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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약계. 복잡한 약가제도 놓고 '동상이몽'

가입자-약계. 복잡한 약가제도 놓고 '동상이몽'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7.01.2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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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평가 미흡, 규제만 완화" VS "약가 OECD 절반 수준"
복지부 "약가결정 과정 투명...약품비 고정예산제 도입 검토"

 
복잡한 건강보험 약가결정구조에 대한 건강보험 가입자와 약계의 엇갈린 시선이 극명하게 대립했다. 가입자는 약가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가 미흡하다고 주장했고, 제약계는 우리나라 약가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어서 높지 않다고 맞섰다.

정부는 현행 제도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환자의 접근성 확대와 지속 가능한 약제비 운영을 위해 연간 전체 약품비 총액을 고정적으로 정해 운영하는 일종의 총액예산 방식의 '약품비 고정예산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일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혁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현행 약가결정구조에 대한 가입자와 제약계의 극명한 시각차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지난 2006년 시행된 약가 선별지급제의 취지가 퇴색하고 정부가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약가 관련 규제를 무분별하게 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선별등재·지급제는 약가 결정에 약의 가치를 반영하는 실효성 있는 제도다. 비용효과성 원칙을 기조로 약가제도가 작동하도록 하는 형태"라면서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 정부가 약가를 우대하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향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그 실효성이 퇴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 허가기간 단축, 일부 약품의 임상시험 생약 허용, 등재기간 단축 ICER 값 인상 등 규제 완화 정책들에 대해 명확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ICER 값은 환자가 1년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약값으로, 통상 국민 1인당 GDP 수준으로 정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최근 ICER 값을 2배 수준으로 인상해 야당과 시민사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이런 규제 완화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 획기적 의약품 허가 특례 결정 과정도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알아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제약기업 CEO들을 만나서 민원을 듣고 결정됐다고 하더라. 이런 정책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병등재·지급제 방식을 원래대로 시행하고 재정 형평성을 유지하면서 각종 특례제와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효과성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국희 한림의대 교수 역시 경제성 평가 등 근거에 기반한 약가결정방식으로의 제도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 교수는 "선별등재·지급제는 입증된 가치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약가 결정에는 임상적 효용성과 안전성, 더불어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약계에서 우리나라 약가결정구조가 복잡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 이원화돼 있다고 주장하는데, 사전상담과 제약사 설명회도 허용하고 평가 결과도 공개하는 등 투명화를 위해 노력해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신약이라고 무조건 새로운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개선 효과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는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환자가 적어 입증자료 생산이 어렵다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면서 "약가결정구조가 사회적 합의가 아닌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 역시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성호 다국적의약산업협회 전무는 우리나라의 약가가 높은 수준이 결코 아니며 일부 환자들의 고약가에 대한 부담은 급여약이 아닌 비싼 비급여 약이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무는 "보험약제 때문에 집을 팔고 파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부 가격이 높은 비급여 약들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가격통제방식의 약가결정구조가 사용량 과다로 이어졌고 약제비 부담의 결과를 낳았다"면서 . "사용량은 줄이 않으면서 약가만 쥐어짜는 방식은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약가는 OECD 평균 약가의 45% 수준으로 전체적으로 높지 않다. 우리나라 약가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참조한다는 측면에서 적정한 약가 결정은 제약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현행 약가제도는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약가결정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단기적 방안으로 위험분담제 확대를 제안했다.

김 전무는 "단기적으로 약가를 환급하는 방식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차익만큼 제약사가 환급해 환자에게 보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재정 중립적이어서 지속 가능한 약제비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일단 현행 제도에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개선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개선하겠다는 원론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일종의 약제비 총액예산제인 '약품비 고정예산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보험약가제도 시행의 원칙이 환자 접근성 확대와 지속 가능한 약제비 관리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고 과장은 "현행 약가결정구조는 투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건보공단 약가협상에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환자단체, 시민단체가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약품비가 2000년에 비해 3배 늘었는데, 이는 인구와 노인 증가, 진료비 증가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 약품비 비중을 따져야 한다. 2006년 이전에는 약품비 비중 높았으나. 최근에는 26% 정도다. 현재 제도는 개별약가 인하가 쟁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약의 기본 평가는 임상적 유효성 개선 여부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경제성 평가를 할 수 없는 약제들은 다른 방식으로 약가를 산정한다. 때문에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에는 탄력적인 약가결정구조를 적용하고 잇다. 항암제, 희귀질환은 탄력적으로 하고 있다"고도 했다.

끝으로 "약가제도에 시장경제 기전을 도입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10년 전에 등재된 복제약이나 최근에 등재된 약에 같은 약가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향후 약품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외국의 연구용역 결과를 검토하고 약품비 증가율, 약제비의 건강보험 재정 비율 등을 검토해서 전체 약품비를 예측 가능하고 안전성 있게 유지하도록 하는 '약품비 고정예산제' 같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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