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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치부를 드러낸 한방난임사업
한의학 치부를 드러낸 한방난임사업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kang@i-sbm.org
  • 승인 2019.07.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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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한약독성' 연구 부족…믿고 복용? '위험'
'이중맹검 임상시험'으로 안전성·유효성 검증해야

최근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난임여성 또는 난임부부들에게 한방난임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한방치료를 받아서 부작용 없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진다면 반대할 필요가 없겠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한의사들이 하고 있는 치료가 난임여성들의 임신 가능성을 높여주는지 아니면 역효과를 내는지 실험대상자를 무작위로 나눠 플라시보 대조군과 비교해 검증한 임상시험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한약이 임신에 해를 끼치는지, 임신이 된 줄 모르고 한약을 복용했을 때 태아에 해를 끼치는지 연구가 매우 부족하고, 해를 끼친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된 한약재들도 있기에 한의사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믿고 한약을 복용시키는 일은 무모하고 위험하다.

한의사들은 침이나 뜸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효과를 낸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한방에 대한 의사들의 비판이 밥그릇싸움이라고 치부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에 영향을 받는 의사들이 있기나 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바른의료연구소를 비롯해 많은 의사들이 한방난임사업에 대해 집요하게 조사해 문제점들을 들춰내는 등 저지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도탈락자와 현대의학적 시술을 함께 받은 경우 등을 고려해 임신성공률을 제대로 계산하면 한의계와 지자체가 주장한 수치와는 달리 난임여성이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의 자연임신율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엄밀히 말하자면,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을 제시한 연구와 한방난임사업 참여자의 특성이 같지 않기 때문에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다.)

특히 작년 5월 바른의료연구소에 대해 "악의적인 폄훼를 멈추지 않고 국민과 언론을 계속 호도한다면 강력한 응징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고 큰소리를 쳤던 울산시한의사회 난임위원회는 2017년 울산시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한 52명 대상자 중에 단 1명만 임신에 성공했다는 비참한 성적이 공개되자 입을 꾹 닫았다. 울산 동구는 작년부터, 중구는 올해부터 사업을 중단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근거가 없음에도 한의학으로 난임을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이 팽배한 이유는 치료 없이도 상당수는 저절로 임신이 되기 때문이다.

2016년 네덜란드 연구팀이 개발한 난임여성들의 자연 임신율 예측 모델에 따르면 난임 진단(아이를 가지려고 시도했음에도 1년 동안 임신이 안 된 부부 중 특별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 시점부터 27%가 1년 이내에, 38%가 2년 이내에 임신이 된다고 추정했다.

즉, 1년 동안 임신이 되지 않아서 한의원을 다니기 시작한 여성 10명이 있다면 한방 치료가 실제로 효과가 없더라도 그 중 3명 정도는 1년 이내에 임신이 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우연히 임신이 된 환자들이 한방 치료가 임신에 효과가 있다고 믿고 주위에 이야기를 하다보면 한방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

한방난임사업에서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한의사들이 난임여성들에게 사용하는 한약재들이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한약 사용내역을 조사한 바른의료연구소는 유전독성 및 유산 위험이 있는 목단피를 비롯해 백출·감초·인삼·당귀·천궁·진피·토사자 등 위험성이 보고된 한약재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사들이 처방을 공개하지 않을 때에는 효과가 있는지 안전한지 따져 묻기가 어려웠는데, 처방이 공개되니 추궁을 받게 된 것이다.(한의사들이 조제내역 공개를 극구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윤보다도 치부를 감추기 위함은 아닐까?)

현재 여러 지자체에서 한방난임치료 지원 조례가 논의되고 있다. 효과를 뒷받침하는 신뢰할만한 근거는 없고 위험성이 예측되는 한방 치료에 예산을 지원하면 예산을 낭비하면서 출산율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가 있다.

차라리 한의사나 난임여성들에게 현금을 쥐어주면 최소한 해는 끼치지 않을 수 있다. 

한방난임사업 결과를 아무리 쌓아도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자료가 되지는 못한다. 한방난임치료에 예산을 지원하기에 앞서서 그것이 효과가 있고 안전한지 무작위 대조군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위험성이 제시된 한약재를 임상시험에 사용하는 일이 의료연구윤리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에서 용인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엉망진창인 우리나라 사정에서는 무분별하게 한약을 먹이는 일보다는 먼저 임상시험이라도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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