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법...불신·감시 사회 부추겨
'수술실 CCTV' 설치법...불신·감시 사회 부추겨
  • 은현준 충북의사회 정책이사(충북 청주시·하나병원 정형외과)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14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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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 침해·과잉금지원칙 위배...동영상 유포도 우려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토록 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프라이버시와 인권 침해는 물론 헌법의 과잉금지원칙 위배 소지가 있는 CCTV 설치법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pixabay]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토록 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프라이버시와 인권 침해는 물론 헌법의 과잉금지원칙 위배 소지가 있는 CCTV 설치법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pixabay]

최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수술을 할 경우 의사가 환자의 동의를 얻어 수술 장면을 CCTV로 촬영토록 하고, 환자가 별도로 CCTV 촬영을 요청하면 의사는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 보장·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과잉 금지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기본권 자체를 제한하기에 앞서 이보다 덜 제한적인 다른 방안을 검토해야 하며, 입법 목적을 도저히 달성할 수 없을 경우만 비로소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이다.

법적인 제재는 목적에 비례해야 하며 그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최소한의 것이어야 한다.

즉, 수술실 CCTV 설치가 정책 목적 달성에 유효한 수단일지라도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는 않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환자의 수술 부위는 물론이거니와 민감한 부위를 노출하게 되므로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

환자의 신체 노출이 빈번한 수술실 CCTV 영상이 유출된다면 어마어마한 파문이 일어날 수 있기에 촬영하는 순간부터 매우 높은 수준의 정보 보안과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안 전담 인력이 있는 국방부나 금융권에서도 해킹에 의해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있다. 막고자 하는 기술보다 뚫고자 하는 기술이 더욱더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환자의 수술 동영상 또한 유출 우려가 있고, 한 번 유출된 영상은 삭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각종 범죄에 악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성형외과 수술 장면 기록을 해킹해 수술 전후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환자를 협박하는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 산부인과와 비뇨의학과 수술도 마찬가지다.

노동계 "근무실태 감시" 반대...시민단체도 "인권 침해" 우려

CCTV는 의사는 물론 수술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의 근무실태를 감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노동계와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는 시민단체는 근로 현장을 CCTV로 감시하는 것은 직업 수행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진료를 위축하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수술 과정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정당하고 적절한 조치일지라도 오해를 살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는 행위를 피하게 되어 진료 행위가 위축될 수 있다. 수술 과정의 집중도 역시 떨어질 수 있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해야 할 치료 행위가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의료 행위를 방해하므로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수술실 CCTV는 환자와 의사 간 신뢰를 떨어뜨리고, 불신의 골만 깊게 하는 역효과를 부른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환자는 물론 의사·간호사·의료 관계자의 사생활과 인권을 현저히 침해하며,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루 약 1만 건 이상 이뤄지는 수술을 녹화하고 동영상을 보관해야 하므로 설치와 관리 비용은 물론 관리 인력도 증가한다. 

하지만 비용 증가에 대한 보전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비용에 대한 보상 없이 설치·관리 의무를 의료기관장과 의사에게 강제로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침해하고, 의사-환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헌법이 정한 과잉 금지의 원칙까지 훼손하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할 게 아니라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무면허 의료행위 등 위법 행위 예방 및 감독 취지에는 공감하나, 분쟁 조정 수단으로써의 활용 가능성과 환자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의료인의 진료 위축과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 관계 구축 저해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래진료·수술 일정 공개...수술 참여 의료인 명단 사전 안내

대리 의사나 의료기기 영업사원 대리수술을 예방하려면 외래진료 일정과 수술 일정을 모두 공개하고,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과 보건의료인의 명단을 사전에 고지하면 된다. 

은현준 충북의사회 정책이사(충북 청주시·하나병원 정형외과) ⓒ의협신문
은현준 충북의사회 정책이사(충북 청주시·하나병원 정형외과) ⓒ의협신문

수술실 내부가 아닌 입구에 CCTV를 설치하고, 수술실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입법 취지를 충족할 수 있다.

선진국 어디에도 의료인을 감시하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곳은 없다. 인권과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수술실에 CCTV 설치는 빅브라더 감시 사회를 조장할 수 있다.

대다수의 의료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힘의 원천은 의료인으로서의 신념과 사명감, 그리고 의료인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신뢰에 바탕을 둔다.

부디 맑은 물을 흐리는 일부 미꾸라지들을 전체로 오인해 힘의 원천을 꺽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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