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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대면 진료 업계 "약 배송 뺀 법제화 사형선고"

인터뷰 비대면 진료 업계 "약 배송 뺀 법제화 사형선고"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3.07.2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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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원 원산협 이사 "작은 업체 대부분 폐업·전환"
앱 사용자 불만 1순위 '약배송'..."약사회 압박 극심"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가장 큰 애로점으로 '약배송'을 짚고 나섰다. 비대면 진료 법제화는 간절하지만, 약배송을 뺀 법제화는 "업계엔 사형선고와 같다"거나, 약사회에 "목 좋은 곳에 약국을 열지 못한 플랫폼 약사 회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등의 강도 높은 발언도 나왔다. 

초진 허용 문제에 대해서는 "정책과 보폭을 맞춰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범사업 초반 '초진 허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젠 '약배송' 허용 이슈에 집중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선재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이사(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닥터 공동대표)는 27일 [의협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약배송이 제한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는 지난 6월 시범사업 형태로 전환,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시범사업 전환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았다. 특히 약 배송을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 업계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렀다.

약 배송 빠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비판은 의료계에서도 나왔다. 진료는 재진의 경우, 비대면을 대부분 허용하면서 복약 지도는 대면을 고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조병욱 바른의료연구소 연구위원(신천연합병원 진료과장)은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고, 약은 약국가서 받으라는 결정에 이해가 가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국민도 납득하지 않을 것임을 지적했다.

'약배송 제한'이라는 큰 벽. 원산협은 작은 규모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대부분 폐업, 또는 사업 전환 수순을 밟고 있다고 전했다.

선재원 대표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아날로그 비대면 진료의 빈틈을 매워준다"며 "본인 확인, 환부 확인 등 플랫폼의 역할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선재원 <span class='searchWord'>원격의료</span>산업협의회 이사(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닥터 공동대표)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선재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이사(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닥터 공동대표)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일문일답]
Q1.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많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애로점 1순위를 꼽는다면?

약 배송에 대한 제한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상 환자가 10분의 1로 줄었다. 여기서 가장 큰 니즈 중 하나인 약배송이 제한됐다. 운영이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Q2. 불만을 넘어, 경영의 어려움을 느낀다는 얘기도 들린다. 상황이 어떤가?
사실 작은 업체 들은 대부분 폐업을 생각하고 있다. 벤처는 성장해서 투자금을 유치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버티기 어렵다. 폐업하지 않더라도 다른 영역에서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서 사업 성격을 바꾸는 거다.

Q3. 최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서 플랫폼 이용자 불편사례 접수 건수를 발표했다. 860건이었는데, 어떤 내용이 가장 많았나?
역시 약 배송 관련 민원이다. 약을 직접 받으러 약국을 방문해도 거절한다는 사례가 많았다. 모두 약 배송 제한에 대한 문제다.

Q4. 약 배송 문제 외 접수된 불편사례는 어떤게 있었나?
-의료기관에서도 진료를 거절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의사 입장에서 본다면, 대상 환자 여부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거절한다고 했다. '계도기간'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애로점이다. 현장은 생각보다 더 혼란하다.
 
Q5. 시범사업 전 발표된 '비대면 진료 플랫폼 가이드라인'에서 약사면허증을 게재토록한 부분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약사회의 압박을 이유로 공개가 어렵다는 업계 의견도 나왔는데, 현장에서 들은 내용이 있나?
탈퇴하라는 압박은 초기부터 시작해 현재 더 심화됐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약국 앞에서 영업을 방해한 사례도 접수됐다. 고소까지 해야 할 정도의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약사회 임원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이용해 처방의약품을 배송했다는 것을 찾아내, 해당 임원이 압박 속에서 사직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면허증을 공개하겠나? 지금도 겁을 많이 먹은 상태다. 

Q6. 약사회 차원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운영 소식도 있었는데?
알고 있다. 굿닥(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과의 연동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아는데, 하루에 처방전 10건이 나온다고 했다. 최근에 60건이 나와서 600% 증가라는 홍보가 나오기도 했는데, 유명무실한 수치라고 본다.

Q7. 최근 정부 측에서 초·재진 허용에 대해 산업계가 갈등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비판을 내놨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사업 초반에는 사실 초진 허용에 대한 스탠스가 강했다. 하던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니 빼았기는 입장이었다. 강경한 태도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정부의 입장을 많이 이해하고 있다. 초진의 경우, 정부 정책과 보폭을 맞추겠다는 생각이다. 재진 위주로라도 대상 환자 범위를 넓히고 싶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약 배송 문제다.

Q8. 정부에 대한 섭섭함은 없었나?
패싱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을 사실이다. 산업계와 정부가 일대일로 마주 앉은 지도 한참이다. 최근 자문단 회의가 두 차례 진행됐고, 약 배송 위주의 이야기를 많이 드렸다. 하지만 피드백이 전혀 없다. 사실 강경한 발언을 할 때만 논의하자는 반응이 나오는 경향도 있다.

Q9. 초반 초·재진 허용 강경 입장에선 다소 완화된 것 같다. 이제는 약 배송 문제로 이슈의 전환을 꾀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맞다. 8월 초 비대면 진료 플랫폼 관련 포럼이 열린다. 해당 포럼을 통해 더 강한 의견을 내려고 한다. 그를 기점으로 이슈 전환을 공식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Q10.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역할은 뭐라고 보나?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성격이 크다. 비대면 진료 중에서는 20% 정도가 플랫폼을 이용했고, 전체 진료 건수 대비로는 1% 이하다. 모두 다 허용했을 때도 그정도였다. 의료계의 질서를 해하지 않는다고 본다. 
아날로그 비대면 진료의 경우, 그야말로 깜깜이다. 본인 확인도 할 수 없다. 플랫폼을 통해, 어느정도 '깜깜이'를 해소할 수 있다. 플랫폼의 분명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Q11. 비대면 플랫폼 업체들은 본사업 전환을 열망해 왔다. 현 상태에서의 본사업 전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약 배송 허용이 없는 상태에서의 본사업 전환은 사실상 사망 선고다. 사용자들의 불만 사례, 한시적 허용 상황에서의 이용 사례들을 분석해 본사업에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Q12. 끝으로 정부나 의료계, 약계에 전할 말이 있다면?
정부에 말씀드린다. 눈가리고 아웅식의 비대면 진료는 아니라고 본다. 순기능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 잘 정착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주었으면 한다. 약계에는 플랫폼에도 몇백명의 약사들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목 좋은 곳에서 약국을 운영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약사들도 배려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결국 현장에는 의사들이 있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개선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피드백을 가감없이 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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