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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후속 대책, 우려대로 '용두사미'
메르스 후속 대책, 우려대로 '용두사미'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5.09.0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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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질본 차관급 격상 등 발표에 각계 "허탈"
보건부 독립은 무시, 의료기관 규제 강화로 '땜질'

▲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이 1일 오후 4시 서울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질병관리본부를 신종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총괄하는 지휘본부로 삼고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승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감염병 관리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브리핑에는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 권준욱 질병정책관이 배석했다.
정부가 질병관리본부를 감염병 관리 지휘본부로 삼고, 질병관리본부 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 감염병 관리체계 개편안을 내놨지만, 관련 전문가와 의료계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은 1일 오후 4시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감염병 관리체계 개편안을 공개했다.

정 장관이 발표한 개편안의 골자는 질병관리본부의 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질병관리본부로 하여금 국가 방역관리를 총괄하게 하며, 질병관리본부의 인사·예산권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총리실과 보건복지부, 국가안전처는 지원역할을 담당한다.

신종감염병의 국내 유입 차단과 신속 조기 종식을 위한 초기 즉각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감염병에 대한 24시간 정보 수집·감시, 신고·접수, 즉시 지휘통제 기능 등을 수행하기 위한 24시간 긴급상황실도 구축·운영된다.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위기관리소통계획'을 수립하고, 평상시에도 국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전담부서도 신설되며, 정보공개의 세부범위·방법 등을 사전에 수립하고, 신종감염병 발생 시 절차에 따라 관련정보를 즉시 공개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감염병환자 치료를 위한 음압격리병상 확대를 위해 최소 300병상 이상의 전문치료시설 확보를 목표로 중앙 및 권역별 감염병 전문치료병원을 지정하며, 상급종합병원 및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일정 수의 음압격리병실 설치가 의무화된다.

더불어 국립보건연구원 내 감염병 전용 진단실험실을 확충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나지 않은 실험용 진단시약(기기), 치료제 등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의 긴급 요청 시 즉시 사용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의료기관 응급실을 통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응급실 입구에서부터 감염위험환자를 선별진료하고 응급실 음압·격리병상 확보 및 분리진료 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또한 환자가족 등 방문객 출입 제한 및 명단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비응급환자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부담 확대 등 응급실 체류시간 단축, 대형병원 응급실 경증환자 유입감소 대책도 추진된다.

감염관리실 설치 대상 병원을 단계적으로 확대(200병상 이상 → 150병상 이상)하고, 감염전문의사 등 인력기준을 상향조정해 병원 내 감염 관리 기반을 강화하고 전국적으로 정기적인 병원감염 발생실태조사도 실시된다.

신종감염병 백신, 치료제, 진단기기 등의 개발을 위한 관련 다부처 R&D 프로젝트를 추진되고 국가 연구기반 강화를 위해 국립보건연구원 내 '신종감염병 연구센터'를 설치·운영한다.

메아리만 남은 '보건부 독립·복수차관제 도입'

▲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관리체계 개편안이 공개되자, 관련 전문가들과 의료계에서는 곧바로 개편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과연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분야 전문성 강화가 가능하겠냐는 점이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 분야 전문성 강화를 위해 보건부 독립 또는 최소한 복수차관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한 바 있다. 이는 비단 의협만의 요구가 아니라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의 의결 사항이기도 했지만, 정부는 결국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의사 출신인 정진엽 장관이 신임 보건복지부장관에 내정되면서부터 보건부 독립이나 복수차관제 도입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국회와 의료계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됐다.

질병관리본부의 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예산과 인사권을 독립한다고 하더라도, 보건복지부의 산하기관으로서 여러 모로 보건복지부의 지휘와 감독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질병관리본부가 신종감염병 발생 상황에서 독립적 전문성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과 의료계의 지적이다.

의료계와 정보공유 등 공조체계 개선책 없어
메르스 사태 초기 정부는 감염자와 감염자 치료 및 경유 병원에 관한 정보, 그리고 메르스에 대한 질병정보에 대해 의료계와 공유하지 않아, 초기대응에 실패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정부는 감염병 관련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전담부서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양한 전문가들과 '위기관리소통계획'을 세우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적인 대책은 메르스 사태 이전에도 없지 않았다. 메르스 사태 초기에 보건복지부는 관련 전문가들과 협의를 한다며 일부 감염내과 전문의들과 정보를 독점하고 대응방안을 결정했다. 그 결과 일선 의료기관에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해 메르스 환자 대응에 큰 혼란을 겪고 말았다.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감염병 관리의 최일선에 있는 의료기관들과 감염병 대응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신속한 정보공유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정부의 개편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응급의료체계 개편 방식도 "땜질식"
메르스 감염의 대부분이 병원 내 감염 특히 응급실 감염이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응급의료체계 개편과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그리고 의료이용문화 개선이 요구돼 왔다.

그러나 정부의 개편안에는 응급실을 찾은 후 대응방안 개선책과 의료이용문화 개선을 위한 국민 협조사항만 있을 뿐,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막을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은 없었다.

비응급환자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부담 확대 내용이 포함됐지만, 일반적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증환자의 경우 좀 더 나은 의료서비스 이용과 빠른 입원을 위해 어느 정도의 부담은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실효를 거둘지 확신하기 힘들다.

의료계는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진료의뢰회송 제도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었지만, 허공 속에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예상대로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는 '강화'
의료계는 정부가 감염병 관리체계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만 강화되는 것에 대해서 경계해왔는데, 이같은 우려도 현실화됐다.

개편안에는 상급종합병원 및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일정 수의 음압격리병실 설치와 감염병 선별진료소와 응급실 음압·격리병상 확보 및 분리진료도 의무화했다. 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감염관리실 설치 대상 병원 역시 200병상 이상에서 150병상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감염전문의사 등 인력기준을 상향조정되며, 정기적인 병원 내 감염 발생실태조사도 실시된다.

물론 이러한 규제 강화를 위해 일정 부분의 정부 지원이 예상되지만, 의료기관이 실제로 겪는 경제적, 행정적 부담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가능할지 역시 의문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예산권이 독립된다고 하지만 재정당국이 배정한 예산 범위 내에서 예산 사용권이 독립되는 것이지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을 꼼꼼히 살펴본 의료계 한 인사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메르스 사태의 종식을 선언한 이후, 국민들의 관심 역시 급격히 반감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향설정이 잘못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예산 확보 방안조차 없는 감염병 관리 개편안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며 뼈 있는 평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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