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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파는 의사 VS 살을 깎는 의사
영혼을 파는 의사 VS 살을 깎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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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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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국의료 환부를 도려낼 '골든타임'"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의사평론가)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의사평론가)

대한민국에서 대리수술로 환자가 사망하는 믿지 못할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돈에 영혼을 파는 의사들의 추한 행태에 국민과 의사들 모두 분개하고 있다. 2016년에는 성형외과 쉐도우 닥터 수술과 산부인과 교수가 외국 출장을 가면서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하게 한 사례도 있었다. 내부고발에 통해 수면 하에 감춰져 있던 믿지 못할 대리수술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대리수술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인 조치도 있었다. 2016년 대리수술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명 설명의무법이 만들어졌다. 법안에는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와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성명을 기재해야 하고, 만약 수술 등의 방법이나 내용·수술 등에 참여한 주된 의사가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 사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라고 돼 있다. 법을 만들어도 비윤리적인 범법 행위가 이어지자 급기야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하자는 극단적인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대리수술 양상은 대개 세 가지 유형으로 행해진다.

첫째 유형은 2016년 성형외과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유형으로 수술하기로 한 의사가 수술을 하지 않고 다른 의사( 일명 쉐도우닥터)가 수술을 하는 경우이다.

둘째 유형은 의사가 아닌 비의료인(의료 기구상)이 수술을 하는 무면허 의료 행위이다. 셋째 유형은 의사가 아닌 간호사(PA Physician Assistant)가 의사 대신 수술에 적극적 참여를 하는 경우다.

세 번째 PA의 경우 일부 국가에서 법적으로 인정하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며 전공의 수련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에는 수술 참여뿐만 아니라 내과계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교수를 대신해 입원환자 처방을 내고 있다고 한다. 의사가 아닌 자가 불법으로 의사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수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다. 이들이 없으면 수술이 어렵고 입원환자들을 돌보기 힘들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다. 돈을 벌기 위해 영혼을 파는 의사들이다. 차라리 수술을 미루고 입원을 받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의료가 살고 의료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다. 

대리수술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은 사회에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 

첫째, 대리수술은 환자를 속이는 사기행위이고 직접 피해를 주는 악행이다. 의사가 아닌 자에게 무면허 수술을 받고, 의사가 아닌 PA에게 처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끔찍하다. 자신들의 가족들이 환자가 되어 대리수술을 받는다고 하면 감히 그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환자를 위하는 자세가 전혀 없어 보인다. 의사로서 지켜야 할 윤리와 도덕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의사이기를 포기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둘째, 대학병원과 같은 교육기관에서 의사 양성과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의과대학과 교육병원에서는 지도교수와 지도전문의가 전공의와 교육학생의 수준을 감안해서 간단한 술기부터 어려운 술기를 단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교육 방식이다. 안타깝게도 일부 일탈된 행동을 하는 의사들 때문에 의학 교육과정이 위협받고 있다. 정상적인 의사 양성과정이 대리수술로 오해를 받을까 봐 교수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고 한다. 교수들에게 수술 기회를 받지 못한 전공의들은 칼 한번 제대로 잡아 보지 못한 엉터리 전문의로 배출되고 있다.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PA에게 수술을 맡기고 입원 처방까지 하게 하는 교수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셋째,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트린 일이다. 일부 비윤리적인 의사들의 행태로 의사집단 전체가 싸잡아 비난받고,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사회제도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일부 몰지각한 의료진들의 행동이 국민의 분노와 불신을 초래해 동료 의사들, 그리고 후배 의사들을 멍들게 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은 일부지만 의사들이 자초한 결과다. 외부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죄를 지은 사람이 의사 동료이기에 의사집단 전체가 신뢰 회복을 위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어느 집단이든 5% 내외의 썩은 사과가 있다고 한다. 의료계는 썩은 사과를 도려내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환자와 국민의 놀란 마음을 달래줄 진정성을 확실히 보여 줘야 한다. 

그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대한의사협회가 예전과 다른 행보를 보여 주고 있다. 2018년 11월 20일 무자격- 무면허 대리 수술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하고 각 시도의사회 조직을 통해 불법 행위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영혼을 파는 동료 의사는 이미 의사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기에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징계를 시행해야 한다. 자정선언과 윤리교육을 통한 자기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재발 방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쟁점이 되고 있는 CCTV의 경우 환자와 의료진의 프라이버시를 해치고, 수술진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수술 의사가 안정된 상태로 수술하기 힘들게 돼 환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없다.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가령 수술 기록지 서명뿐만 아니라 수술장 입·퇴장을 바코드로 체크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문제와 고민이 있었다. 그들은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과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들은 전문가주의에 입각한 공정한 면허관리기구를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선진국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면허관리기구의 필요성이 피부에 와 닿고 있다.

체계적인 전문가 규제(Professional regulation)을 통해 비윤리적인 의사들을 걸러 낼 기구가 필요하다. 전문가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전문가주의를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썩은 부위를 도려낼 메스와 권한을 가져야 할 때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 보인다. 머뭇거리다가는 대한민국 의료가 다 죽게 생겼다. 환부를 도려낼 때 출혈과 통증이 따르지만 지금은 수술이 필요한 때다.

영혼을 파는 의사는 이미 동료 의사가 아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정직한 의사, 실력 있는 의사, 신뢰받는 의사가 되기 위해 살을 깎는 의사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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