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성공? 이르다...방역시스템 재점검해야
K-방역 성공? 이르다...방역시스템 재점검해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5.2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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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코로나19 대응 긍정적 측면만 부각…올 가을 재유행 대비를"
"질본 '독립' 컨트롤타워 혼란 막아야...의료계와 협력해야 위기 극복 가능"
서울대학교 국가전략위원회가 개최한 '코로나 팬데믹, 한국의 대응과 과제' 정책포럼에서는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언급하기보다는 우리나라 방역 시스템을 재점검해 신종 감염병 재유행을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의협신문 이정환
서울대학교 국가전략위원회가 개최한 '코로나 팬데믹, 한국의 대응과 과제' 정책포럼에서는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언급하기보다는 우리나라 방역 시스템을 재점검해 신종 감염병 재유행을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의협신문 이정환

코로나19 관련 대한민국의 방역 체계(K-방역)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입증되고 있지만, 빠르면 올 가을 재유행이 될 가능성이 높아 방역 성공을 언급하기는 이르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진단검사체계를 조기에 구축하고, 지역확산 저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등에 대해 세계 각 나라가 K-방역을 모범으로 꼽고 있지만, 샴페인을 터뜨릴 시기는 아니고, 오히려 국내 방역 시스템을 재점검하는 것이 먼저라는 이유 때문.

서울대학교 국가전략위원회는 20일 서울시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코로나 팬데믹, 한국의 대응과 과제'를 주제로 제13회 국가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중간 점검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

포럼에서는 여러 나라가 K-방역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신종 감염병은 또다시 대유행을 할 수 있어 코로나19 사태 대응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살피고, 더 강력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기석 교수(한림의대/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감염병 위기 단계에 따라 달라지는 정부의 컨트롤 타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감염병 위기 단계 격상에 따라 중앙방역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이 구성됐지만, 책임 주체가 질병관리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총리 등으로 바뀌면서 혼선이 발생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방역의 주체가 질병관리본부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필요한데 정부 관료가 관여하고 정치적 입장 등이 고려되면서 질병관리본부장은 뒷전으로 밀리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신종 감염병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세워지려면 방역 대통령을 만들고, 질병관리본부를 독립기관으로 둬서 방역 관련 모든 정책에서 최종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 2000여명 때문에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마비됐다"라며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병상을 미리 확보해야 하고, 의료진들이 환자치료를 제대로 하도록 코로나19 확진 환자 1만여명에 대한 임상자료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홍준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긍정적인 부분에만 취해있을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이 뭐가 있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중대본의 일관성 및 전문성 있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대국민 신뢰를 확보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초기에 선제적이지 못한 방역,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한 혼란, 방역을 앞선 정치적 행보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의 제안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것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았다.

박 부회장은 "의협이 사회적 거리두기 대국민 캠페인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한참 뒤에야 사회적 거리두기를 국민들에게 안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 정부와 지자체 간 엇박자로 인해 의료진들이 혼란스러웠던 부분이 있었고, 중국발 입국 제한에 대한 의협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 "의료현장과 괴리감 있는 사례 정의가 나오기도 했고, 치료를 위한 임상 정보 공유도 잘 안 되었다"며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의료계가 지속해서 주장했지만, 정부는 의협을 협력대상으로 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의료진들이 아직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 실시 등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다"라며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과학과 의학적 판단에 근거한 결정과 논의보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여러 정책이 제안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라나19 확산이 주춤할 때 정부는 너무 일찍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것처럼 샴페인을 터뜨렸는데, 그러다가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일어난 것을 알아야 한다"며 "재유행에 대비해 방역 과정의 미비한 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이종구 서울의대 교수도 "K-방역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이르다고 본다"며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상황에 잘 대처했다고 섣불리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국제 공조로 환자 유입 최소화, 과학적 지식의 공유, 국제사회와 경험의 공유, 재유입 대비 국경폐쇄를 안 하면서 방역을 하는 방안,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 신종 감염병 유행에 잘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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