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긴 역사는 장점이 아니다"
"한의학의 긴 역사는 장점이 아니다"
  • 강석하 kang@i-sbm.org
  • 승인 2019.04.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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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한의학을 지지하는 가장 큰 근거로 '오랜 역사'가 거론된다. 한의학은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에 세월의 시험을 통과했고, 역사가 짧은 현대의학보다 강점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의학에서 오랜 역사는 장점이라기보다는 그 반대에 가깝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오랜 역사의 전통의학이 있었다. 몇몇 지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전통의학이 유지되고 있는 반면에 서양에서는 전통의학의 이론과 치료법 모두 폐기됐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사체액설 등의 이론이 사실이 아님을 깨달았고, 대조군 임상시험이 개발돼 검증을 해보고 사혈요법이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전통의학을 검증해 과감하게 폐기시키고 현대의학을 발전시켰다. 약상자에 담긴 쓰레기들을 버리고 좋은 약들로 채워나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좋은 약들을 채우고 있기는 하지만 약상자에 오랫동안 담겨있던 것들이 약인지 쓰레기인지 확인하는 일을 애써 외면한 채 담아두고 있다. 

 

동의보감ⓒ의협신문
동의보감ⓒ의협신문

한의계에서는 동의보감을 자랑하고 있는데 거기에도 쓰레기가 가득하다. 질병에 대한 치료법은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RCT)을 실시해보지 않고서는 플라시보효과 같은 비특이적효과(non-specific effect)를 가려내기 어렵다. 하지만 쉽게 진실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것들도 있는데 동의보감에는 그런 내용들도 즐비하다.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방법이 20가지 정도 적혀있는데 몇 가지 예를 보자. 

- (얼어죽은 사람은) 모전이나 쑥으로 만든 자리로 죽은 사람을 덮고 밧줄로 묶어 평평한 곳에 놓는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가볍게 자리를 말듯 이리저리 뒤집어 사지가 따뜻해지면 살아난다.

-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은) 지폐 1줌을 술병에서 태운 후 급히 술병 입구로 죽은 사람의 얼굴이나 배꼽을 덮고 식으면 바꿔준다. 

- (스스로 목을 매어 죽은 사람은) 급히 닭 볏을 찔러 피를 내어 입 속에 떨어뜨리면 살아난다. 남자는 암탉을, 여자는 수탉을 쓴다. 또, 닭의 흰 똥을 대추알만큼 술에 섞어 콧속에 부어주면 더욱 좋다.

- 갑자기 죽거나, 가위눌려 죽었을 때는 빨리 인중과 엄지발가락 발톱 안쪽에서 부추잎만큼 떨어진 곳에 각각 7장씩 뜸을 뜨면 산다.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판단할 능력조차 없던 것이 아니라면 이런 '부활' 처방이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검증이나 의심 없이 여러 중국의 한의학서적을 거쳐 동의보감에도 기재가 됐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옛날 한의학 서적들에는 빠진 이빨이 자라게 하거나, 흰 머리를 검게 하거나, 탈모를 치료하는 갖가지 처방들이 적혀 있다. 여러 한의서에 적혀 있고 사실이면 좋겠지만, 분명히 효과가 없는 처방들이다. 중금속이나 독초 등 해로운 물질들을 약이라고 제시한 처방들도 많다. 

이렇게 쉽게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처방들이 버젓이 적혀있는 사실을 보면, 임상시험을 해봐야만 효과를 판정할 수 있어서 옛날 사람들은 판단할 수 없었을 처방들은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더욱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오랜 역사나 고서에 적혀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인정해주는 일이 얼마나 몰상식한 일인가? 

한의사들이 자율적으로 조제하는 첩약에 국민건강보험을 지원하는 첩약 급여화가 추진되고 있다. 간단한 의학 상식만 놓고 봐도 그 첩약들이 '부활' 처방과 마찬가지로 쓰레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추론할 수 있다. 한방에 투입할 예산을 우선 검증 작업에 사용해야 한다. (검증 작업을 하는 일조차 예산 낭비일 수 있다.) 검증해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고, 현대의학과 비교했을 때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하다면 사용을 반대할 사람이 있겠는가? 

전통의학은 역사가 길고 현대의학의 역사가 짧은 이유는 인류가 전통의학의 대부분이 쓰레기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의 짧은 역사는 쓰레기를 비웠음을 입증하는 장점이지, 약점이 아니다. 우리도 하루빨리 약상자에 담긴 쓰레기를 치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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