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에 등장한 '의료 저수가' 문제
공중파에 등장한 '의료 저수가' 문제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15 18:18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인 양희은·박미선 씨 '의료계 현실'에 경악
KBS1 거리의 만찬…의료계 '열악한 구조' 고발
(사진=KBS 1TV 거리의 만찬-9월 14일 방영 '하얀거탑'편 캡쳐화면) ⓒ의협신문
(사진=KBS 1TV 거리의 만찬-9월 14일 방영 '하얀거탑'편 캡쳐화면) ⓒ의협신문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의료계의 열악한 현실 고발이 공중파에서 나왔다.

KBS 1TV에서 14일 저녁 방영한 '거리의 만찬'에서는 간호사들과 전공의들의 혹독한 근무 여건·환경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우리 어머니는 병원에 갔다 오시면 너무도 긴 대기 시간으로 오히려 앓아누우신다(방송인 양희은)"

"병원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의사 선생님을 보기가 힘드니까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질문을 쏟아낸다(방송인 박미선)."

방송 인트로. 진행자들은 일반인 입장에서 느낀 '환자 쏠림'현상의 문제점을 먼저 짚었다. '환자 쏠림'은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중증 환자부터 가벼운 증상의 경증 환자까지 대형병원에 몰려, 위급한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거리의 만찬'에서는 이러한 의료현실이 왜 발생했는가에 대한 화두를 먼저 던졌다. 게스트로 이승우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단국의대 전공의), 최원영 간호사(서울대병원), 차현주 간호사(캐나다) 3명의 의료인이 참여했다.

방송인 박미선씨가 당직 전공의 1인당 평균 진료 환자수가 72명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사진=KBS 1TV 거리의 만찬-9월 14일 방영 '하얀거탑'편 캡쳐화면) ⓒ의협신문
방송인 박미선씨가 당직 전공의 1인당 평균 진료 환자수가 72명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사진=KBS 1TV 거리의 만찬-9월 14일 방영 '하얀거탑'편 캡쳐화면) ⓒ의협신문

"3시간 동안 최대 70∼80명의 환자를 봅니다"

이승우 전 대전협회장은 전공의들의 과중한 진료업무 현실을 전했다. 특히 "전공의 당직 평균 담당 환자 수는 72명이다. 대형병원의 경우, 100∼200명에 달한다. 당직근무 시, 병원에 콜을 받고,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의사가 전공의 딱 1명이라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올해 초 사망한 고 신형록 전공의의 과로사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만 31세의 젊은 나이. 술·담배도 안 했던 건장한 청년이 당직 중 사망했다.

이승우 전 회장은 "법에서 허용하는 근무시간이 주 80시간이다. 연속으로는 36시간 근무할 수 있다. 24시간을 근무하고도 집에 못 간다"며 "의료계 밖의 분들이 근무시간에 놀라는 모습을 보고서야, 이러한 근무환경이 잘못됐단 걸 알았다. 심지어 수술하다가 기절할 것 같으면 환자가 앞에 있으니 뒤로 한발 뒤로 물러나 있다가 뒤로 쓰러져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가수 이지혜씨는 "잠을 안 자고 어떻게 일을 하는가"라며 경악했다.

이승우 전 회장은 "세트 처방이라는 것도 있다. 불필요한 검사 등을 모두 포함해 진료하는 것이다. 혹시 모를 의료사고를 대비한 일종의 방어진료다. 실제 의료사고를 대비한 과잉진료를 지도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최원영 간호사는 "전공의들이 하루 몇십 명의 환자를 보는 것이 사실이다. 스피드퀴즈를 하듯 한 명씩 패스한다"며 "이는 환자의 생명에 직결된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환자 상태를 잘 모르는 바쁜 전공의와 신입 간호사가 만나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방송인 양희은씨가 열악한 의료현실을 심각하게 경청하고 있다. (사진=KBS 1TV 거리의 만찬-9월 14일 방영 '하얀거탑'편 캡쳐화면) ⓒ의협신문
방송인 양희은씨가 열악한 의료현실을 심각하게 경청하고 있다. (사진=KBS 1TV 거리의 만찬-9월 14일 방영 '하얀거탑'편 캡쳐화면) ⓒ의협신문

"생리대를 교체할 시간이 없어, 생리혈이 묻은 채로 근무하기도 했다"

최원영 간호사는 최소한의 휴식 시간도 없어 고생했던 경험과 '태움'을 겪었던 일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다. 간호사들 사이의 괴롭힘 문화를 일명 '태움'이라고 한다. 간호사들끼리는 힘든 근무를 했을 때도 사용한다.

최원영 간호사는 "같은 간호사에게 심한 말을 듣는 것은 상당히 괴로웠다. 환자 죽이려고 작정했냐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괴로웠다. 어떤 간호사가 환자를 죽이려고 병원에 왔겠느냐"면서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기 위해 교육받는 기간은 일반 병동과 동일하게 단 2개월이다. 아는 것에 비해 해야 하는 일은 너무도 과중했다"고 밝혔다.

이에 차현주 간호사는 "캐나다의 경우, 신입 간호사는 아예 중환자실에 지원도 못 한다. 경력 1년 이상의 간호사만 중환자실 교육의 기회를 얻는다"고 비교했다.

최원영 간호사는 "나 역시 고 박선욱 간호사처럼 중환자실에서 간호사 일을 시작했다. 갓 졸업해서 취직했는데 차마 그만두겠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병원으로 출근하는 일은 너무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고 박선욱 간호사는 작년 초 간호사 태움 문화를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은 '태움'을 사회적 문제로 올려놨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되는 큰 계기가 됐다.

이승우 전 회장은 "전공의들 역시 자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같은 연령대의 청년들에 비해 우울증이나 자살사고 확률이 4배나 높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거리의 만찬'에서는 종합병원 '환자 쏠림' 문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전공의들의 과로 문제, 간호사들의 태움 문제 등을 차례로 소개했다.

당장 진단된 원인은 '의료인력 부족'이었다. 하지만 모든 부작용의 최초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바로 의료계가 끝없이 지적해온 '의료 저수가' 문제였다.

이승우 전 회장은 "미국이 100만 원이라고 하면 우리나라는 18만 원이다. 대한민국의 보험수가는 OECD 최하위 수준이다. 병원은 수익 부족분을 충당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차현주 간호사는 "캐나다의 경우 중환자실 입원비가 하루 800만 원이다. 한국은 너무 적은 수가로 많은 것을 하려고 한다. 낮은 수가에 질 높은 의료만 요구한다"고 꼬집으며 "비행기에서 난기류를 만나면 산소마스크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나 먼저 착용 후, 다른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고 한다. 의료인의 안전이 보장돼야 남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원영 간호사는 "이는 우리만 괴롭고 끝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의료현실이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기차 같다는 걸 느낀다.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인 양희은씨는 "제자리에 모든 게 있게 하기 위해서는 체계가 튼튼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며 "의사들이 과로하지 않고, 간호사들이 과로하지 않을 때 우리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의료 시스템 변화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허사마 2019-09-17 15:55:15
그만해 나의료계 떠낫단 말이야 조아지지마 ㅋㅋㅋㅋ

한창용 2019-09-16 10:34:16
국민들이 알아야합니다
살인적인 저수가 정책을~~
모든 문제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는것을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