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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겠다"던 보험, 지급은 깐깐

"묻지도 따지지도 않겠다"던 보험, 지급은 깐깐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6.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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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고시의무와 진료차트 다 뒤지며 소비자에 원인 전가
가입할 땐 뭐든 게 다 될 것처럼, 지급할 땐 나몰라라


A씨는 뇌출혈에 의한 호흡장애로 일반병실에서 인공호흡기를 4개월간 대여한 후 보험료를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에서는 보조장치라는 이유를 들며 지급을 거절했다. 한국소비자원은 A씨가 인공호흡기가 없으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의료비 부담 등으로 중환자실에서 일방병실로 옮기게 됐다며 보험료 지급을 권고했고, 이에 A씨는 50%를 수령하게 됐다. 

B씨는 1999년 보험에 가입한 후 16년이 지난 2015년 뇌경색 진단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에서는 뇌경색 최초 발병 시점을 거론하며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손해사정사가 담당의사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뇌경색 발병 시점은 의학적으로 확인이 어려우나 최종 진단은 뇌경색이라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 또 뇌경색 진단을 내린 병원이 기존에 허위청구 등으로 적발돼 신뢰성이 의심간다는 이유 등으로 지급 거절을 주장했고, 소비자원의 조정 끝에 B씨는 75%만을 수령했다.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은 C씨는 위암 진단과 함께 췌장암 말기 및 난소와 간으로의 전이를 확인했다. 이에 특정암 진단비 청구를 했으나 보험사는 췌장암의 원발암 및 전이암 여부를 지적하며 지급을 거절했다. 그러던 중 말기암 환자인 C씨는 사망했고 소비자원은 췌장암이 약관상 특정암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유 등을 들며 50%를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위 사례들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민간보험 피해 사례들이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겠다"며 가입을 권유하던 보험사들은 막상 지급할 때가 되자 갖은 이유를 대며 보험료 지급을 거절 혹은 미루는 데만 급급했다. 

▲ 김경례 한국소비자원 의료팀장. ⓒ의협신문 박소영
건강세상네트워크가 24일 '민간의료보험의 실태와 문제점'을 주제로 제2차 건강권포럼을 열었다.

이날 김경례 한국소비자원 의료팀장은 '민간의료보험의 피해사례 및 대안'을 발표하며 보험료 지급을 미루거나 거절하는 실손보험사 행태를 폭로했다.

이어 절판마케팅 및 과장광고를 자제할 것을 요구하며, 충실한 방향으로의 보험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보험사들은 사례를 기계적으로 해석해 가능한 지급을 안 하려고 한다"며 "설계사들이 가입을 권유할 때는 가입률을 올리기 위해 모든 게 다 된다고 한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비급여 진료는 거의 다 보장된다고 착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지의무가 굉장히 불리하게 돼 있다는 점도 지적하며 "20년 전 비활동성 B형간염을 보유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보험금 지급거절 및 계약해지를 시킨 사례가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어떤 약을 먹어왔는지 일일히 설명을 듣지 않는 한 잘 모른다. 가령 감기에 걸려서 갔어도 혈압약 계통의 약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라며 "보험사는 과거 차트를 다 뒤져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한다. 이는 실손보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 말했다.

또 보험 용어는 굉장히 어려우나 보험사는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산전 진찰이나 성형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수시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임상현실에 맞도록 보험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입 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절판마케팅과 과장광고를 자제해야 한다"며 "정부의 관련 부처는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해 그 목적에 부합하는 보험상품 설계 및 판매가 이뤄지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진단서 발급 잘못해 보험료 적게 수령한다고?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손해율의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의료계에 과실을 돌리는 보험사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의협신문 박소영

서 이사는 "2015년 보험사들의 순이익은 6조 3000억원이었다. 그런데 보험사는 손해율 보전과 국제금리를 이유로 보험료를 2015년엔 20%, 2016년엔 30% 올렸다"며 "그럼에도 보험사는 일부 의료기관 및 국민의 모럴해저드로 손해율이 137%까지 올라갔다고 주장한다. 참 신기한 일"이라고 비꽜다.

또 "손해사정인들은 툭하면 '의사가 진단서를 잘못 써서 보험료를 이거밖에 못 주겠다'고 한다. 의사와 환자간 신뢰를 깨는 보험사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며 "향후 보험판매 시 다빈도 및 지급거절 사례는 가입할 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완전 판매로 규제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보험사들의 수익 지급 구조도 지적한 서 이사는 "비싼 보험을 많이 팔수록 인센티브가 많아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구조를 무시할 수는 없으나 과도한 면이 있다. 정보 비대칭성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외주 손해사정인들은 보험료 지급액을 깎을수록 차액으로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러한 수익 지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조 5000억원 반사이익 봤으면 사회공헌이라도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이 보험사에 명확한 반사이익을 줬다"고 설명하며 외래와 의료이용량 및 진료비에 영향을 줘 건보부담이 증가, 1조 5000억원을 건강보험이 대신 내주는 것으로 추계된다고 밝혔다. 

▲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 ⓒ의협신문 박소영
신 실장은 "소비자와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나 보험사가 제일 문제"라며 보험사의 불투명한 회계를 지적했다.

그는 "보험사들은 회계나 손해율 처리를 공개하지 않는다. 보험사들은 급여보다 비급여 증가세가 더 빨라 손해가 난다고 하지만 막상 관련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하면 못 한다"며 "민간보험이 공적보험에서 1조 5000원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추계되는 만큼 재난적 의료비에 기부해 사회공헌이라도 하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들은 지급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진료비 통제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불투명한 회계처리 때문에 손해가 나면 가입자 이용이 많았으니 보험료를 올려 충당하자는 보험사의 도덕적 해이가 큰 문제"라고 봤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당국의 관리감독이 필요함에도 손 놓고 있는 행태도 비판했다.

신 실장은 "금융위원회나 기재부에서 보험사의 회계 불투명성을 감독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다. 보험사에서 자체 해결하길 바래 그런 것 같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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