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관리법' 시행 1년..."사각지대 적지 않다"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1년..."사각지대 적지 않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8.01.2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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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임상의사·제약사, 법 개정 요구..."치료제 빠른 등재·급여화 시급"
복지부 "재정 확보 등 현실적 한계"...심평원 삭감행태 비판도 나와
23일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희귀질환관리법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환자단체와 임상 의사들은 희귀질환 치료제의 빠른 등재와 급여화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재정 확보 등 현실적 한계를 언급하며 난색을 표명했다. ⓒ의협신문
23일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희귀질환관리법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환자단체와 임상 의사들, 제약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빠른 등재와 급여화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재정 확보 등 현실적 한계를 언급하며 난색을 표명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환자와 임상 의사들, 제약사의 희귀질환 치료제의 빠른 등재와 급여 확대 요구에 보건복지부는 건보재정 확보 등 현실적 한계 때문에 요구 수용이 쉽지 않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환자단체, 임상 의사, 제약업계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희귀질환자 치료제 급여 확대가 포함되길 기대하고 있지만, 이들의 기대가 실현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23일 국회에서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1년, 앞으로의 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환자단체와 희귀질환자를 직접 진단, 치료하는 임상의사들 특히 제약업계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7년 제정된 희귀질환관리법이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제정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희귀진환관리법이 ▲희귀질환 진단, 치료, 관리를 위한 등록체계 구축 ▲전문기관 운영·전문인력 양성 ▲환자 지원 확대 ▲연구개발 지원 등 근거를 담고 있지만, 관련 정책과 제도는 희귀질환자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희귀질환 치료제 등재와 약가 결정, 본인부담률 적용 등 일련의 과정이 더욱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희귀질환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오지영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이후에도 희귀질환 진단을 위한 유전자 검사 접근성이 떨어지고, 희귀질환 등록체계의 미흡하며, 치료 과정에서도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눈시울까지 적시며 직접 희귀질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로서 경험도 절절히 쏟아냈다. 오 교수는 울먹이며 "선진국에서는 희귀질환에 대해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서 초고가약제의 빠른 급여화를 통해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자 부담 완화를 위한 급여 확대 등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에게 마지막 희망인 희귀질환치료제를 쓰지 못하는 환자의 절망감과 고립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보편적 급여화보다는 선택적 급여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의료 분야 정책 결정 및 추진은 경제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성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 역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희귀의약품과 질환 기준이 다르고 ▲등재율이 일반 신약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등재 소요 기간이 평균 23.5개월로 너무 길다는 점이 문제라며 정책·제도 개선을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김 전무는 제약업계에서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예측 가능한 산정 특례 적용 대상 희귀질환 확대 ▲위험분담제, 경제성 평가 특례제도의 희귀의약품 적용 확대 등 보험등재 절차 개선 ▲식약처 허가 후 급여 결정 전까지 환자 지원을 위한 희귀질환관리법 보강 등을 개선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현민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 ⓒ의협신문
신현민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 ⓒ의협신문

자신이 20년 넘게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난치성 질환자인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희귀·난치성 질환자가 암 환자나 치매 환자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급여 확대를 요구했다.

신 회장은 도입된 지 18년째인 희귀질환자 산정 특례제도에 따라 환자 본인부담금이 20%에서 10%로 인하되는 데 17년이 걸렸지만, 2005년 도입된 암 환자 산정 특례는 본인부담 10%로 시작해 현재 5%로 낮아졌다는 점을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위험분담제, 경제성 평가 등이 비현실적으로 운영되면서 환자의 부담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법적 근거를 담은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채종희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희귀질환의 특성상 진단이 쉽지 않은 데 따른 문제, 새로 개발된 초고가약품의 효율적인 국내 도입과 급여 확대 등을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채 교수는 특히 "한정된 재정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꼭 필요한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면서 "희귀질환자 산정 특례 대상을 보다 유연하게 선정하고, 불필요한 산정 특례로 인한 재정 누수도 확실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의협신문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의협신문

보건복지부는 환자의 부담 완화 요구에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재정 확보의 어려움 등 현실적 한계를 토로했다.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환자 부담 완화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공익적 임상시험 제도화, 의약품 허가 용도 외 처방(오프라벨)에 대한 임상시험 활성화 그리고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약업계의 사회적 책무 부과 등을 제시했다.

곽 과장은 "오프라벨 처방 급여 확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환자 수가 극소수인 소아 희귀질환자에 대해 오프라벨 처방 급여 기준을 달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희귀질환 치료제의 보험등재에 대한 고민도 많다. 지난해 희귀질환 치료제 등재심사를 20건 했는데, 13건은 급여, 2건은 비급여, 5건은 조건부 비급여 결정이 났다"면서 "조건부 비급여는 제약사가 약 가격을 너무 높게 제한 것이 이유다. 가격을 낮추면 급여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제약사가 가격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심평원의 무조건 삭감 횡포...괴롭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환자단체와 임상 의사의 희귀질환 치료제 처방에 대한 심사, 삭감 행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쏟아졌다.

신현민 회장은 "내가 다발성 경화증으로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데 병원에서 심평원에서 삭감해서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심평원에 항의했더니 병원에서 다시 치료를 받으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심평원이 무원칙 심사, 삭감하고 있다. 이는 횡포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약제급여평가위원들도 심평원의 결정에 동조하는 거수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심평원이 이미 결정한 내용에 따라가는 것밖에 하는 일이 없다"며서 "그래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처럼 환자단체 대표도 급평위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문성 부족이 문제면 환자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참여 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채종희 교수도 신 회장의 주장과 비판에 공감을 표했다. 채 교수는 "희귀질환제 처방에 대한 심평원의 심사가 전문적이지 못하다. 일단 삭감부터 하고 이의제기를 하면 삭감을 멈추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유전자 검사도 한 번 이외에는 삭감한다. 심지어 검사 결과가 양성이 나와도 삭감하는 경우가 있다. 희귀질환자를 치료하는 현장의 임상 의사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괴롭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명섭 과장은 "급평위 산하에 소위원회들이 별도로 구성돼 있고, 소위원회에는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며 논의를 주도한다"며 심평원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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