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범운영에서 발생한 심사불일치를 제대로 파악도 못한 채 종합병원의 지원 심사이관을 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계가 꾸준히 문제제기해온 심사일관성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심평원은 올해 1월 종병 심사이관의 본격화에 앞서 2016년 10월 10일부터 11월 11일까지 한 달 간 시범운영을 시행했다. 서울·부산·광주·수원지원에서 진행된 시범운영은 각 지원에게 동일한 '문제'를 풀게한 후 '정답'을 채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심평원은 중증질환이나 항암치료 등 심사난이도가 높은 항목을 중심으로 전체 종병심사를 대표할만한 표본명세서를 추출했다. 심사난이도가 높은 항목들이 60%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40%는 무작위로 선정됐다. 전체 심사물량은 1만 1620건이었다.

본원 결과를 기준으로 4개 지원 결과를 비교한 결과, 지원간 심사일치율 평균은 98.1%로 드러났다. 본원을 100%라고 봤을 때 서울지원은 98.1%, 부산지원은 97.6%, 광주지원은 97.9%, 수원지원은 98.4%의 일치율을 보인 것이다.

심사물량으로 단순 비교한다면 전체 1만 1620건 중 서울지원은 1만 1399건, 부산지원은 1만 1341건, 광주지원은 1만 1375건, 수원지원은 1만 1434건이 일치했다.

일치율이 가장 높은 수원지원은 본원과 186건, 가장 낮은 부산지원은 279건에서 불일치를 보였다. 동일한 명세서임에도 4개 지원간 최대 90건이 넘는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심평원은 심사불일치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불일치의 경향성이 어떤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디서 '오답'을 내놨는지, '정답'을 맞추려면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의 '문제풀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종병 심사이관을 도입한 것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한 건의 물량이라도 세부내역별로 심사조정이 다를 수 있다. 현재로써는 어떤 부분에서 불일치가 일어났으며, 그 정도가 어떤지는 알기 어렵다. 불일치의 경향성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4개 지원간에도 차이가 벌어지는 현재로써는 전국 9개 지원, 또 올 하반기 신설될 인천지원까지 총 10개 지원으로 종병심사가 확대될 경우 심사일관성 차이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의료계 관계자는 "한 달간의 시범운영에서 충분히 괜찮을 것으로 평가해 도입한 제도다. 여러 노력에도 일관성 문제가 계속 불거진다면 이는 전적으로 심평원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 비판했다.

심평원은 전문심사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과 진료심사평가위원회 및 각 분과위원회 확대운영, 상근위원의 추가 배치 등으로 심사일관성을 확보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