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개설했다고 요양급여비 환수·지급정지 "부당"
중복개설했다고 요양급여비 환수·지급정지 "부당"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6.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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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개설 의사 의료법 위반했더라도 고용의사 진료행위 정당"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 입법 목적·규율 대상 다르다" 판단
대법원 전경.
대법원 전경.

대법원은 지난 5월 30일 의료법(1인 1개소법)'을 위반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 처분, 또는 지급정지한 세 가지 사건에 대해 건보공단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거나,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제33조 제8항 중복개설 금지, 제4조 제2항 명의차용개설 금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의료법(1인 1개소법)을 위반해 개설한 요양기관의 경우 사무장병원과 마찬가지로 요양급여비를 환수 처분하거나 지급 보류 처분했다.  

대법원은 "의료법(제33조 제4항)에 의해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된 의료인이 진료행위를 한 경우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해 보험급여비용을 받는 행위'(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과 지급 보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일명 네트워크병원에 고용된 명의 원장(의료인)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에 대해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과 지급 정지처분을 하는 게 적법한지가 주요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사무장에게 고용되는 형태가 아닌 '의료인에 의해 의료인이 고용'(명의차용개설 금지 위반)돼 요양기관을 개설해 진료하고 요양급여비용(진료비용)을 청구한 것은 부당이득금 수취 행위로 볼 수 없는 만큼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과 요양급여비 지급정지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현행 의료법상 사무장병원 금지 조항(제33조 제2항)과 중복개설 금지 조항(제33조 제8항)에 대한 처벌 규정(사무장병원 및 중복개설 의료인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이 있지만, 명의차용개설 금지 조항(제4조 제2항)을 위반했을 때 고용된 의료인에 대한 처벌 규정을 따로 두지 않은 점을 짚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한 경우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음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한 자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자(의료인)에 대한 처벌 규정(사무장에게 고용된 의료인은 의료법 제90조에 의해 300만원 이하 벌금)을 두고 있는 점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한 경우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지만, 그 의료인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두고 있지 않은 점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한 경우 실제로 개설자인 의료인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 규정은 두고 있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즉, 의료인에게 고용된 의료인(명의상 개설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지 않고, 중복개설을 한 자(사무장, 사무장에게 고용된 의료인, 둘 이상 의료기관 개설 의료인)에 대해 처벌 규정을 둔 것은 위법성에 대한 차이가 있다고 본 것.

대법원은 "의료법 조항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 그리고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으나, 그 의료기관도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해 개설됐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 의료기관의 개설 명의자인 의료인이 한 진료행위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미달하거나, 그 기준을 초과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의료기관의 개설자로서 하는 진료행위와 비교해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한 요양급여로써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와 함께 "의료법이 이번 사건 각 의료법 조항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인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해 처벌 규정을 두지 않은 것도 이를 고려한 것이라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대법원은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이 국민 보건이나 국민 건강 보호·증진을 위한 법률이라는 점에서는 그 목적이 같다고 봤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법은 질병의 치료 등에 적합한 요양급여 실시에 관해 규정하는 법률인 것에 비해,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료인, 의료기관 및 의료행위 등에 관해 규정하는 법률로서 그 입법 목적과 규율 대상이 같다고 보지 않았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요양기관으로 인정되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의 범위는 이런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기관으로서 적합한지 여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사정만을 가지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인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거부하거나,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해 요양급여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을 환수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은 "건보공단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조항을 근거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내린 것은 법리를 오해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의료기관 측 변호인과 건보공단 측 변호인의 해석은 엇갈렸다.

김준래 변호사(건보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배후의 의료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개설해도 적법하다는 것인데, 과연 '의료인이 개설 운영했다는 것'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없어 향후 추가적인 판단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즉 ▲주식회사를 도구로 해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비의료인을 대리인으로 보내서 개설 명의 의료인을 지휘 감독하는 것도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것.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행법을 사문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힌 김준래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라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입법자의 입법 의도에도 반하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료기관 측 변호를 맡은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대법원은 위법 행위나 가담 정도가 극히 가벼운 명의상 개설자(의료인)가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부당이득 징수 처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불합리하며, 불필요하다고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수 변호사는 "부당이득징수로 환수하거나 미지급하는 급여는 사실상 국민건강보험법상 허위청구와 무관한 것으로서 당연히 지출돼야 하는 의료비"라면서 "건보공단의 방식대로 하면 오히려 진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정한 진료가 제공됐음에도 건보공단은 그에 대해 비용 지급을 면제받거나 강제 상환한 것이 되어 건보공단이 부당이득을 올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법령>

의료법 제4조(의료인 명의 차용 개설금지) 제2항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의료법 제33조(사무장병원 개설 금지) 제2항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이 경우 의사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 또는 의원을, 치과의사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을, 한의사는 한방병원·요양병원 또는 한의원을, 조산사는 조산원만을 개설할 수 있다.
1.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2.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3.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하 "의료법인"이라 한다)
4.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5.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에 따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의료법 제33조 제4항
제2항에 따라 종합병원·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 또는 요양병원을 개설하려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시·도지사는 개설하려는 의료기관이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개설허가를 할 수 없다. 

의료법 제33조(의료인 중복 개설 금지) 제8항
제2항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의료법 제90조(벌칙) 
제16조제1항·제2항, 제17조제3항·제4항, 제18조제4항, 제21조제1항 후단, 제21조의2제1항·제2항, 제22조제1항·제2항, 제23조제4항, 제26조, 제27조제2항, 제33조제1항·제3항(제82조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제5항(허가의 경우만을 말한다), 제35조제1항 본문, 제41조, 제42조제1항, 제48조제3항·제4항, 제77조제2항을 위반한 자나 제63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위반한 자와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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