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CCTV로 조제 감독은 '직접조제' 아냐"
법원 "CCTV로 조제 감독은 '직접조제' 아냐"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1.0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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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A병원 108일 업무정지 처분 "타당"
"약사 근무 시간외 직원 의약품 조제는 허용 안돼"

▲ 서울행정법원 전경

의사가 CCTV로 감시하며 약사가 아닌 직원에게 의약품 조제를 지시하는 행위는 약사법상 '직접조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3일 A병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2016구합68588)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병원은 2011년 3월 내부자 제보를 근거로 경찰 압수 수색을 받았다. 검찰은 약사가 출근하지 않는 시간에 약사 면허가 없는 직원 등에게 입원환자에 대한 의약품을 조제하도록 지시해 조제료등을 지급받는가 하면 식당을 위탁 운영했음에도 직영가산금을 청구하고, 응급의료관리료를 부당청구한 혐의가 있다며 A병원장 등을 약사법 위반과 사기죄로 고발했다.

A병원장은 "약사가 3일간 출근하면서 실제 조제업무를 했고, 약사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는 조제실에 CCTV를 설치해 의사가 조제실 직원의 조제과정을 지켜봤다"며 "약사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입원환자에 대한 의사의 직접조제"라고 주장했다.

식대 직영가산에 대해서도 "영양사와 조리사를 직접 채용했고, 월급과 4대 보험료를 병원에서 지급했다"면서 사기죄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A병원장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지방법원은 2012년 1월 17일 벌금 2000만원을 선고(2011고단4199)했다. 항소심(부산지법 2012노367)·상고심(대법원 2012도10050) 모두 기각, 벌금형이 확정됐다.

A병원장은 상고심을 진행하면서 약사법 제23조 제4항의 '자신이 직접' 부분에 대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직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2013헌바422)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2015년 7월 30일 약사법 제23조 제4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자신이 직접'의 의미는 의약품 조제를 처방에서 교부까지 의사 자신이 손수 하거나 이에 준한다고 볼 수 있는 정도의 지휘·감독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한정된다"며 "일반적으로 입원환자가 있는 병원에는 의사 외에도 진료활동을 보조하는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이 있고, 의사가 간호사의 보조를 받아 진료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간호사의 보조를 받아 의약품을 조제하는 것은 허용된다. 다만, 조제행위의 특성이나 간호사의 진료보조의 한계 때문에 의사의 간호사에 대한 일반적인 지도·감독에 의한 조제행위의 위임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의사가 손수 의약품을 조제한 것에 준한다고 볼 수 있는 정도의 지휘·감독하에 이루어진 경우에만 의사의 지시에 의한 간호사의 조제행위를 의사의 조제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입원환자 식대가산 부당청구(5억 1525만원)·무자격자가 제조한 약제비 부당청구(17억 7358만원)·응급의료 관리료 부당청구(1349만 원) 등 총 23억 232만원을 환수 조치한다고 통보했다.

A병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집행정지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2016년 10월 14일 대법원(2016무739)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환수처분이 진행됐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법원 판결을 근거로 A병원에 대해 108일(2016년 9월 7일∼12월 23일) 동안 요양기관 업무정지와 79일(2016년 9월 7일∼11월 24일) 동안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A병원장의 변호를 맡은 김주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보건복지부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108일은 너무나 과중하다"며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식대가산금·약제비·응급의료 관리비 등을 부당청구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었으므로 업무정지처분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없다"는 보건복지부 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병원 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입원환자에 대해 의사가 직접조제했다"는 A병원장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한 병원계 관계자는 "200병상급 의료기관은 주 40시간 근무제·야간 조제·연월차·휴일 및 공휴일 등을 고려하면 최소 8명의 약사를 채용해야 정상적인 조제가 가능하다"면서  "상당수 중소병원이 1∼2명의 약사를 채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원환자에 대한 조제와 투약은 24시간 환자를 살피며 치료와 투약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언급한 이 관계자는  "현행 약사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상당수 병원들이 약사법 위반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2007년 10월 25일 선고한 판결(2006도4418)을 통해 "의사와 약사가 환자 치료를 위한 역할을 분담하여 처방 및 조제 내용을 서로 점검·협력함으로써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투약을 방지하고 의사의 처방전을 공개함으로써 환자에게 처방된 약의 정보를 알 수 있게 하려는 의약분업 제도의 목적 및 취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약사법의 관련 규정, 국민건강에 대한 침해 우려, 약화 사고의 발생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의사의 지시에 따른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를 '의사 자신의 직접 조제행위'로 법률상 평가할 수 있으려면 의사가 실제로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지휘·감독을 하였거나 적어도 당해 의료기관의 규모와 입원환자의 수, 조제실의 위치, 사용되는 의약품의 종류와 효능 등에 비추어 그러한 지휘·감독이 실질적으로 가능하였던 것으로 인정되고, 또 의사의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도 제대로 이루어진 경우라야만 할 것"이라고 밝혀 매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의사의 지시에 따른 간호사의 조제행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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