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 실시 환자경험평가, 의료기관은 행정부담 한숨만
시종일관 조용했던 장내가 일순간 술렁였다. 환자경험 평가가 실시된다는 것쯤이야 알고 있었지만 이같은 행정부담을 예상하진 못한 듯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트렌드'라는 이유로 도입이 확정된 만큼 평가 자체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설명회가 끝난 후 조용히 흩어지는 모습에서는 엿보였던 건 오히려 무기력함이었다.
오는 7월 첫 시행되는 평가를 앞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2일 서울 aT센터에서 '환자경험평가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빈 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병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노민양 심평원 평가1부 차장은 요양기관 협조사항으로 ▲평가 대상자의 전화번호를 관리하는 병원 담당자를 지정할 것과 ▲잘 보이는 곳에 환자경험 평가 안내 포스터를 부착하고 입·퇴원시 리플렛을 배포할 것 ▲국민들의 적극 참여를 위해 입·퇴원시 평가를 안내할 것을 요청했다.
환자경험 평가는 만 19세 이상으로 1일 입원한 환자 본인을 상대로 퇴원 2일∼56일 사이 전화조사로 이뤄진다. 병상 규모에 따라 환자 수에 차등을 줘 ▲500∼1000병상 미만은 150명 ▲1000병상∼1500병상 미만은 200명 ▲1500병상 이상은 2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노 차장은 "기관별 환자 수는 평가가 완료된 환자 즉 '성공전화' 기준이다. 스팸 등으로 일반적인 전화 응답률이 10%인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전화시도가 이뤄지는 것은 약 10배수가 될 것"이라며 그에 해당하는 전화번호 제출을 요청했다.
150명을 조사해야 하는 500∼1000병상 미만 병원이라면 약 1500개의 전화번호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수신이나 응답거절, 환자 본인이 아닌 보호자가 대신 받는 전화 등은 성공전화에서 제외된다.
이어 "전화번호는 주기적으로 수집돼야 한다. 5월 심평원이 각 병원에 전화번호 제출을 요청할 때 병원별로 전화번호 관리담당자를 지정해달라"며 "여러 유관단체와 협력해 대국민 홍보를 할 것이다. 전화조사 한 달 전인 6월부터 포스터 및 리플렛 등을 매월 배포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지난해 약 1년간 예비평가를 진행했음에도 심평원은 본 평가의 세부 실행계획을 여전히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감한 일부 질문들에 대해서는 "향후 검토 예정"이라며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전화설문 내용을 환자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경우 보충설명은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질문에 서소영 평가1부장은 "설문조사 위탁업체가 선정되면 질문 스크립트를 검토할 예정이다. 환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스크립트를 만들 계획인데 그 과정에서 반영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여러 병원으로 입·퇴원을 반복할 수 있는 환자 특성 역시 아직까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주 이내에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할 경우 환자가 어느 병원에 대해 물어보는지 헷갈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예비평가 당시에는 병원 정보를 전화조사 위탁업체에 주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예비평가 결과를 공개해달라는 요청에도 "공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