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원 조정·감정위원 인력 추천 요청 거부
"조정절차 자동개시...중환자 기피법 전락"
대한의사협회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의 업무 협조 요청을 거부하기로 했다. 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법이 국회틀 통과한데 대한 대응 조치의 일환이다.
중재원은 최근 비상임 조정·감정위원 추천을 의협측에 요청했다. 이는 11월 30일 분쟁조정 자동개시를 골자로 한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인력의 단계적 확대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의협은 23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중재원 요청을 거부하기로 의결했다. 또한 앞으로 중재원 관련 일체 업무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의협은 "의료분쟁조정법은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큰 대불금 비용 징수조항을 두고 있으며, 불가항력 의료사고인 분만사고에 대한 보상재원을 분만 산부인과에 부담시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제도의 본질적 문제점이 개선되기 전에는 의료분쟁조정제도를 수용할 수 없으며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또 "의료계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선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고, 오히려 자동조정절차 시행으로 인해 의료분쟁조정법이 중환자기피법으로 전락하고 있는 마당에 협회가 중재원에 참여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단체의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 "정부가 입장변화를 보이기 전까지는 중재원 업무 참여를 보류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 1급 등이 발생한 사안에 대해 피신청인의 동의에 상관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강제화하는 법률 개정이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며 "중소병원 등에서 중환자 기피현상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고, 신규 의료진의 중환자를 보는 진료과에 대한 기피현상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의료분쟁조정법이 중환자기피법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문가 간담회 등을 열어 의견을 취합하고, 공식·비공식적인 의견을 복지부와 중재원에 전달하는 등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데 대해 유감스럽다"며 "향후 시행규칙 개정에도 의료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의료계와 환자는 깊은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