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말해주지 않는...' 원격의료 10문 10답

'정부가 말해주지 않는...' 원격의료 10문 10답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3.11.2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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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단체연합, 원격의료 문제점 담은 소책자 발간
"정부, 재벌기업 이익 위해 원격의료 도입 강행" 비난

원격의료의 문제점을 파헤친 대국민 '홍보물'이 발간됐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0일 원격의료의 문제점을 정리해 '정부가 말해주지 않는, 그러나 꼭 알아야 할 원격의료 10문 10답'이라는 제목으로 홍보용 소책자를 발간, 본격적인 배포에 나섰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를 통해 원격의료에 대한 비용과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가 원격의료 대상자라고 규정한 만성질환·장애인·산간 벽지의 국민들에게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원격의료가 아니라 적절한 공공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원격의료와 건강생활서비스법과의 관련성을 짚으면서, 원격의료가 IT재벌과 대기업들의 의료공공성을 침해하는 정책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꼬집으며, 원격의료 시행계획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이 정리한 '정부가 말해주지 않는, 그러나 꼭 알아야 할' 원격의료의 문제점들을 지면으로 옮겨보았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의 '원격의료 10문 10답' 소책자.
1. 원격의료를 하면 병원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니 환자들은 더 편해지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안전하지 않아 결국은 병원에 가야 한다. 치료 안전성이 없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어떤 나라도 지금 한국정부가 계획하는 것처럼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꼭 필요한 건강 정보가 이용 중에 삭제되거나 분실되면 그것도 낭패다. 소중하고 은밀한 개인 건강 정보가 원격진료 와중에 제3자에게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2. 원격의료로 진료 받으면, 진료비가 더 싸지는 것 아닌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큰 문제가 원격의료는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각 가정에서 원격의료 장비를 갖추는 데 필요한 돈만 하더라도 최소 100~15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원격의료장비를 갖추는 비용보다 유지비용이 더 들 수 있다. 이미 SKT·KT·삼성전자 등 IT기업들은 대형병원과 손잡고 원격의료의 기반이 되는 유헬스 사업에 수백~수천억원을 투자했고 투자할 예정이다. 재벌들은 이 투자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고스란히 국민들 주머니에서 빼내갈 것이다.

3.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와 도서·산간지역 주민들에게는 그래도 필요한 제도 아닌가?
꼭 그렇지 않다. 만성질환 환자들의 건강관리를 단순히 혈당수치와 혈압 등의 데이터 전송만으로 원격으로만 처방 하게 되면 약물조절에만 의존하게 된다. 더욱 큰 문제는 원격의료는 위험스러운 합병증을 놓치거나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환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으며 만성질환환자들의 약물의존도만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병원이 없는 도서·산간지역 주민들도 약물치료외에 건강관리 및 다양한 건강상담을 받을 권리가 있다. 원격의료를 운영할 돈이 있다면 병원이 없는 도서·산간지역에 우선 병원부터 짓고 의사를 배치해야 한다.

4. 정부는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건강(생활)관리서비스'라는 것도 같이 하면 좋다고 하던데?
'건강(생활)관리서비스'는 만성질환자에게 필요한 상담·교육·식이 및 운동처방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지금도 보건소와 공공의료기관 일부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 서비스를 별도로 돈 받고 파는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입장이다. 건강(생활)관리서비스를 영상이나 음성 등을 통해 원격으로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으로,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곧바로 건강(생활)관리서비스 시장이 만들어지고, 건강관리에 필수적인 만성질환 상담·교육 등도 돈 내고 사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5. 삼성이나 LGU·SKT·KT 같은 재벌들은 왜 원격의료를 찬성하나?
정부가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이유가 IT재벌기업들이 의료사업에 뛰어들어 돈을 벌도록 허용하는 것이니 이런 기업들이 두팔 벌려 환영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 IT업체들이 원격의료 도입 추진세력이기도 하며, 오래전부터 원격의료를 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어왔다. 그동안 호황을 누렸던 핸드폰·통신사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포화상태가 되면서 새로운 상품이 필요해진 재벌 IT 기업들이 이른바 '건강관리'를 새로운 상품으로 내놓고 있고, 이것이 바로 원격의료와 건강(생활)관리서비스다.

6. 선진국인 미국도 한다는데 우리나라도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미국에서는 원격의료를 일부 시행하고 있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병원이 들어서기 너무 어려운 지역, 즉 네바다주나 알래스카 등 사막이나 극지방 지역이나 전쟁으로 해외에 파병되어 있는 초소 근무 군인들에 한해 이뤄지고 있으며,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진료비가 너무 비싸 일부 보험회사와 기업들이 의사진료 대신 상대적으로 싼 원격의료라도 받으라고 하는 것이다. 미국은 국민총생산의 1/6을 의료비에 쓰면서도 보험증이 아예 없는 사람이 5천만 명이나 되는 나라다.

7. 무상의료를 하고 있는 유럽국가 및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은 원격의료를 하고 있나?
유럽 국가 중에서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는 나라들이 있다. 그러나 EU 대부분이 높은 공공병원 비중과 무상의료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더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무상의료제도의 보완적 성격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지 돈을 벌기위한 대규모 원격의료가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유럽에서 가장 원격의료가 활성화 된 노르웨이의 경우에도, 주로 북극에 가까운 의료취약지역에서 국가기관 및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나머지 국가들은 아직 법적으로 원격의료를 규제하고 있거나, 개인정보보호·의료사고와 관련된 책임소재규정 등의 문제로 원격의료에 대한 논란이 많아 시범사업만 운영되고 있다.

8. 원격조제가 이루어지면 약국을 안가도 돼서 편리하다는데 약값부담은 줄어드는 것 아닌가?
원격의료가 일부 시행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원격조제도 일부 허용되고 있다. 이렇게 원격조제가 허용되다보니 의약품 배송기업이 만들어졌고 처음에는 약을 배달받으면 편리하고 가격도 싸진다고 선전되었지만 지금은 약값이 더 들고 의약품 사고가 문제가 되고 있다. 대형기업들이 약을 직접 조제·배송 하다보니 약값이 더 싼 복제약(제네릭) 보다는 리베이트를 많이 받는 비싼 약을 위주로 조제하기도 한다. 게다가 원격조제는 문서로만 복용방법이나 흡입제나 외용제 사용법을 전달할 수밖에 없어 약의 용법이나 용량 등에 오류가 생겨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9. 그런데 왜 정부에서는 자꾸 원격의료를 하려고 하나?
정부는 국민들의 의료기관 접근성을 높이고 건강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원격의료를 도입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살펴보았듯 이는 오히려 의료비를 상승시킬 것이고 아직 그 안전성이 검증되지 못해 환자들에게 위험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원격의료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진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헬스와 원격의료'를 꼭 해야한다고 여러차례 말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헬스와 원격의료를 '창조경제' 라고 말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줄지 몰라도, 국민 개개인에게는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고 민영화된 의료제도를 안겨주는 것이다.

10. 원격의료를 반대한다면 대면진료를 받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은 어떤게 있을까?
현재의 의료체계는 지역적 의료불균형은 심하고 돈벌이 중심 진료가 너무 많아 필요한 치료를 필요한 곳에서 제때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공공의료기관이 너무나 적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격의료로 재벌에 퍼줄 돈으로 부족한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더 높여야 하며, 돈벌이 중심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고 기본적인 의료접근권을 향상시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평범한 국민 모두의 의료접근권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의료를 시장에 내맡기는 게 아니라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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