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된 의학한림원, 변해야 산다"

"열살된 의학한림원, 변해야 산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4.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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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학한림원 30일 창립 10주년 기념 포럼 열어
정책자문 역할 위해 법에 근거한 단체로 거듭나는 것 필수

대한민국의학한림원(NAMOK)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의 학술아카데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난 10년의 활동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영국·스의스 등 선진국에서 법에 근거한 의학한림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듯이 대한민국의학한림원도 법에 근거해 새롭게 출범해야 하고, 전문가단체로서 정부에 정책자문을 하기 위해서는 학술 및 정책활동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월 30일 오후 1시 30분 조선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창립 10주년 기념 포럼에서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의학한림원의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는 홍완기 박사(텍사스대학교 MD앤더슨 암센터)가 미국의학한림원(IOM)에 대해 소개했고, 배종면 교수(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책개발위원)가 '국외 의학아카데미 현황에 따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위상 제고', 임정기 교수(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호장)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나아갈 길'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먼저 배종면 교수는 국외에서 각 나라를 대표하는 학술아카데미 단체 가운데 의학을 주된 영역으로 내세우는 아카데미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설립목적 및 운영목표, 주된 활동내용에 대해 비교했다.

배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과학아카데미를 지역별로 연결하는 네트워크(IAMP)에 의학한림원(NAMOK)이 회원으로 빠른 시일내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나라에서 의학 관련 아카데미는 정부정책 및 사회 여론에 전문가로의 자문역할을 해내는 것을 활동 목적으로 삼고 있다"며 "의학한림원도 운영 목적과 활동 목표를 보다 명확히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비영리기구로서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하므로 안정적인 운영비 확보의 다각화가 필요하며, 학술발전을 위한 개인 기부가 쉽게 이루어지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확보하고 산업계의 기부에 있어 이해상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체제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임정기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회장이 '한림원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임정기 교수는 "의학한림원이 국민건강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책임있는 정책 자문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동안 의학한림원이 고유의 영역에서 활동해 왔고, 과학기술한림원과 공학한림원의 입법 선례에 충분히 부합하기 때문에 입법의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미국·영국·스위스 등은 의학한림원이 법에 근거를 두고 활동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이제는 법에 근거한 의학한림원이 새롭게 출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의학한림원이 법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림원 고유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며 ▲학술활동 강화 ▲정책활동 강화 ▲분회 활동의 강화 ▲회원 전문분야의 확장 ▲재정의 건전화 ▲행정지원의 강화 ▲의학한림원 회원들의 참여의식 고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학술적 리더로서 정부의 정책자문을 통한 국민건강의 향상이라는 본연의 목표 달성에 한층 더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 하며, '국가연구평의회'를 만들어 학술아카데미 단체가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의학한림원의 발전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신희섭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은 "의학한림원이 최고 수준의 정책자문을 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전문성과 관점의 중립성·독립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과학기술한림원(KAST)과 의학한림원(NAMOK)의 활동 내용과 회원들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 한림원 간 본격적인 논의를 통해 가칭 국가연구협의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유정열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학술담당 부원장도 "복수의 아카데미 단체들이 경쟁적 입장에 서게 될 개연성이 크다"며 "이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범부처적으로 더 나아가 범국가적으로 석할들의 지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구인 국가연구평의회. 한국아카데미연합회, 또는 한국한림원연합회의 설립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정부에서 의료정책을 올바르게 수립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신뢰하고, 공공성과 전문성을 갖추며, 과학을 기초로 해 근거 자료를 토대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한데, 그깃이 바로 의학한림원"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국가연구평의회(NRC)는 미국아카데미연합 학술활동의 중심체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의학한림원도 이같은 기능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법정단체가 되어야 하는데는 동감한다. 그러나 의료법에 국한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의학한림원의 목표지향점을 보다 명확하게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한의학 관련 석학들을 포함시키는 것이 당장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신성식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의료계의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집단은 대한의사협회인데, 의협은 지난 10년간 내부적으로 갈등만 겪다보니 국민건강을 위한 노력에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의학한림원이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국민건강을 위한 정책자문 등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성 대한의학회 차기회장은 "의학한림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소신있는 학자들의 헌신이 필요하다"며 "특히 법적 단체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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