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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 스크램블러 소송, 법원 판결 오락가락
페인 스크램블러 소송, 법원 판결 오락가락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10.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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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채권자 대위권 '인정' 또는 '불인정'…판사 따라 달라
법원, 엇갈린 판결 방지하기 위해 채권자 대위소송 면밀 검토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실손보험회사들이 개별 의료기관을 상대로 페인 스크램블러 소송을 집단으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몇몇 사건에 대한 법원(하급심)의 판결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비슷한 사건임에도 법원이 다른 판결을 내놔 논란이 되고 있다.

[의협신문]은 최근 두 건의 페인 스크램블러 소송 판결문을 입수했다. 두 건 모두 A보험회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구상금 및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며 제기한 채권자대위소송으로 진행했다.

두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한 사건에서는 A손해보험회사의 채권자대위소송을 인정했지만, 다른 사건에서는 채권자대위소송을 인정하지 않은 것.

비슷한 사건에 대해 다른 판결이 나오자 A손해보험회사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한 피고(의료기관)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유사한 소송임에도 재판부에 따라 다른 판결을 내린 데 대해 법원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페인 스크램블러 소송이 전국에서 일정한 시기에 집단적으로 제기되자 법원 내부에서는 판결이 엇갈리게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판결선고기일을 늦추거나, 면밀하게 따져보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페인 스크램블러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D법무법인 변호사는 "하급심 재판에서 졌다고 하더라도 상급심에 상고해 합당한 판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보험회사의 소송이 소액이라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의협신문]이 입수한 두 개의 판결문은 동일한 손해보험회사가 같은 사안에 대해 B의료기관(구상금 청구 소송:소액소송 사건)과 C의료기관(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단독 재판부 사건)을 상대로 '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Scrambler Therapy)'에 대한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두 사건은 모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판결했다.

소액 소송사건 재판부는 B의료기관이 A손해보험회사에 992만원의 구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액 소송사건 재판부는 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 치료는 기존 통증 치료로 관리되지 않는 만성 통증, 암성 통증 및 난치성 통증 환자에 대해 시술해야 하는데, B의료기관은 이런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를 치료하고 치료비를 받았다고 봤다.

소액 소송사건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1. 7. 13. 선고 99두12250 판결 참조)를 예로 들면서 B의료기관의 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 및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해 비급여치료를 하고, 그 비용을 받은 것으로 이는 강행규정에 위반돼 피고와 원고의 피보험자들 사이의 진료 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B의료기관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진료비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 할 것이고, 피보험자들 역시 무효인 진료 계약에 기초해 법률상 원인 없이 A손해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며 "B의료기관은 A손해보험회사에 992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소액 사건 재판부는 A손해보험회사가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B의료기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C의료기관에 대한 단독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손해보험회사는 C의료기관에 대해서도 '기존 통증 치료로 관리되지 않는 만성 통증, 암성 통증 및 난치성 통증 환자가 아닌' 경우에 해당하는 환자들에게 '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Scrambler Therapy)' 치료를 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및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면서 보험금 합계 7046만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 사건은 앞선 소송과 달리 소송금액이 많아 단독 재판부에서 재판을 진행했다.

단독 사건 재판부는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요건을 갖췄는지를 살핀 결과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들이 만성 통증이 병명에 포함된 점 ▲'다른 통증 치료로 관리되지 않는 만성 통증이나 난치성 통증'에 관한 명확한 개념 정립을 찾을 수 없는 상태에서 이 사건 시술이 필요한 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일차적으로 의료인의 재량에 의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임의 비급여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봤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의 병원에서 이뤄진 이 사건 시술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해 지급받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 내지 피보험자에 대해 부당이득반환 채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채권자대위권 행사 요건의 하나인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원고가 주장하는 피보전채권은 금전채권인데, 원고로부터 이 사건 시술에 관한 보험금을 지급받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가 '무자력'이라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것.

원고가 피보험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지 않는 점, A손해보험회사가 채무자(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해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채무자들의 권리를 대위 행사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A손해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에 대해서도 ▲진료비가 보험금의 지급대상인 비급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지급했는지, 아니면 지급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험금을 지급했는지 ▲원고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급여의 대상이 되는 비급여에 임의 비급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약관상의 내용을 설명했는지 여부에 따라 원고의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것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나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는 부적합해 각하한다"고 판결하면서 "피고의 병원에서 이뤄진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에 대한 시술이 임의 비급여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는 이상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B의료기관과 A손해보험회사는 각각 항소, 상급법원을 판단을 다시 받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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