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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법은 사회적 합의의 결과"

"연명의료법은 사회적 합의의 결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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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학 교수, 법 제정은 대화의 시작...더 발전할 것 기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연명의료법안)이 8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하는데, 연명의료중단결정이란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을 말한다.

연명의료를 중단한 의사를 살인방조죄로 처벌했던 1997년 12월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18년만에 이 법이 마련됨으로써 늦었지만 앞으로 연명의료중단결정을 제도화해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고 환자의 존엄과 가치가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려면 여러 가지 보완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연명의료에 대한 기본 원칙, 연명의료결정의 관리체계, 그리고 연명의료의 결정 및 그 이행 등에 필요한 사항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정해야할 일이 많다.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으로 법안 초안을 만든 후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법안을 만드는데 도움을 줬던 이일학 연세의대 교수(의료법윤리학)를 만나 법 제정의 의의, 그리고 앞으로 과제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편집자>

 

Q.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18년만에 연명의료법이 제정됐다.  그간 우여곡절도 많았다.
연명의료법이 통과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4가지 사항에 대해서만 적용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 연명의료결정 대상 항목을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더 필요하다.

법을 만들 때 반대하는 쪽을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연명의료법안은 보라매병원 사건 이전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반대하는 의견이 강했기 때문에 법 제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9년 김 할머니 사건 이후부터 5년 동안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국가생명윤리위원회에서 권고안을 발표한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 할머니 사건 이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고, 보건복지부가 법안을 만들기 위해 연구용역을 줬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에서 2013년 11월 공청회를 열고 법 초안을 바탕으로 사회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법안을 너무 급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가 컸다. 의사의 결정으로 환자가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들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같은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2015년 8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실의 도움으로 최종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국회에서 통과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해프닝으로 4가지 사항만 포함됐는데, 어떻게든 타협을 하고 법을 제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연명의료결정을 공식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번에 제정된 법안은 무엇보다 연명의료에 대해 환자가 주도권을 가졌다는 것이다. 환자 본인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명시됐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의료진들이 법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명의료를 두고 이분법적인 생각을 할까봐 걱정이다. 연명의료 대상 환자의 특징을 공감하고, 진료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각 의료단체 등에서 연명의료와 관련된 교육을 적극적으로 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시행령 및 시행규칙은 법의 원칙을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

Q. 시행은 오는 2018년부터다. 연명의료계획서·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내용, 등록·보관, 변경·철회 등에 관한 사항을 어떻게 준비하면 되나?
앞으로 의료기관이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준비해야 한다. 일관된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의사 2명이 확인을 해야 한다. 법에 따르면, 주치의 이외에 어떤 전문의사와 의사결정을 하도록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얻어진 결과를 의무기록에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일괄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무엇이 앞으로 변화될 것인지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이 정부가 지원해줘야 할 부분이다. 병원에서 알아서 하라고 해서는 안된다.

계획서와 의향서 서식을 통일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계획서는 표준화된 서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의향서는 현재 환자 본인이 그냥 종이에 작성하는 경우도 있고, 병원마다 양식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표준화가 필요하다.

 
의향서를 통일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의향서에 기본적(공통적)으로 포함돼야 할 내용들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의향서 등의 서류를 등록하는 기관(연명의료 의료기관, 별도의 등록기관)에서 서류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를 해야 한다.

Q.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 공용윤리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이 궁금하다.
국립연명의료기관은 여러 가지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연명의료와 관련해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의사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내야 한다.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도 필요하다. 기관과 연명의료위원회는 특정 병원에 위임할 수 있을 것이다.

공용윤리위원회는 결국 인력의 문제, 자원의 문제이다. 이것을 지원하자는 것이 법의 의도이다. 병원윤리위원회가 없는 기관에서 공용윤리위원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는 급성기 뿐만 아니라 요양병원에 입원환 환자에서도 연명의료가 결정될 수 있다. 이런 기관에서 공용윤리위원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Q. 그동안 병원의료윤리위원회는 어떤 식으로 운영됐나?
현재 윤리위원회는 종합병원에 다 있다. 그런데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일관성있는 업무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윤리위원회의 운영을 효율화, 그리고 합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기에 맞게 인력도 갖춰야 한다. 특화된 훈련을 받은 인력이 필요하다.

병원별로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각 병원마다 법, 윤리를 전공하는 사람, 법률팀 등이 위원회에서 활동을 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활동에는 제한적이었다.

이번 법안에서는 환자의 결정이 없을 때 윤리위원회의 결정이 명시됐지만, 예전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윤리위원회의 결정과 법의 구조가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병원윤리위원회 위원에 대한 교육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인력이 적절히 충원되고 강화되기 보다는 명맥을 유지하는 형태로 운영됐던 것이 사실이다. 어찌보면 초기단계라고 본다.

앞으로 병원윤리위원회의 활동이 확장돼야 한다. 계속 강조하는 것이지만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위원 대상 교육, 병원 의료인 대상 교육, 그리고 윤리와 관련된 의학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자문역할을 해야 한다.

임상윤리자문가로서의 역할을 위원회에 소속된 위원이 해야 한다. 병원에서 윤리와 관련된 자문을 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확대돼야 한다.

 
Q. 이번 법에서는 호스피스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암환자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일정한 범위의 말기환자에게 확대 적용하도록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호스피스를 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이번 법안에서 재확인 한 것이다. 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에서도 호스피스를 할 수 있도록 확대한 것이 이번 법안의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암 중심으로 호스피스를 이해하는데, 그렇지 않다. 다양한 질환이 호스피스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법에서는 치매환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앞으로 치매환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주요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Q. 연명의료중단결정을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4가지로 한정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4가지 이외에 연명의료를 하는 환자들이 너무 많다. 연세의료원만 해도 줄이고 줄여도 11개가 나왔다. 예를들면 4개 이외의 7개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연명의료치료에서 소외될 수 있을 것이다. 환자 및 가족들의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병원에서는 4개만 법에서 정했기 때문에 나머지에 대해 곤란해할 수도 있다.

이번 법에서는 곧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들이 대상이다. 그런데 곧은 아니지만 몇개월 후에 사망 등이 우려되는 환자들은 연명의료중단결정의 경계선에 있는 환자들이다. 이런 상황에 있는 환자들이 더 소외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고 답을 빨리 찾아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연명의료법안은 사회적 합의의 결과이다. 그리고 대화의 시작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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