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에 출생신고 의무화…"얻을 게 있나?"

의료기관에 출생신고 의무화…"얻을 게 있나?"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6.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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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가족관계법 개정안 비판…"산모·신생아 건강권 침해"
분만 기피 가속화·개인정보 책임 소재 불분명 등 문제 산적
심평원 청구자료·DUR시스템 이용하면 충분히 연계 가능

ⓒ의협신문 김선경

"가뜩이나 불합리한 저수가로 분만을 포기하는 산부인과가 늘고 있는데 이젠 출생신고까지 맡으라니…."

분만에 관여한 의사에게 생후 7일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출생통보서 제출을 의무화 한 가족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의 비판이 거세다. 

의사에게 공공성을 띤 행정업무인 출생신고를 강제하고, 이에 따른 서류작성 오류에 대한 책임까지 전가하는 것은 부당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미혼모나 출생신고를 꺼리는 여건의 부모 등은 분만을 위해 의료기관이 아닌 불법시설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 산모나 신생아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초래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의료계는 탁상공론식 안일한 현실 인식에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의료기관 출생신고를 통해 최근 사회문제화된 영유아 사망 사건, 영아매매·불법입양 등을 막을 수도 없지만, 입법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는 진단이다. 

개정안은 실제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례를 상정해 전체 의료기관에게 행정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다. 부모가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면 부모나 친권자의 책임을 무겁게 하는 쪽으로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인 한계도 되짚었다.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부모 이름·국적·나이·신생아 이름 등 많은 정보가 필요한 데 신고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 침해가 빚어질 수 있으며, 특히 불법체류자·무국적자·외국인·미혼모 등이 알려준 정보에 대해 확인할 방법이 없어 정확한 신고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안도 제시했다. 심평원 청구프로그램과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을 이용하는 경우다. 

의료기관이 급여청구를 위해 분만코드를 입력하면 심평원이 곧바로 대법원에 고지함으로써 출생신고가 이뤄지게 할 수 있고, 신고 누락자 역시 확인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출생신고를 원치 않을 경우 의료기관 출산 기피 ▲비용보전 없는 국가 행정업무 전가 ▲개인정보 침해 책임소재 불분명 ▲산부인과 분만기피 가속화 등의 문제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결국 산모나 신생아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의협은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점에 대해 선제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가의 현황 파악 및 관리를 위한 출생신고 누락자 확인이 필요하다면, 부모 동의를 전제로 관할 관청이 심평원으로부터 출산 관련 보험급여청구 정보를 송부받아 출생신고의무자의 신고여부를 확인하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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