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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건보 교란도 모자라 '건강관리서비스'까지?

실손보험, 건보 교란도 모자라 '건강관리서비스'까지?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12.0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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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개발원, 건보공단 활용 헬스케어서비스 방안 제시
정형선 교수 "민영보험은 공보험 틈새 활성화만" 일침

▲ "민영보험은 틈새시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를 논의해야지, 공적 제도를 틀어버리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 보험개발원 세미나. ⓒ의협신문 박소영
정형선 연세대학교 교수가 '건강관리서비스'까지 넘보는 보험업계에 따끔하게 일침했다.

정 교수는 "스마트 헬스케어가 저렴하면서도 도움이 되는 것은 맞으나 민영보험은 어디까지나 공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맞다. 민영보험이 공보험을 틀어버리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산업의 헬스케어서비스 활용방안 정책세미나'를 30일 코리안리빌딩에서 열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 교수는 "많은 이들이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의 표본으로 미국을 든다. 그러나 미국은 이단아다. 의료제도가 빵점"이라며 "미국 국민들은 비싼 의료비로 고생한다. 건강관리서비스의 핵심은 경제적 부담 없이 서비스를 받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영보험은 공보험의 보조역할을 해야 하며 우리나라는 이같은 시스템이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영보험은 틈새시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를 논의해야지, 공적 제도를 틀어버리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말 '저렴하고 효율적인 건강관리 서비스 상품'을 제공하고 싶었다면 이런 토론은 건보공단이나 학계에서 해야 한다. 보험개발원에서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의도 자체는 아니었을지 모르나 여러 의혹을 살 수 있다"고 꼬집었다.

"보험업계에서 건강관리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서는 게 뭐가 문제인지 알려주겠다"고 선언한 정 교수는 "1년마다 갱신하는 사보험이 환자 건강관리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은가? 건강관리는 장기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미 건보공단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40세 이상에겐 2년에 한 번씩 전국민 건강검진을 실시하며, 이를 통해 건보공단에는 충분히 좋은 자료들이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보험사가 공략하는 것은 모르겠으나, 기본적인 건강관리서비스는 공보험이 메인"이라며 "실손보험이 들어온 후 어떻게 됐나. 공보험을 교란하고 있다. 보험사는 상품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잔뜩 만들어 팔면서 손해율 타령을 하는데, 이 점도 공보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민영보험 유무에 따라 의료비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아는가"라며 "그 영향이 앞으로는 건강관리서비스에까지 미칠까 두렵다"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하다하다 안 되니 이젠 건보공단을?
이날 보험개발원은 전 세계 트렌드에 반하는 국내 규제를 비판하며, 향후 헬스케어서비스 확대 방안으로 건보공단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의료기관에서 환자 진료 후 결과를 통지하면 건보공단에서 환자를 위험군과 정상군으로 구분한 후 비의료기관에서 위험군에게 전화 및 문자 등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게 골자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일본, 호주의 건강생활 서비스는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병명이나 건강상태 규명과 그에 따른 적절한 처방, 문자나 전화 및 이메일을 통한 생활습관 개선 권유 등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국내 법상 비의료기관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보험산업은 판례상 부수업무 및 자회사 형태로 비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으나 현 법제 하에서는 제한적"이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활용한 건강서비스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건보공단이 대상자를 선정해 수진권을 발행하면 의료기관은 환자 상담 후 처방전을 발행하는 것이다. 이후 건보공단은 이를 토대로 고위험건강군, 건강위험군, 정상인으로 나눠 그에 맞는 건강서비스를 하자는 것.

건보공단은 고위험군 및 건강위험군에게 '건강수준별 건강생활서비스 이용권'을 제공하며, 정상인에게는 결과 및 기본정보만 제공한다.

그 이후 비의료기관에서 간호사나 약사, 이학요법사 등이 처방전에 따라 문자나 전화 등을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 및 건강평가를 진행한 후 이를 다시 건보공단과 환자에게 통지하는 안이다.

조 연구위원은 "현재 건보공단은 검진결과만 제공하고 처방전에 기초한 실천지원이 부재하다"며 "의료기관이 처방전을 발행하므로 비의료기관에서는 의료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며, 이는 건보공단의 역할을 강화해 의료민영화 논란도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대한의사협회가 진행 중인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건보공단을 활용함으로써 의료민영화 논란을 교묘하게 피해간다는 비난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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