이며 여과되지 않은 정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계에서는 이를 '현대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논문은 한방난임치료가 인공수정과 비슷한 치료성공률을 보인 만큼, 난임치료에 있어 의학적 치료와 동등한 선택지 또는 보조치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맺었으나 이 역시 매우 자의적인 해석이다. 

일곱(7)이라는 숫자가 한의학적으로 어떤 신묘한 효능과 연결되는지는 모르겠으나, 7주기라는 기간 동안의 임신률을 1주기 동안의 인공수정 임신율과 단순비교해 놓고는 한방난임치료가 인공수정 임신율과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두 가지 다른 치료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시험(RCT)'과 같은 비교를 통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한의계는 한방난임치료가 7주기 동안 14.4%의 임시율을 기록했다고 자랑하지만 이 연구의 디자인으로는 이것이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인지 한방난임치료의 효과인지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백번 양보하여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에 대한 부분을 접어놓더라도 안전성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임신에 이른 환자에게서도 13명 중 1명이 자궁외임신, 5명이 유산을 해 높은 유산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연구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것은 도대체 중국 후한 말 장중경의 금궤요략에 수록된 '온경탕'과 동국대 한의대 김동일 교수가 특허를 받았다는 '배란착상방'이라는 한약의 성분이 무엇이고 어떤 과학적 효과가 있기에 난임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도대체 침 치료가 사람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임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난임을 치료한다면 어떤 원리로 임신의 확률이 높아지는지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어야 한다. 도대체 그러한 근거가 무엇인가? 그저 고서에 나와 있고 오랫동안 사용해왔으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것인가. 이것이 먼 미래의 대명사처럼 사용되던 '2020년'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있는 현대의 문명국가에서 가능한 일인가.

정부가 6억원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전세계적인 망신을 자초한 한방난임연구의 일련의 과정은 '과학적 검증'이라는 여과를 거치지 않은 전통의술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위해를 끼치고 국민에게 사회적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다수의 국민은 나라에서 허가해 준 것이니 당연히 어느 정도는 검증이 된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저 오래됐으니 괜찮다고 허용해주고 과학으로 포장할 수 있도록 재정까지 지원해주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지자체들까지 선심성 정책으로 근거가 부족한 한방치료에 수억, 수십억을 투입하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더 이상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묻지마' 지원을 중단하고 다빈도로 이용되는 한약처방만이라도 우선적으로 검증해 나가야 한다. 의사가 물, 불, 공기, 흙이 세상의 근원이라는 고대 그리스 4원소설이나 히포크라테스의 4체액설 따위를 근거로 환자를 치료하면 법적으로 처벌당하기도 전에 이미 의학계에서 사기꾼으로 낙인 찍혀 퇴출된다. 이것이 의학과 한방의 차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비슷한 일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뿐더러 국가의 지원까지 받는다. 이러니 어떻게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19. 12. 18.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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