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e', 또 다시 한의학 비판
'Nature', 또 다시 한의학 비판
  • 강석하 kang@i-sbm.org
  • 승인 2019.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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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한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 과학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Nature>가 또 한의학을 비판했다. 

6월 5일 '한의학에 대한 WHO의 결정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온라인 페이지에서는 눈 위쪽에 뜸을 뜨며 주위로는 침을 꽂고 있는 사진과 함께 "한의학의 많은 치료법들은 효과에 대한 탄탄한 근거가 거의 없다"는 설명을 붙였다.

서두에는 중국에서 한약재로 사용되는 당나귀 가죽에 대한 수요가 늘자 아프리카의 야생 당나귀들이 위기에 처해 나이지리아 정부가 당나귀를 죽이거나 수출하는 일을 법으로 금하는 등 몇몇 국가들이 보호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과 함께 호랑이·코뿔소·해마·천산갑이 한약재로 선호돼 멸종 위기에 놓인 현황을 소개했다. 이 동물들이 약효가 있다는 근거는 희박하며 한의학은 경락과 기라는 근거 없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고 평가했다.

이 논평은 WHO가 최근 승인한 ICD(국제질병분류)-11에 한의학 챕터를 포함시킨 데 대한 비판이다. ICD에 한의학적 진단이 포함되면 비과학적 행위와 근거 없는 철학을 정당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비록 치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더라도 환자들이 한의학적 진단을 받으면 한약을 복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확산시키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거중심적 정보 공유'가 목적이라는 WHO의 항변에 대해서도 <Nature>는 의료는 근거중심적 방법으로 확장돼야 한다며 엄격한 기초 및 임상 연구를 통해 도움이 될 만한 치료법, 플라시보 효과밖에 없는 치료법, 해로운 치료법들을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문장에서는 "인류의 건강에 가장 큰 책임과 권력을 가진 WHO가 적절한 검증을 거치지 않았고 해로울 수도 있는 의학과 손을 잡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자료=There is little substantial evidence for the efficacy of many treatments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Credit: VCG/Gettyⓒ의협신문
자료=There is little substantial evidence for the efficacy of many treatments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Credit: VCG/Gettyⓒ의협신문

2017년에는 논평과 뉴스 기사 한 편을 통해 중국 정부의 중성약(한약제제) 규제 완화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최근 20년간 한의약 산업의 내수와 수출 규모가 급증했으며, 현대의약품에 비해 싼 가격으로 자국민들에게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등의 경제적 이유로 규제를 완화하기로 발표했다.

전통 한의학 처방을 근거로 한 중성약에 대해 허가과정에서의 비용과 시간 절감을 위해 임상시험을 통한 효과와 안전성 검증 없이 의약품 승인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Nature>는 이를 두고 '중국의 퇴보'라고 평가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엄밀한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990년대 유럽에서 한약재 광방기로 인해 100명 이상이 신장에 심각한 손상을 입거나 사망한 사고와 대만 연구진이 발표한 아리스톨로킥산을 함유한 한약이 간암과 관련성이 있으며 현재도 발암 원인이 되는 한약재가 유통되고 있으리라는 우려를 제시한 논문을 사례로 들며 안전성 검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전통이 효과와 안전성의 근거가 될 수 없고, 임상시험을 실시하기 까다롭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핑계는 검증을 회피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의사나 대중, 언론이 한약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일을 막고 있다며 한약의 효과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 기사나 보고서를 검열한 사례들을 제시했다. 특히 보건의료 정책이 정치와 경제 논리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작년에는 중국에서 한약을 비판한 의사가 3개월 징역형에 처해진 소식을, 2014년에는 중국인 의사가 중의사들에게 진맥으로 임신을 맞추면 상금을 주겠다고 내기를 건 소식을 보도하기도 했다.

2017년 아로마타제 억제제로 인해 유발된 유방암 환자의 통증에 대한 침 치료를 검증한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연구결과를 전하는 뉴스기사에서 '암에 대한 침술 연구가 논란이 많은 치료법에 대한 논쟁을 재점화시켰다'는 제목을 달고 대체의학 비판에 가장 명성이 높은 영국 엑시터 대학의 에드짜르트 에른스트 명예교수와 미국 예일대 스티븐 노벨라 교수의 비판적 견해를 같이 소개했다. 

우리나라는 전통의학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중국을 따라잡겠다며 '한의약육성법'을 제정했고, 2005년부터 5년 단위의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제2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의 목표는 '한의약산업 10조원 시장 육성'이었다.

<Nature> 편집진이나 외국의 과학자들이 우리나라의 정책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이웃나라의 상스러운 행위가 비판 받는 모습을 봤으면 우리도 정신을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

Nature의 한의학 관련 논평과 보도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s decision about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could backfi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1726-1

-China to roll back regulations for traditional medicine despite safety concerns

https://www.nature.com/news/china-to-roll-back-regulations-for-traditional-medicine-despite-safety-concerns-1.23038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needs proper scrutiny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7-07650-6

-Chinese physician released after 3 months in jail for criticizing a traditional medicin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4886-8

-Doctor bets against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http://blogs.nature.com/news/2014/10/doctor-bets-against-traditional-chinese-medicin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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