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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겪고도 보건복지부 손발 조직 없어

메르스 사태 겪고도 보건복지부 손발 조직 없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2.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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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하지 않으면 제2 메르스 또 무방비...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한국보건사회학회 추계학회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 "달라진 게 없어"

▲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는 4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한국보건사회학회 학술대회에서 '감염병관리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고찰한 의료전문가주의'에 관한 발표를 통해 "전문적 보건행정에 대한 경시는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의협신문 송성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38명의 사망자와 1만 6000여명의 격리자 그리고 6조 3627억원의 경제 손실을 입었지만 근원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는 4일 이화여자대학교 교육관에서 열린 한국보건사회학회 학술대회에서 '감염병 관리차원에서 비판적으로 고찰한 의료전문가주의' 주제발표를 통해 "정치권과 행정부에서 의과학에 바탕을 둔 전문적 보건행정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보건복지부 산하에 보건소와 같이 현장에서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는 점을 손꼽았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초기대응이 중요하지만 보건소는 지자체 소속이어서 기동력 있게 움직이기 어렵다"고 지적한 한 박 교수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 신속한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인 출신 행정가가 필요함에도 청와대 보건복지수석실에는 의료인 출신 행정가가 거의 없다"며 "전문적 보건행정에 대한 경시는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5년 보건복지부 예산 51조 9000억원 가운데 80%(41조 9000억원)는 복지 예산이고, 보건예산(9조 9000억원) 중 건강보험 예산이 7조 7000억원이고, 순수한 보건의료 예산은 4%(2조 200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같이 형편없는 예산은 보건의료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환자 안전을 위해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함에도 그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국민의 인식도 부실한 방역 대책을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의 하나로 손꼽았다.

박 교수는 "복지정책·보험정책은 있지만 보건정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안전한 의료와 질 좋은 의료를 원하지만 이를 위해 사회적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국민의 생각이 없다면 아무리 법을 개정해도 함당한 재원이 따라올 수 없고, 제대로 된 감염병 대처는 사실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민은 당장 의료비 절감에만 귀 기울일뿐 의료안전을 위한 재원 투입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고 지적한 박 교수는 "보건의료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는 합당한 사회적 재원을 투자하지 않고,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적 모순에서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특히 감염병 방역에는 나도 책임이 있다는 시민의식에 무게를 뒀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존재하면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줄이고, 인력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박 교수는 "오로지 정부의 방역대책이 문제라는 식으로 비판하면 우리 사회는 시민의식에 대해 숙고할 기회를 잃게 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감염병 방역에서 시민의식을 일깨우고, 동시에 국가 강제력의 한계를 사려 깊게 설정하는 작업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진단했다.

▲ 조성남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왼쪽)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박종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선임연구위원·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의협신문 송성철

환자·시민의 입장에서 감염병 관리와 의료전문가주의를 진단한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감염병 발생의 주요 원칙인 신뢰·빠른 공개·투명성·대중의 참여·계획 등이 부재했다"며 "정부는 책임 회피와 권위주의적 태도로 일관하고, 국민은 정부의 관계에서 단절되거나 배제되는 경험을 하면서 각자도생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비판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조병희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 차원의 공중보건사업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기생충 박멸사업이나 결핵 관리사업 등이 시행됐지만 2010년 이후 거의 실종됐다. 국가가 공중보건에 대해 무관심했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공중보건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사회학계와 예방의학계가 힘을 합해야 한다"며 "정부가 공중보건사업에 관심을 갖고 나서지 않으면 내년에도 메르스 사태가 또 다시 되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스 사태의 대응 경험은 물론 당시 전문가가 참여해 '공중보건위기 대응전략 연구 보고서'를 만들었음에도 이를 메르스 사태때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종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스와 비교하면 너무 허둥댔다. 과거의 경험을 활용하지 못했다"면서 "전문영역인 의료와 비전문영역인 시민사회가 소통이 잘 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학회에 참여한 이윤현 남서울대 교수(보건행정학과)는 "내년 감염병 예산 786억원 가운데 상당수가 하드웨어인 음압병상이나 검역시설을 확충하는 데 배정됐다.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행정 시스템은 컨트롤타워를 갖추지 못한 채 제자리"라며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또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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