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위해 한방 난임치료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과학적·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지적과 "임신 중 한약복용과 관련해 부작용에 대한 연관성이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는 한의계의 반박이 계속되면서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사진은 본문 기사와 관련 없음).

전국 25개 지방자치단체가 벌이고 있는 한방 난임사업을 분석한 결과, 한 명도 임신에 성공하지 못한 곳이 6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모든 지자체에서 중도탈락자를 통계에서 제외, 임신성공률을 과도하게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최근 한방 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한방난임치료사업을 시행한 25개 지자체에 정보공개청구와 민원 신청을 통해 64개 사업결과를 취합,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3월 2일 대한의원협회는 "국내외 논문 분석을 통해 임신 중 많이 사용하는 한약의 상당수(백출·감초·인삼·안태음 등)가 조산·선천성 기형·인지기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태아와 산모에 위험한 한약이 처방된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3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의난임치료 한약은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됐으며, 부작용 없이 높은 임신 성공률을 기록한 사실이 이 같은 내용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의협은 2015년 12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 한의학 난임치료는 양방 난임치료와 비슷한 25∼30%의 성공률과 양방 난임치료 대비 절반 수준의 치료비용으로 주목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한방난임치료사업을 놓고 안전성·유효성 논란이 이어지자 20여명의 젊은 의사들이 나섰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잘못된 의료제도나 정책을 심층 분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 2월 13일 창립한 단체.

조사 결과, 한방난임치료사업에는 2381명이 참여했으며, 181명(7.6%)이 중도에 탈락했다.

조사 대상 지자체의 사업연도별 임신성공률은 최소 0%에서 최대 32.1%로, 평균 임신성공률은 최초 대상자 기준 14.0%, 치료종결자 기준 14.7%였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 수치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이 20∼30%에 달한다는 한의계의 주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특히 사업대상자 중 단 한 명도 임신하지 못해 임신성공률이 0%인 지자체가 무려 6곳이나 됐고, 최초 대상자 기준 임신성공률이 10% 이하인 경우도 전체 64개 사업연도 중 24건(37.5%)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는 임신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사업참가자 나이를 38세 이하로 제한하는가 하면 의학적 보조생식술 시술 경험이 없거나 3회 미만 시술받은 사람을 우선 선정하기도 했다.

▲ 한방난임사업에서는 임신예후가 양호한 사람을 대상자로 우선 선정하고, 임신성공률 계산에서 중도탈락자를 제외한 채 생화학적 임신·자연임신·의학적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도 임신성공률에 포함시켜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모든 지자체가 중도탈락자를 제외한 채 임신성공률을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B시는 261명의 최초 대상자를 기준으로 임신성공률이 18.0%(47명)임에도 중도탈락자 42명을 제외, 21.5%(219명 중 47명)가 임신에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S구는 중도탈락자의 75%가 한약 및 침 등의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했음에도 이를 누락, 임신성공률을 부풀려 보고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추적조사를 분석할 때는 반드시 생존분석을 통해 중도탈락자가 계속 남아있다는 가정을 통계적으로 계산해 결과를 산출해야 한다"면서 "부작용이나 효과부족 등으로 불만을 가지고 탈락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임신성공률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생화학적 임신을 임신성공에 반영하기도 했다.

25개 지자체 중 생아출산율을 보고한 지자체는 4곳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은 대상자 본인이 직접 임신반응검사 시행 후 양성을 통보하거나(생화학적 임신) 산부인과에서의 초음파 진단(임상적 임신)으로 임신성공을 평가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계류유산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생화학적 임신율은 임상적 임신율보다 높게 나온다"면서 "생화학적 임신을 제외하고 임상적 임신만 임신성공에 포함하면 평균임신성공률은 14%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임신은 물론 심지어 의학적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도 임신성공에 반영하기도 했다.

J시는 19명 중 2명이 임신에 성공했는데, 1명은 한방치료 종결 후 3개월, 다른 1명은 6개월 후 자연임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지자체는 한방치료 종결 후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 임신도 임신성공에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C시는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도 사업에서 6개월의 사업기간(3개월 한방치료+3개월 1차 추적기간) 중  1차 추적기간에 2명이 자연임신했으며, 6개월 2차 추적기간에는 3명이 자연임신하고 1명이 인공수정으로, 1명이 체외수정으로 임신했다. 하지만 임신성공률을 35.0%(7/20명)로 보고했다.

I시·J시 등도 현대의료인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을 임신성공률에 포함한 것으로 파악됐다.

바른의료연구소는 "C시의 실제 임신성공률은 20명 중 2명(10.0%) 이하여야 함에도 추적기간을 9개월로 늘리고, 자연임신과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도 한방치료의 효과에 반영시킴으로써 임신성공률을 무려 3.5배 뻥튀기했다"고 꼬집었다.

최고의 임신성공률(32.1%)을 보고한 S시는 "S시 한방난임사업은 보조생식술과 중복지원이 가능해 순수하게 한방에 의한 임신이라고는 볼 수 없고, 자연임신인지 인공임신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번 조사과정에서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우수사례집>에 소개된 한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 결과에서 사업 후 간기능 수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하고,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유의하게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한약이 간수치를 높이고 임신부는 한약을 복용해서는 안된다'는 일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한의협의 주장을 반박했다.

▲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우수사례집>에 실린 한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 결과. 간기능 수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하고,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유의하게 감소한 데 대해 결과보고서에는 건강에 별다른 부정적 요소가 보지이 않아 안정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는 "간수치(GOT·GPT)의 평균은 약간 상승한 반면 표준편차가 각각 6.5배, 7.3배 증가한 것은 일부 대상자에서 간기능이 악화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간수치(GOT·GPT) 평균은 약간 상승한 반면 표준편차가 각각 6.5배, 7.3배 증가한 것은 일부 대상자에서 간기능이 크게 악화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힌 바른의료연구소는 "하지만 이 지자체는 혈액검사에서 건강에 별다른 부정적 요소가 보이지 않아 안정성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임신 중 한약복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선천성기형 등 태아 및 출생아의 건강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자체 중 출생아의 건강정보를 평가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출생아 건강정보에 대한 평가 없이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대한한방부인과학회는  3월 13일 성명서를 통해 "한의계에서도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 난임치료 지원의 정책적 근거 마련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 일환으로 한의학계는 난임을 치료하기 위하여 과학적인 임상연구를 진행해 왔다. 다수의 기초지방자치단체와 일부 광역자치단체 및 지역 한의사회는 공동으로 한의 난임 치료사업들을 시행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이 한방난임치료 지원의 정책적 근거 마련을 위한 임상연구였음을 실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방난임사업 대상자 선정기준에는 임상시험 기간 중에는 보조생식술을 받지 않기로 동의한 자를 제시했다. 의료계는 "난임여성의 난소예비력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히 감소된다"면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보조생식술을 금지시킨 것은 오히려 난임여성이 한시라도 급히 보조생식술을 받을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임신예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방난임사업을 진행하면서 의학적 보조생식술을 금지시킨 것에 대해서도 "보조생식술을 받을 기회를 제한하고 임신예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윤리법에 위배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한방난임사업의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주먹구구식 지자체 사업결과를 근거로 한방난임치료를 건강보험 급여화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생명윤리법의 입법목적에 위배되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은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