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사회복지법인 첫 고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사회복지법인 첫 고발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12.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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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 의료법 위반 사실 명백 경찰에 고발장 접수
법인 이사장·간호사 환자유인·무면허의료행위 확인…자율규제 탄력 받나?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은 10일 오후 1시 30분 서울강서경찰서에 의료법 위반(환자 유인행위, 무면허 의료행위)으로 사회복지법인을 고발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은 10일 오후 1시 30분 서울강서경찰서에 의료법 위반(환자 유인행위, 무면허 의료행위)으로 사회복지법인을 고발했다. (사진 왼쪽부터 : 서울시의사회 전성훈 법제이사, 박명하 전문가평가단장, 박홍준 회장, 김기찬 강서구의사회장) ⓒ의협신문 이정환

지난 5월부터 시도의사회에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특별시의사회가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의원에서 의료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하고 법인 이사장과 소장, 간호사를 고발했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이후 의사회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기관을 조사하고 고발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전문가단체의 자율 규제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문가평가제는 의사의 품위손상행위나 의심 사례가 보건소나 보건복지부에 접수되면 시도의사회 전문가평가단이 조사를 벌여 시도의사회 윤리위원회에 조사 결과를 통보하고, 시도의사회 윤리위원회가 통보된 결과를 바탕으로 회원을 자체 징계하거나 의협 중앙윤리위원회가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자율징계 제도다.

시범사업은 ▲의사면허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의사의 품위손상 행위 ▲무면허 의료행위 ▲환자 유인행위(사무장병원·불법의료생협 중심) ▲의료인 직무 연관 비도덕적 진료 행위 ▲기타 전문가평가단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 등 6개가 조사대상이다.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은 10일 오후 1시 30분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OO노인복지회 이사장과 소장을 65세 이상 노인 본인부담금 면제를 통한 환자 유인행위 혐의, 법인 산하 의원 간호사를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서울강서경찰서에 고발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5월 10일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시행 중에 있다.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은 업무협약 이후 곧바로 출범해 지역 의료현장을 잘 아는 의료인들로부터 10여 건 이상의 민원 제보를 신청받아 해당 의료기관을 방문 조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강서경찰서에 고발된 건은 강서구의사회의 민원 접수에 따른 것이다.

강서구의사회는 지난 6월 3일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에 '강서구의 모 의원에서 노인의 본인부담금을 전액 무료로 하고 있어 합법적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보했다.

이에 전문가평가단은 민원 제보의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지난 11월 7일 강서구보건소 의약과 담당자와 함께 방문 조사를 실시했다.

방문 조사에서 사회복지법인 OO노인복지회 소장은 전문가평가단 조사위원들이 제시한 조사서에 자필로 '65세 이상은 전부 무료'라고 작성하는 등 환자 유인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의료법(의료법 제27조 제3항)에서는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 환자의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개별적으로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 의료법 조항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승인할 수 있는 경제적 사정 등 특정한 사정에 대한 세부 기준을 정했다.

세부 기준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건강보험료 납부자 전제 충 납부 금액이 하위 20% 범위에 속하는 세대의 65세 노인은 지방자치다체장의 사전 승인을 받으면 본인부담금을 면제 또는 할인받을 수 있도록 승인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그러나 OO노인복지회 산하 의원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환자들에게는 예외 없이 본인부담금을 면제해 줬다.

또 OO노인복지회 산하 의원에서 근무하는 A의사는 만 88세이며, 귀가 어두워 환자에 대한 문진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로 의사로서의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운 상태였고, B간호사가 기작성해 놓은 처방 약 목록을 베껴 넣었다.

특히 B간호사는 A의사를 진료 보조하는 것을 넘어 사실상 환자를 진료하게 지시함으로써 무면허 의료행위를 공모하고, 실제로 문진·진단·처방을 독자적으로 함으로써 진료행위를 해 의료법(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했다.

전문가평가단 방문 조사에서는 환자들의 진료기록부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평가단 조사위원들이 진료기록부를 살펴본 결과 ▲일부 환자들은 수년간 매주 2회 이상 꼬박꼬박 내원해 진료를 받은 점 ▲실질적인 진료가 이뤄진 것은 몇 달에 한 번밖에 없는 점 ▲진료의 내용이 모두 '물리치료 시행'으로 동일하고 진료기록부의 기재 역시 예외 없이 모두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장은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없게 해 잦은 내원을 유도하고, 매번 내원할 때마다 물리치료를 시행함으로써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진료비와 물리치료에 대한 요양급여비를 수령하려는 목적인 점을 알 수 있다"며 "이런 본인부담금 면제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고발에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이 큰 힘이 됐다.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은 OO노인복지회 본인부담금 면제를 통한 환자 유인행위 및 고용의사 고령으로 인한 무면허 의료행위 의심에 따른 의료법 위반 여부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에 질의했다.

보건의료정책과는 지난 10월 2일 답변서를 통해 "특정 단체 정관 등의 운영 규정 만을 근거로 의료기관에서 본인부담금을 영리 목적으로 감면하는 것은 의료법령에 저촉될 것으로 판단되며, 의료법 제27조 제3항 제1호에 따라 예외적으로 환자의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개별적으로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OO노인복지회는 의료법이 금지하는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행위를 함으로써 의료시장의 공공적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치고, 나아가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 손실과 진료능력이 부족한 의사를 내세운 뒤 무면허 의료행위를 자행함으로써 국민에게 의사들에 대한 신뢰를 잃고 국민건강에 위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 산하 의원은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하며, 이번 고발 건이 사회복지법인 소속 의료기관이 정관만을 근거로 65세 이상 노인의 본인부담금 전액 면제와 무면허 불법 진료행위를 근절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홍준 회장은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의사단체 스스로가 의사면허 관리를 잘해야 하고, 자기 식구 감싸기를 해서는 안 된다"며 "의료법을 위반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의료왜곡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난 국정감사에서 무연고 뇌사자 22명을 뇌수술한 C의료기관 의사에 대해서도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이 조사를 하고 후속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강서구의사회장은 "의사단체 스스로가 문제로 삼지 않으면 이런 일이 계속해서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와 환자 유인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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