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3년간 쌓인 정신건강 '대위기'…정신응급도 '표류' 

팬데믹 3년간 쌓인 정신건강 '대위기'…정신응급도 '표류'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10.0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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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재난 2년 후 자살률 급증, 한국은 지금 '4차 파고' 직격
85%는 치료도 못 받아…수가 39%인데 환자 25%↑·병상 18% ↓

ⓒ의협신문
2023년 상반기(1월~6월) 자살사망자가 7000명으로 집계되며 코로나19 엔데믹 정신건강 관리에 이목이 쏠린다. [그래프=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의협신문

코로나19에서 일상으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에만 자살로 세상을 떠난 이들이 7000명으로 전년 대비 9%량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자살 증가세가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도래한 '4차 파고' 정신건강 위기라며, 정신응급환자 입원조차 어려운 현실을 크게 우려했다.

백종우 경희의대 교수(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우울위험군이 20%대를 넘나들 뿐 아니라 불안점수와 자살사고 등 모든 수치가 끔찍하게 높았다. 정신건강전문가들도 그런 통계는 처음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일상회복이 시작되며 자살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는 불안점수가 많이 떨어졌음에도 우울과 자살사고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엔데믹에 들어섰음에도 코로나19 기간 동안 축적된 무기력과 우울감이 2023년 자해와 타해 등 끔찍한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상 재난이 터졌을 때 처음에는 상황 적응과 대응에 몰입하지만, 회복기에 들어서면서 오히려 위기 당시보다 자살률이 가파르게 오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동일본대지진 때도 재난이 일어난 첫해나 이듬해보다 세 번째 해에서 자살률이 급증했고, 사스나 메르스 등 감염병 재난도 마찬가지로 2년 후에 그 여파가 덮쳐왔다. 

ⓒ의협신문
정신건강의학계에서는 팬데믹에 따른 영향을 4개의 파고로 나눈다. 팬데믹 속 증폭된 정신적·사회적·경제적 문제로 인한 사망이 증가하는 것을 4차 파고라 한다. [그래프=Victor Tseng / BNC, Springer Nature] ⓒ의협신문

전문가들은 재난상황 이후 자살률이 급증하는 것을 '4차 파고'라 설명한다.

▲코로나19 자체로 인한 사망이 증가하는 1차 파고 ▲팬데믹 중 의료시스템 과부하로 사망이 증가하는 2차 파고 ▲치료 중단으로 노인 등 만성질환자 사망이 증가하는 3차 파고를 거쳐 ▲팬데믹 속 증폭된 정신적·사회적·경제적 문제로 인한 사망이 증가하는 것을 4차 파고라 한다.

그러나 정신적 위기가 계속 증가할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정신의료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신응급환자가 입원병상을 찾아 전전하는 '뺑뺑이'는 수백 km를 돌아도 갈 곳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백종우 교수도 "최근 중증 조현증으로 망상과 환청 등이 심한 환자가 응급입원을 위해 왔는데 병상이 꽉 차 받을 수 없었다. 이송을 위해 충청, 경기, 강원 등 전국에 전화했는데도 단 한 병상도 찾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우리나라 종합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응급병상 가동률은 95%, 상급종합병원은 99%로 당일 응급입원이 가능한 병상은 실질적으로 몇 되지 않는다. 더욱이 보건복지부의 시행규칙 개정으로 병상 간 이격거리를 늘리면서 정신건강의학과 병상 수가 대폭 줄었다.

(사진3.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상 추이)

백 교수는 "지난해 중증정신질환자 수는 25%나 는 데 비해, 올해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상 수는 되려 18% 감소했다. 환자를 케어하기 위한 인력에 더 많이 투자했던 좋은 병원들이 오히려 더욱 타격을 입어 많이 문을 닫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진료비는 다른 진료과 평균의 39% 수준인데 개정과 함께 논의된 수가보전 등은 실행되지 않아 병상 부족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국내 최초 정신건강의학과병원인 청량리병원은 2018년 문을 닫았고, 성안드레아병원도 지난해 폐원했다. 다른 병원들도 정신건강의학과 병상을 줄이거나 없애는 추세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중증정신질환자 50만명 중 15%(7만 7000명)만이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에서 치료·관리받고 있다. 나머지 85%는 방치된 현실이다. 

백종우 교수는 "환자에게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신속히 치료하는 것이 병원에게도 득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붕괴한 정신건강진료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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