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협 "안전한 진료실 소신 진료 환경 만들어져야"
대개협 "안전한 진료실 소신 진료 환경 만들어져야"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2.06.2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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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의료진 위해 범법행위에 관용 없는 처벌 등 6가지 요구
"진료실 위험 노출 지속되면 환자의 건강권 위태로울 것" 우려
ⓒ의협신문
ⓒ의협신문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생명의 위협이 없는 진료실에서 의사들이 소신을 지키며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15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D 종합병원에서 70대 남성이 응급실 의사에게 낫을 휘둘러 해당 의사가 목에 큰 상처를 입고 수술한 사건이 발생했다. 70대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아내가 해당 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을 때 병원 측 조처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6월 20일 성명을 통해 "지난 2018년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유명을 달리한 故 임세원 교수 사건이 발생했지만, 그 이후에도 의료 현장은 여전히 살해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며 "범법자의 칼끝이 언제 누구를 향할지 모르는 속수무책 위험 노출지로 전락한 진료실의 방치 상태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환자의 건강권이 위태로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최선을 다해 환자 진료에 임하고 있는 의사는 사망 상태로 들어온 환자의 가족이 울분을 토해낼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선의를 목적으로 진료한 의료진에게 화풀이하는 범법행위를 제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국가나 사회가 그 범법행위를 키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의료진에게 위해를 가하는 범법행위에 관용 없는 처벌 ▲의료진 지시에 악의적인 의도로 불응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경우 건강보험 자격 박탈 추진 ▲의료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한 대응 체계 수립 ▲환자나 보호자의 폭행에 희생된 의료진과 의료진 가족에 보상의 법적 보장 ▲의료진에게 가해지는 폭행과 관련된 방송 금지하는 법안 마련 ▲환자 대면하는 모든 의료진에 안전 진료 보장 및 위험수당 지급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용인 응급실 의사 살인미수 사건에 대한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입장

"국민이 가진 기본권의 하나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권리. 또는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요인으로부터 보호 요청을 할 수 있는 권리" 건강권의 사전적 정의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기본권이 위협받는 위험한 국가이다. 

2018년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유명을 달리한 고 임세원교수 살해사건은 우리나라 의료현장은 응급실이건 진료실이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살해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건이었다. 불행히도 이러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으며, 전혀 개선될 기미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최근 용인시 모 병원에서 응급실 도착 당시 사망 상태였던 할머니의 남편이 며칠 뒤 선물을 주고 싶다며 담당 의사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 뒤 낫을 휘두른 엽기적 살인미수사건이 발생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테러를 당한 의사는 즉사할 수 있는 목 뒤 중앙 부위에 십여 센티의 깊은 열상을 입고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며칠 전에도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렸다고 하며, 이때 난동을 제압하고 법적인 조치를 엄격하게 하였더라면 이번 사건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냥 지나칠 일이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지금 붕괴 위험에 처해있다. 현실을 무시한 무한 희생을 강요하는 저수가, 의료정책의 잇따른 실정으로 인한 극한의 고비용 저효율, 의료 직역의 균형을 깨뜨리는 무리한 입법 시도 등  모든 문제들을 다 제쳐두고라도, '안전하게 진료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 가'의 문제만 짚어보아도 이미 의료붕괴의 모습은 뚜렷하다. 당장은 의료진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지만,  범법자의 칼끝이 언제 누구를 향할지 모르는 속수무책 위험 노출지로 전락한  진료실의 방치 상태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환자의 건강권이 위태롭다는 것을 국민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해 환자 진료에 임하고 있는 의사는 사망 상태로 들어온 환자의 가족이 울분을 토해낼 대상이 아니다. 이번에도 한 개인의 단순 일탈이나 범죄 행위로 치부하며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다면 그 과정에 관계된 사람들은 물론 이를 방관한 모두가 대한민국의 건강권을 해치는 공범이나 다름없다. 

적법한 상황에서 행한 최선의 의료행위에 대해 단지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로 형법을 적용한 판례들이 쌓이고 있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일수록 더욱 그렇다. 외국의 경우에는 형사적 대상이 되는 사례는 없다.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의사를 형사 처벌한 결과로 국민은 모든 의료행위의 결과는 반드시 100% 좋아야 한다는 환상에 빠지게 되었다. 드라마나 방송매체에서는 의료진에게 위해를 가하는 장면이 당연시되며 여과 없이 쏟아진다. 선의를 목적으로 진료한 의료진에게 화풀이하는 범법행위를 제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국가나 사회가 그 범법행위를 키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응급환자나 중환자를 다루는 분야를 지원하는 젊은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진료를 하면 할수록 결과에 대한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되고, 최선을 다한 정당한 의료행위로 늘 법정에 불려 다니거나 구속될 위험이 높아진다면 그저 희생정신만으로  감내하며 버텨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장기간의 코로나 사태를 지나오면서 의료공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온 국민이 경험하였다. 세상의 만사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하지만, 의료에 있어서 공급의 부재는 그 사회 구성원의 생명,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전문의 한 명이 배출되려면 자격증 획득에만 최소한 십여년 결린다. 또 숙련을 위해 다시 수년이 걸리며 평생 교육을 이어가야한다.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분야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절대 단기간에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의사들은 의료제도의 큰 변화를 접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또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열심히 국민건강을 위한 전문적인 의견을 피력해왔지만, 대부분이 의사들이 제시한 방향은 무시되거나 거리가 먼 방향으로 흘러왔다. 이제 우리나라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은 전문적인 의료진의 손에 달려 있지 않고, 법을 만들고 정책을 정하고 이를 집행하는 국가의 손에 달려 있다. 의사들은 제발 생명의 위협이 없는 진료실에서 소신을 지키면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할 뿐이다. 이에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다음과 같이 정부에 강력 요구한다. 

1. 의료진에게 위해를 가하는 범법행위는 모든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공공의 범죄이다. 관용 없이 처벌하라. 
2. 의료진의 지시에 악의적인 의도로 불응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자에게 건강보험 자격을 박탈하여 선량한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3. 환자를 대면하는 모든 의료진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수립하라. 방어 장비를 지급하고 방어 장비가 있는 의료기관임을 표시하는 조치를 취하라. 
4. 환자나 보호자의 폭행에 희생된 의료진과 의료진 가족에 대한 현실적이고 충분한 보상을 법적으로 보장하라.
5.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의료진에게 가해지는 폭행과 관계된 방송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라.
6. 정부는 환자를 대면하는 모든 의료진에게 안전 진료 보장 및 위험수당을 지급하라

2022년 6월 20일 
대한개원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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