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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무서우면 어떻게 의사 하나?"

"폭력이 무서우면 어떻게 의사 하나?"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7.2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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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대표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은 비상식"
경찰 협조, 진료 가이드라인 등으로 풀어야 할 문제

 ⓒ의협신문 김선경

진료실 내에서 환자가 휘두른 칼에 의사가 중상을 입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의료계의 진료실 폭력 행위 방지 대책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이학영 의원 발의로 의료인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을 명시한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그러나 지난 18대 국회에서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이 폐기된 전력이 있어 국회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 가중처벌법 폐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시민·환자단체다. 이들이 이번에도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면 법 개정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 대표로부터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에 대해 기존 입장과 변화가 있는지, 현재는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등을 들어봤다.

 

□ 2010년 6월 시민·환자단체가 가중처벌법 반대 성명을 냈었다. 3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입장에 변화가 있나?
→ 전혀 없다. 과거와 동일하다. 

□ 의료인에 대한 폭행은 기존 법으로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인가?
→ 그렇다.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사례들은 살인미수, 폭행치사 행위들이다. 형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로 가중처벌이 되고 있는데 의사에 대한 폭력을 가중처벌하는 법을 왜 만들어야 하나? 

□ 진료실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감안해야 한다는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의사가 피해를 입으면 환자들에게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그게 응급실이라면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응급실은 이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응급의료를 방해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나.

□ 응급실내 폭력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하는게 옳다고 보는 것인가?
→ 이런식으로 유도 질문하면 인터뷰하지 않겠다. 우리는 응급의료법이 개정될 때 찬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응급실 폭행 가중처벌도 말이 안되는 법이지만 현실을 인식해서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을 뿐이다. 

□ 응급실과 진료실 모두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이다. 어떤 차이가 있나?
→ 현행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협박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운전자가 위협 당하면 다른 승객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반적인 진료실에 무슨 특수한 사정이 있다는 것인가? 

□ 의사가 폭력으로부터 보호 받지 못하면 소신껏 진료하지 못하고 위축된다. 결국 환자 피해로 돌아가지 않겠나?
→ 의사를 폭행한 사람을 가중처벌하는 법이 있다고 해서 폭력행위가 예방되는게 아니다. 의료인에 대한 폭행·협박을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응급실 폭행 가중처벌법이 만들어진 이후 응급실 폭행 사건이 줄어들었나? 효과 없을게 뻔한 법을 왜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의료인을 폭행·협박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가혹하게 처벌하려는 응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조계에 물어보면 '말도 안되는 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 의협신문 조사에서 의사의 63.1%가 진료실 내에서 환자·보호자로부터 폭행이나 기물파괴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 거꾸로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해볼까? 의사 따귀를 때리고 싶은 경험을 해봤는지 물어보면 90% 이상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평생에 한 번 겪은 경험을 늘상 일어나는 일처럼 확대 해석하면 안된다. 그리고 그렇게 폭력이 무서우면 어떻게 의사를 하겠나?

□ 제도적 대안이 없다는 말은 진료실 폭력 문제는 그냥 방치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가?
→ 접근하는 방향이 잘못 됐다는 것이다. 법을 만들어 가중처벌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도 없고, 오히려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불신만 조장하게 될 것이다. 진료실 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경찰이 의료기관내 상주토록 한다든지, 진료 과정에서 환자가 흥분하지 않도록 하는 의사의 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법 등으로 풀어야 한다.

특히 가중 처벌법이 있어도 법을 집행하는 경찰·검사가 정상 참작 해버리면 무용지물이다. 경찰·검찰에 진료실내 폭행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의협이 할 일이지, 특별한 케이스 한 두개 들고 나와서 가중처벌법을 여론 몰이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 의료계와 이 사안을 놓고 의료계와 의견을 교환해 볼 의사가 있나?
→ 물론이다. 의협이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 진료실 폭력 문제가 논의될 때 항상 환자들의 입장은 배제됐다. 안전한 진료에 대한 요구는 환자들이 더 크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인터뷰를 통해 환자단체의 입장은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료실 폭행 을 방지하기 위한 해법에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그러나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진료실 폭력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기회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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