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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커녕 '쪼그라든 파이', 수가협상 결렬 예정된 수순
배려는커녕 '쪼그라든 파이', 수가협상 결렬 예정된 수순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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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가인상률 1.99% 5년래 '최저'...곳간 걸어잠근 가입자
의협에 던진 마지막 숫자는 2.4%..."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협신문 김선경
박홍준 단장을 필두로 한 의협 수가협상단 ⓒ의협신문 김선경

2021년 병·의원 수가결정을 위한 공급자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간의 협상이 파행으로 마감됐다.

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본격적인 수가협상에 앞서 코로나19 대응에 헌신한 의료계를 배려했다고 강조했지만, 뒤늦게 공개된 파이의 크기는 오히려 예년보다 줄어, 협상의 폭을 좁혔다.

실제 올해 수가협상에 배정된 추가재정은 9416억원으로 전년 1조 478억원에 못 미친다. 평균 수가인상률도 1.99%로 최근 5년래 최저 수준이다.

결국 이번 협상은 주요 5개 공급자단체 가운데 3개 유형이 결렬을 선언하는 사상 초유의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의 주역이었던 병원과 의원 모두가 협상에 실패, 배려와 상생이라는 구호를 무색케 했다.

평균 인상률 '5년 내 최저'...의·협·치 협상 결렬 '사상 초유'

협상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재난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을 배려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고, 수가협상 파이(밴딩·추가재정투입분)를 정하는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또한 이에 공감을 표하고 나선 까닭이다.

최병호 공단 재정운영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입은 업종이 의료계이고, 사태 극복을 위해 헌신하고 성과도 좋았던 만큼 의료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밴드 폭을 제안했는데, 의료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성의는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공급자단체의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 5년 환산지수 결정 현황
최근 5년 환산지수 결정 현황

실제 재정운영위원회는 올해 첫 밴딩으로, 지난해보다 높은 8600억원(평균 인상률 1.7%) 가량을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첫 밴딩이 5500억원, 평균인상률 1.2%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그러나 이후 추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난항에 빠졌다.

재정위는 수가협상 마감일인 1일 수차례 회의를 열어 밴딩을 조정했지만, 최종 인상분은 9416억원, 평균 인상률 1.99%에 그쳤다. 지난해 최종 인상분 1조 478억원, 평균 인상률 2.29%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평균 인상률이 1%대에 머무른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처음이다.

고무줄 밴딩 논란에도 불구, 실제 수가인상률은 매년 2% 초반대로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되어 왔다. 최근 5년 평균 수가 인상률은 2.26%. 그러나 올해 재정위는 1.99%에서 곳간을 걸어 잠갔다.

"보험료 인상 부담 커" 곳간 걸어 잠근 가입자 단체

1일 열린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 ⓒ의협신문 김선경
1일 열린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 ⓒ의협신문 김선경

작아진 파이에 공단과 공급자단체 모두 협상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결국 1일 새벽 의원급 수가협상을 맡은 대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병원급 협상대표인 대한병원협회, 치과병·의원 협상대표인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줄줄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떠났다.

조산원과 보건기관을 제외한 주요 5개 공급자단체 가운데 무려 3곳이 수가협상에 실패한 것은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 도입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과 이를 극복하는데 기여한 의료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여론에도 불구, 재정위원회는 왜 곳간을 잠갔을까?

협상장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자면, 재정위원회 소속 가입자단체들이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며 보수적인 재정지출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다수 가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내년 보험료율 인상에 신중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수가인상 또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 협상단 관계자는 "가입자단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을 이유로 내년 보험료 인상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며 "같은 맥락에서 수가인상이 보험료인상을 견인하는 상황이 연출되어서는 안된다며 (추가재정 투입에) 강경한 반대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의협에 던진 최종 수치는 2.4%..."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협상결렬을 선언하는 박홍준 단장 ⓒ의협신문 김선경
협상결렬을 선언하는 박홍준 단장 ⓒ의협신문 김선경

이번 협상에서 공단이 의협에 던진 최종 인상률은 2.4%였다. 최근 8년래 최저 수치다.

실제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인상률은 ▲2014년 3%(체결) ▲2015년 3%(체결) ▲2016년 2.9%(체결) ▲2017년 3.1%(체결) ▲2018년 3.1%(체결) ▲2019년 2.7%(결렬) ▲2020년 2.9%(결렬)로, 2014년 이래 협상체결 여부를 떠나 3% 내외에서 결정됐다.

협상을 이끌어 온 의협 박홍준 수가협상단장(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기관 경영 악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며 1일에서 2일로 이어지는 새벽 결국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박 단장은 "우리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공단측이 (2.4%를 최종 수치로 제안한 뒤) 더 이상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며 "협상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수가협상 결렬로 내년도 의원급 의료기관과 병원급 의료기관, 치과 병·의원 수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됐다. 의원급 수가협상 결렬은 올해로 연속 3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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