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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늦춰 사망" 법정공방 4년만에 병원 '승'

"수술 늦춰 사망" 법정공방 4년만에 병원 '승'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08.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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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 환자 응급실 내원 5시간 만에 수술 받고 이후 사망
고법, 파기환송심서 "결과 좋지 않다고 의료과실로 평가 못해" 판결

뇌동맥류 파열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5시간 뒤 수술을 받고 끝내 숨진 사건에서 소송에 걸린 대학병원이 유족과의 4년 법정공방 끝에 극적으로 승소했다.

특정한 진료방법을 선택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의료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설명의무는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며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유족측 주장도 배척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로 수술치료를 받고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S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최종적으로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06년 서울 S대학병원에서 뇌동맥류를 클립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받고 이듬해 이뤄진 외래진료에서 집도의로부터 "3년 뒤 뇌혈관조영술을 받으라"는 소견을 듣고 돌아갔다.

그로부터 6개월 뒤. A씨는 사우나에 갔다가 정신을 잃고 혼미해진 상태로 자정께 병원에 실려 갔다. 당시 병원을 지키던 신경외과 혈관팀 4년차 전공의는 자택에 있는 전문의 B씨에게 새벽 1시에 연락해 지시를 받고 혈관조영술 등의 응급처치를 수행했다.

B씨는 새벽 5시께 병원에 도착해 개두술과 두개골절제술을 시행했지만, 환자는 별다른 호전 없이 입원치료를 받다가 3개월이 지나 뇌간기능부전에 의한 심폐정지로 숨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전공의와 새벽 1시 세 차례 통화한 후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유족은 수술 지연으로 의료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1심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고인은 뇌혈관 사이가 부풀어 오르는 일반 뇌동맥류와 달리 뇌혈관 자체가 부풀어 오르는 방추형 동맥류 환자로, 병원으로서는 고난이도 수술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을 것이기 때문에 수술을 늦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고등법원에서 병원측에 배상 책임을 명하면서 한 차례 뒤집혔다.

당시 고법 재판부는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응급개두술을 했어야 함에도 조치를 하지 않아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점이 인정된다"며 4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이어진 대법원과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의 최종 승자는 S대학병원. 재판부는 당시 상황에서 의료진이 약 5시간이 지나 수술을 한 것이 진료방법의 선택에 관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고인의 뇌동맥류 상태에 비춰 높은 사망률을 수반하는 중대뇌동맥 폐색술 대신 뇌혈관우회술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의료진에게 가능한 한 빨리 응급 개두술을 실시할 의무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검사와 처치 과정에서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설명의무는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면서 "뇌 CT 검사 결과뿐 아니라 모든 검사들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유족측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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