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효과에 대한 환자의 평가를 믿을 수 없는 이유
치료효과에 대한 환자의 평가를 믿을 수 없는 이유
  • 강석하 kang@i-sbm.org
  • 승인 2019.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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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의학 전문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치료법의 효과를 직접 겪으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다. 즉, 치료를 받고 호전됐다고 느끼면 치료법이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이런 믿음이 착각이며 환자의 주관적 평가는 신뢰할만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의학에서는 기본 상식이다. 전문가들이 비용과 노력이 많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치료법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위약효과를 가려낼 수 있는 무작위대조군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1년 임상의학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NEJM>에 플라시보 효과에 대한 실험이 발표됐다. 미국과 영국의 연구진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천식 환자들에게 효과가 입증된 천식 치료제인 알부테롤(albuterol) 흡입, 가짜 약물 흡입, 가짜 침술, 그리고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눴다.

결과 평가로는 각각 1초 동안 힘주어 내뱉은 공기의 양(1초 강제호기량, FEV1)을 측정하고 스스로가 얼마만큼 좋아졌다고 느끼는지를 물었다. 환자 개인 간의 차이가 결과를 왜곡시키는 일을 막기 위해 각각의 환자들에게 네 가지 경우를 모두 번갈아가며 평가했다. 

환자가 느끼는 치료효과는 완전한 회복을 100%로 했을 때 알부테롤이 50%, 가짜 약이 45%, 가짜 침술이 46%,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았을 때 21% 차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객관적인 측정법인 1초 강제호기량은 완전히 달랐다.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알부테롤을 흡입한 환자들은 20.1% 향상됐지만 가짜 약 7.5%, 가짜 침술 7.4%,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았을 때 7.1%가 향상됐다. 효과가 입증된 알부테롤 외에는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음에도 가짜 치료들은 알부테롤만큼이나 치료효과가 있다고 환자를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이 간단명료한 연구는 환자가 느낀 치료효과는 신체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 착각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재확인시켜줬다. 플라시보 효과로 인해서 실제로 아무런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치료제만큼이나 효과가 있다고 잘못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플라시보 효과 외에도 환자나 치료사가 치료법의 진정한 효과를 판단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저절로 낫지 않는 질환들도 대개 증상이 항상 일정치는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심해지기도 하고 덜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임상시험에서는 비교할 수 있는 대조군이 필수다.)

인간이 가진 인지적 왜곡이나 편향도 평가를 객관적이지 못하게 만든다. (따라서 임상시험에서는 치료를 제공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진짜 치료인지 플라시보 치료인지 알지 못하도록 맹검 처리를 한다.)

가장 단적인 예로, 어린 아이들의 아토피성 피부염은 완치시킬 수 있는 입증된 치료법은 없지만 대개 '저절로' 완치된다. 의사들은 정직하게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치료라고 설명하지만, 돌팔이들은 '근본 치료'라고 떠들며 환자를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

돌팔이들이 환자를 오랜 기간 붙잡아두기만 한다면 환자들은 저절로 완치된 아토피성 피부염을 돌팔이가 고쳐 줬다고 믿게 될 것이다.

게다가 돌팔이들은 그럴듯한 핑계를 활용한다. 환자가 자신의 치료를 받고서 호전됐다면 자신의 치료가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한다. 호전되지 않고 그대로라면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둘러댄다.

증상이 악화된다면 일단 환자에게 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인지 생각해보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다 싶으면 '치료에 몸이 반응하고 있으며 좋아지기 위한 과정'이라는 식의 핑계를 대서 붙잡아 둔다. 질병이 저절로 좋아지는 시기가 올 때까지 의심하고 떠나가지 않게 붙잡아두기만 한다면 환자는 효과가 있다고 착각하고 만족할 수도 있다. 

환자들이 속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상식은 필수다. 보건의료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공공예산을 투입하는 보건의료정책에 환자의 '만족도'는 매우 불충분한 근거라는 사실이 의학에서는 상식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충분한 근거로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

참고문헌

-Wechsler, ME, Kelley, JM, Boyd, IO, et al. Active albuterol or placebo, sham acupuncture, or no intervention in asthma. N Engl J Med 2011;365:119-126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110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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