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권한' 탐내다 '신뢰' 잃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권한' 탐내다 '신뢰' 잃었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8.18 12:20
  • 댓글 5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정' 보다 권력적 권한 의존...자발성·신뢰 형성 방해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 "분쟁조정법 권력적 조항 개선해야"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의협신문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의협신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의 조정·중재 성과가 미비한 이유는 권력적 권한에 의존해 성과를 내겠다는 잘못된 자기 인식과 위치 설정으로 의료계의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는 대한의사협회지 최근호 오피니언에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발전 방향'을 통해 "의료사고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해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에게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면서 "중재원이 내걸고 있는 미션과 비전도 이와 다르지 않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중재원의 외형적 성과에 대해 2014년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중재원과 한국소비자원을 비교한 자료를 예로 들었다.

당시 김 의원은 소비자원은 전체 의료분쟁 상담 3만 7335건 가운데 피해구제 981건, 분쟁조정 617건으로 4.3%를 구제·조정했지만, 중재원은 전체 상담 3만 6099건 가운데 3.9%(1397건)를 조정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연간 예산은 소비자원이 10억원인데 비해 중재원은 129억원으로 13배 가량 많고, 담당 인력 역시 소비자원은 22명이지만 중재원은 71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중재원은 피신청인이 조정절차에 응하지 아니하면 조정이 진행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 조정법 제27조 8항(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피신청인이 조정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조정중재원에 통지함으로써 조정절차를 개시한다.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조정절차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 원장은 조정신청을 각하한다)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응대했다.

중재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원입법도 추진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은 지난해 3월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환자가 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의료인이나 병원의 동의없이도 조정절차가 시작되는 내용을 담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발의, 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은 지난 5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가 환자가 아닌 제3자에게 의료기록 등을 예외적으로 열람하거나 사본을 교부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교수는 "중재원은 소비자원에 비해 매우 우월적인 법적·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지만 소비자원으로 통폐합돼야 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성과가 미비하다"면서 "중재원이 조정의 본질에 충실하기보다는 권력적 권한 의존해 성과를 내겠다는 잘못된 자기인식과 위치설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문제의 핵심을 지적했다.

"중재원은 법에 의해 의료사고감정단을 설치·운영할 수 있고, 감정위원을 40명까지 둘 수 있지만 소비자원은 아예 이런 감정단이 없다"고 설명한 박 교수는 "중재원은 5명으로 구성되는 감정부와 조정부에 필수적으로 검사와 판사가 각각 1명씩 참여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소비자원은 권위 있는 인력의 도움을 받을 법적 근거도 없다"고 비교했다.

또한 "중재원의 감정위원 또는 조사관은 의료사고가 발생한 의료기관에 출입해 관련 문서 또는 물건을 조사·열람·복사할 수 있고, 의료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방해·기피하면 3000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중재원은 손해배상대불금제도·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등 법적 지원과 재정적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소비자원은 법적·재정적 지원이 전혀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재판은 법원이 권력적으로 분쟁을 해결하지만 조정은 당사자의 자발성, 조정인의 중립성과 공정성·비공개성·비밀보장 등의 보편적인 특성이 있다"며 중재원이 지향해야 할 조정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2012년 4월 출범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은 상호 양해가 필수적이며, 양 당사자의 자발성과 신뢰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박 교수는 "조정은 조정인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당사자의 자발성과 신뢰에 기초해 상호 양해를 도모해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라면서 "실제 소비자원에서 운영하는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위원회의 구성, 위원의 신분 보장, 위원의 제척·기피·회피, 분쟁조정 기간 및 효력, 민사조정법 준용 등 최소한의 법적 토대 위에서 철저한 중립과 당사자 간의 상호 신뢰와 양해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중재원은 중립적 입장에서 당사자의 상호신뢰와 상호양보를 통해 조정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오히려 권력적 수단을 추구하고, 권력적 수단이 미흡하다고 주장하면서 의료인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고 진단한 뒤 "중재원의 자기인식과 위치 설정에서의 결함은 중재원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의료사고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 자체가 잘못된 관점에서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재원의 양측 당사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오로지 이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그쳤어야 했다"고 밝힌 박 교수는 "그러나 의료분쟁조정법에 여러 권력적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의료인의 불신을 야기하고, 조정의 실패를 초래했다"면서 "중재원이 추구하는 권력적 권한이 오히려 당사자의 자발성과 신뢰에 바탕을 둔 조정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중재원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나 국회도 중재의 본질을 이해하고,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중재원은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통해 국민과 의료인이 신뢰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박국수 중재원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와 관련, "자동개시에 대해 의료계의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의료인들의 조정절차 참여율을 높여야 조정기구가 활성화되고, 자동개시에 대한 요구도 잦아들 것"이라며 "조정개시율이 적어도 70∼80%는 돼야 한다. 임기 동안 조정 개시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재원이 최근 발표한 <2014년도 의료분쟁조정·중재 통계연보>를 보면 2014년 조정신청 1895건 가운데 864건을 개시, 45.7%의 조정개시율을 보였다. 조정개시율은 2013년 39.7%에 비해 6.0p 증가했다.

상담건수는 4만 5096건으로 2013년 3만 6099건에 비해 8997건이 늘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