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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30년 취업 제한은 사실상 사형선고"

"성범죄 30년 취업 제한은 사실상 사형선고"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11.2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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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형량 따라 취업 제한 아청법 개정안 계류
의협 "의료행위 특수성 간과, 방어진료 유발 우려"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경우 최대 30년간 교육기관·의료기관 등 취업을 제한하는 방안이 법률의 최소침해 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개정안은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경우 죄의 경중에 따라 특정 기관의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취업제한 기간을 10년으로 일괄 제한한 현행 아청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구체적으로 △3년을 초과하는 징역 또는 금고형은 '30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이나 치료감호는 '15년' △벌금형의 경우 '6년'의 범위 내에서 법원이 죄의 경중 및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취업제한을 선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취업이 제한되는 기관은 어린이집·유치원·학교·학원, 의료기관 등 전국적으로 52만여 곳에 달한다.

23일 대한의사협회는 아청법 개정안에 대해 "취업 제한기간을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선고형량을 기준으로 차등적용 하는 방안에는 찬성한다"고 밝히고 "그러나 구체적 사실관계, 범죄의 내용, 선고형, 직무와의 관련성 여부 등 제반 정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률적으로 과도한 양형 잣대를 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헌재 결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국민감정에 영합하는 논리만을 앞세워 직업선택의 자유 및 기본권을 기존보다 더욱 과하게 제한해 직업 선택의 자유 자체를 박탈하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에 따르면 개정안이 취업제한의 최상한을 30년으로 정한 것은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장치부착법)상 전자발찌 등 전자장치 등의 부착 최상한이 30년인 것을 근거로 한 것이다.

전자장치부착법상 10년 이상 30년 이하의 부착명령이 내려지는 경우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3년 이상 20년 이하의 경우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경우는 3년 미만의 유기징역인 특정범죄를 각각 대상으로 한다. 벌금형과 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때 등은 부착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아청법상 취업 제한 규정이 전자발찌부착법 보다 더 엄격한 것이다. 의협은 "아청법은 법률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시키고, 종신형에 가까운 과도한 양형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최소침해의 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청법은 의료행위 특수성 무시한 입법"

▲ 추무진 의협회장이 23일 의협 기자 브리핑에서 '아청법'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취업제한의 최상한을 정하는 명시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30년·15년·6년으로 정해야 하는 근거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의협은 특히 "성범죄의 특성상 벌금형의 경우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개연성이 상당부분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6년으로 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청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헌재는 "재범의 위험성이 사라졌거나 저히 낮아졌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단지 가해자가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 전력자라는 이유만으로 계속해서 아동ㆍ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취업제한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의협은 "의료 현장에서 정당한 의료행위와 성범죄와의 구분이 쉽지 않다. 정당한 의료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주관적 수치심 등으로 인해 벌금형을 받을 개연성이 농후하다"면서 "법이 의료인을 별도로 다루지 않고, 벌금형의 경우에도 취업제한 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기관 중 아동청소년을 진료하지 않거나 직접 대면진료를 하지 않는 의료기관도 존재한다고 점을 강조했다. 진단검사의학과 등 환자와 직접 대면을 통한 치료행위를 행하지 않는 의료기관도 많으며, 아동·청소년 진료를 전혀 하지 않는 의료기관도 상당 수 있는데 이런 곳까지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아청법은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료행위는 환자에 대한 침습을 기본 전제로 하므로 의료인이 환자와 접촉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행위가 대다수"라며 "실제 의료인과 환자간 분쟁 발생시 환자들은 정상적인 치료과정을 꼬투리 삼는 경우가 많고 일부 환자의 경우 성추행을 근거로 의료인에게 협박과 합의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유대감이 치료효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아청법의 취업제한 규정으로 인해 모든 의료관과 의료인이 성범죄의 온상인양 왜곡당하고 환자와의 신뢰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행위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의료인이 취업제한 규정으로 인해환자 진료를 주저하고 방어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이는 환자 치료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30년 취업 제한은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모든 직종에서 지나치게 과도하다.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로서 사실상 사형선고와 마찬가지일 정도로 가혹하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벌금 형을 선고 받은 의료인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고 취업제한 대상을 '아동·청소년을 진료하는 기관'으로 한정하는 등 법률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진료 중 제3자가 배석하는 방안 등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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