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의료농단, 정부 조건없이 대화 장 나와라"

"초유의 의료농단, 정부 조건없이 대화 장 나와라"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3.2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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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의사회, 23일 정기대의원총회 열어 정부 규탄 결의문 채택
손철문 의장-강장영·박혁수·윤명근 부의장-김경호·한훈주 감사 선출

전라남도의사회는 23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에서 제 78차 정기대의원 총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전라남도의사회는 23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에서 제 78차 정기대의원 총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의료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부는 의사와 국민들에 사과해야 한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조건없는 대화의 장을 열어 해결책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폭주에 지역 의사 민심도 들끓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23일 정기대의원총회를 열어, 정부를 향해 "의료농단 사태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의료계와 재논의하며, 좌충우돌 의료붕괴 정책을 제안한 담당 관료들을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전남의사회는 "정부가 아무 근거없는 2000명 의대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의료농단 정책을 밀어붙이며 의사들을 겁박, 탄압, 악마화하고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삼은 채 이간질 하고 있다"며 "그 결과 필수의료 붕괴는 가속화되고 피해는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 됐다"고 개탄했다.

이어 정부를 상대로 ▲의료농단 사태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의료계와 재논의 ▲좌충우돌 의료붕괴 정책을 제안한 담당 관료 처벌 ▲의료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부는 의사와 국민들에 사과토록 요구하는 결의문을 택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난 3월 총궐기대회에 4만명이 넘는 의사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저항의지와 희망을 보여준 바 있다"고 짚은 전라남도의사회는 당시 집회 현장에서 울렸던 '상록수' 가사를 인용하며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길 것"이라고는 각오를 다졌다.

선재명 전라남도의사회 의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의료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되며 국민들의 집단 지성을 믿는다"며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조건없는 대화의 장을 열어 해결책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연임을 확정한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은 "불편을 겪고 계신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전하면서 "그럼에도 미래 의료를 책임질 전공의와 의대생이 왜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 오로지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전라남도의사회는 이날 대의원 총회에서 손철문 전 여수시의사회장(돌산성심병원)을 신임 의장으로 선출했다. 손 신임 의장은 전남의사회 재무이사, 대의원회 부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광주전남지회장이자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임 부의장에는 강장영 장문외과병원장, 박혁수 드림연합의원장, 윤명근 미즈여성아동병원장이 각각 선출됐다. 신임 감사는 김경호 김정형외과의원장, 한훈주 한가정연합의원장이 맡기로 했다.

중앙대의원에는 선재명(전 선재명정형외과)·조생구(목포한사랑병원)·지승규(전남제일요양병원)·김한웅(순천우리병원)·김문수(독천한국의원)·윤한상(열린의원)이 당선됐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결의문

원가이하의 저수가와 보호받지 못하는 열악한 진료 환경 속에서도 우리 의사들은 헌신과 희생을 통해 한국 의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고, 국민의 건강을 지켜왔다.

하지만 2024년 정부는 그동안 의료계와 합의했던 내용들을 모두 일방적으로 백지화하고 아무 근거없는 2000명 의대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의료농단 정책을 밀어붙이며 의사들을 겁박, 탄압, 악마화하고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삼은 채 이간질 하고 있다. 그 결과 필수의료 붕괴는 가속화되고 피해는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 되었다.

이후 의대생의 휴학, 전공의와 전임의의 사직, 더 나아가 의대 교수들의 사직까지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커다랗고 포근한 날개로 환자들을 감싸왔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의 다리에 족쇄를 채우고 의새노예로 취급하기 시작하였고, 우리 젊은 의사들은 이를 거부하고 자유를 찾기 위해 본인의 몸을 불태우며 하늘로 날라가는 모습이 마치 불사조처럼 장엄하게 보인다.

최근에는 정부의 정치적 노림수였던 지지율 상승도 한계에 도달하고, 여론에서도 국민적인 저항이 표출되고 있으며, 보건의료노조 등도 정책 이면에 숨겨진 의료보험민영화 계획을 눈치채고 이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책의 출처였던 교수마저 야당 국회의원으로 거의 확정되면서, 연달은 '입틀막' 사건으로 '듣지않을 결심'을 한 정부도 슬슬 당황하는 모양새다.

그리고 지난 3월 3일 여의도 의사총궐기대회에서는 4만이 넘는 의사 회원들이 누구의 사주나 교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자발적으로 또 가족의 손을 잡고 모여 현 정책에 대한 강한 저항 의지를 그리고 희망을 보여주었다. 집회장에 울려 퍼지던 '상록수'의 가사가 아직도 우리 귀에는 선명하다.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이에 전라남도의사회는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정부는 이번 의료농단 사태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의료계와 재논의하라.
하나, 정부는 좌충우돌 의료붕괴 정책을 제안한 담당 관료들을 처벌하라.
하나, 백년지대계 의료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부는 의사와 국민들에게 사과하라.
하나, 의대생·전공의·의대교수 등은 우리의 후배·동료·선배이며 또한 우리의 과거·현재·미래이다. 이들에게 일말이라도 불이익이 돌아간다면 우리는 끝까지 결사항전할 것임을 밝힌다. 너와 나, 의사들은 하나이다. 

2024년 3월 23일 
전라남도의사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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