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제 폐지' 주사위는 던져졌다
'인턴제 폐지' 주사위는 던져졌다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02.07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십수년간 의료계를 유령처럼 떠돌던 '인턴 폐지설'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보건복지부는 4일 개최한 전문의 제도개선 회의에서 이달 중 2015년 인턴제 폐지를 포함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로 확정지었다.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한지 열두 번째만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복지부의 의지를 두고 "칼을 뽑아들었다"는 표현을 썼다. "2015년은 너무 이르다", "준비가 안됐다"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이전에도 같은 사유로 연기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더이상 말발이 통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사안이 걸려 있는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시행령이 입법예고되면 국회를 거치지 않는다. 이변이 없다면 대국민 의견 수렴과 법제처-국무회의 등 행정절차를 거쳐 개정을 공포하기까지 6개월 안팎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쯤 되면 쟁점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말 인턴제가 없어지냐"는 물음을 던지기 보다는 폐지 이후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당장의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폐지 시점이 2015년이든 그 이후가 되든, 의사 양성을 책임지는 교육계는 의구심을 거두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기자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오직 확실한 '표식'만을 기다리며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일부 인사들이 있어서다.

그들은 인턴제 폐지시기가 구체적으로 거론된 지난해 내부 TF를 별도로 조직했지만 이후 논의는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까닭을 물으니 "솔직히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나. 입법예고만 기다리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사이 발을 동동 구르는 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교육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이다. 1~2년 후 자신이 인턴이 될지, 전공의가 될지, 어떤 기준으로 진로를 선택하고 선택받을지를 도무지 알 길 없는 이들의 얼마 남지 않은 학기는 이미 시작됐다.

최근 방학기간 동안 미국의 대학병원에서 실습을 마치고 돌아온 본과 4학년 학생은 "인턴이고 뭐고 군 복무만 마치면 미국에서 수련받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교수 한 명이 5명가량의 환자를 보고, 그 밑 전공의는 5시면 퇴근해 '매일매일 집에 가는' 일상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고 했다.

인턴제 폐지와 맞물린 제도 개선이 나아가야 할 지점은 여기에서부터다. 병원에서 인턴이라는 단어를 없애고, 선진국의 형식을 따온다고 해서 주당 근무 100시간에 육박하는 열악한 환경은 나아지지 않는다.

방향이 정해졌다면 행동에 옮겨야 한다. 지금 나서지 않으면, '인턴' 딱지를 뗀 다른 존재들은 수년 후에도 병원 어딘가에서 무의미한 노동을 반복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신의 형벌로 끝없이 무거운 돌을 짊어 올린 시지프스처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