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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6-19 22:27 (수)
향후 의료 100년을 고생시킬 오판에서 벗어나야

향후 의료 100년을 고생시킬 오판에서 벗어나야

  • 윤인모 의협 기획이사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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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료의 단면을 잘 설명해 주는 책 <America Sickness>(저자 E. Rosenthal)은 일독을 권할 만하다. 통합보다는 분절된 구조에서, Care보다는 비용 걱정을, 진료의 질보다는 시장점유율 경쟁 속에서 고생하고 있는 미국 의료의 단면이 잘 묘사되어 있다. 

미국 정부는 복잡한 의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managed care, managed competition 등을 비롯해 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HMO), 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PPO), Post Of Service(POS), Accountable Care Organization(ACO) 등의 다양한 제도를 운용한다. 미국은 거의 전 세계 모든 의료제도가 혼합된 '멜팅팟'(Melting Pot·용광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멜팅팟 같은 다양한 제도가 운용되어도 해결할 수 없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세 가지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복지 부분에서 선진국이다. 미국의 복지국가로의 전환은 1930년대에 대공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급진적인 발전을 보이며 선도적인 국가로 분류된다. 1935년 사회보장법(Social Security Act)을 제정했는데, 이는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1944년) 보다 10년 정도 빠르다

이러한 미국이지만 의료복지 부분에서는 예상치 못한 몇 가지 실책을 범하게 된다. 

첫째, 건강보험을 회사의 복리후생 품목으로서 제도화하면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 사람과 의료 서비스 비용을 내는 사람을 불일치시켰다. 이는 환자가 서비스 품질에 따라 이동을 어렵게 하였고, 민간보험사 입장에서도 의료의 질을 상승시키기보다는 기업주의 요구(우수직원 유치의 수단, 비용을 낮추는 것)에 맞추게 됐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는 의료의 질보다는 판매 관리 마케팅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

둘째, 역선택을 가능하게 했다.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보험사의 역선택 허용은 치명적이었다. 이는 기존에 역선택하지 않은 블루크로스·블루실드 같은 비영리 보험사도 결국은 생존을 위해 역선택으로 돌아서게 했다. 이로 인해 의료제도의 목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

셋째, 영리병원 설립을 막지 않았다. 이는 앞의 두 가지 원인을 좀 더 가속하는 역할을 했다. 영리병원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안정적인 공공의료 시스템 없이 설립을 허가한 것이 더욱 문제로 지목됐다. 그 결과 오바마 케어 이전까지 약 4천만 명의 무보험자를 양산하며 영화 식코의 줄거리를 제공했다.

이러한 한순간의 잘못으로 미국은 의료를 재건하는 시동을 거는 데만 100년이 소요됐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현재 변화해야 하는 시기이다. 의료비는 이미 OECD 평균을 넘어서고 있고, 급격한 의료비 증가율을 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미국의 사례처럼 잘못된 판단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려되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년간 투자해도 60% 전후의 보장률에서 머무는 현재의 물먹는 하마와 같은 한국의 의료제도를 부분적으로 개선해 쓰려고 한다는 점이다. 부분 개선을 통한 종착지는 보조금 공화국일 듯하다.

국가 보조금을 통한 사회 인프라의 유지는 한국에서는 매우 찾아보기 쉽다. 예를 들면 사립학교가 그러한 예이다. 보조금 지급을 통해 한국 교육의 인프라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의료도  이같은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둘째, 돈을 내는 사람과 의료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달라서는 안 된다. 한국의 의료는 사회보험 형식을 띠지만 실제로는 NHS와 같이 준조세처럼 운영하고 있다. 전 국민에게 걷고, 수입 크기에 따라 보험료가 다르며, 징수와 지출을 정부(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또한 직장과 지역으로 나눠 부과 체계가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도 지적된다. 

보편적 조세가 되지 못하는 기반에서 건강보험료를 징수하고, 형평성이 어긋난 상황도 관찰되며, 무임승차하는 사람도 발생하고 있다.

셋째, 미래의 그림이 부족하다. 미래의 그림이 부족하니 변화 관리가 안 되고, 그러다 보니 다양한 좋은 아이디어는 선언에서 멈춘다. 그러다 보니 의사 숫자만 가지고 갑론을박한다. 정답이 아마도 이념에 가려졌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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