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중복 개설' 했더라도 '환수 처분' 위법
의료인 '중복 개설' 했더라도 '환수 처분' 위법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2.2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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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의료인 법적 규율 내용·입법 취지 달라
서울고등법원, 건보공단 환수 취소 항소심 기각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전경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을 했을 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수처분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는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2016누33508) 항소심에서 환수 처분의 위법성을 들어 피고(공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비용도 공단이 부담토록 했다.

의사인 A씨는 2011년 11월 4일 자신의 명의로 B병원을 개설하고 C시장에게 개설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공단은 A씨가 이미 다른병원을 개설하고 있어 병원을 개설할 수 없는 D의사에게 고용돼,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다는 이유로 2014년 12월 8일 의료법 제33조 제8항, 제90조,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2011년 11월 4일∼2014년 9월 30일까지 요양급여비용 112억 1529만 원을 환수결정했다.

검찰은 2014년 12월 30일 의료기관 이중개설·운영에 대해 의료법 위반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A씨는 환수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2015년 3월 30일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헌법소원(2015헌마324)을 제기했다.

2015년 12월 24일 열린 1심(2015구합56342)에서 92억 6126만 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자 공단이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8항(의료인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위반은 제33조 2항의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금지와는 달리 보다 상대적인 정책적 결정에 의한 입법으로서 그 자체로 개설허가의 취소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면서 "중복개설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그 자체로 보험급여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성이 부정된다거나 그에 의한 보험급여 비용 청구가 그 자체로 부당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뒤 "의료법 제33조 8항 위반을 근거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서 의료인이라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고 있는 것과 입법취지가 같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 금지는 국민의 건강보호와 증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료행위에 관해 엄격한 자격요건을 구비할 것을 전제로 규율하고 있는 의료법의 기본 목적상 원칙적으로 허용할 수 없는 것임에 비해, 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 금지는 각종 정보의 공유·의료기술의 공동 연구 등을 통한 의료서비스 수준 제고·공동 구매 등을 통한 원가 절감 내지 비용 합리화 등 순기능의 측면도 상정할 수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의사가 의료행위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병원을 소유함으로써 수익을 얻어 일종의 영리법인에 준하는 형태를 띄게 돼 국민건강 보호라는 공익보다는 영리를 추구하는 형태가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우선 고려한 정책적인 입법"이라고 판단한 재판부는 "실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법 제33조 2항(비의료인 의료기관 개설 금지) 위반과 제33조 제8항(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 개설 금지) 위반은 규율 내용이 다르다는 점도 들었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2항 위반의 경우 제87조 제1항 제2호에서 형사처벌을,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4호의 2(법률 제13658호 2015년 12월 29일 시행)에서 개설허가 취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에 제33조 제8항 위반은 제87조 제1항 제2호에서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별도의 개설허가 취소 규정이 없고, 형사처벌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고, 의료인 자격 상실과 개설허가가 취소될 여지가 있을 뿐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개설허가가 취소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처분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2011년 두3388, 2013년 12월 12일 선고)를 들어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당시 대법원은 "행정행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된다"며 "입법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 의료인의 의료기관 이중개설과 비의료인의 요양기관 개설과는 법적인 규율 내용과 입법 취지가 다르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한편, 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공단의 환수처분을 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지난 9월 23일 A병원장이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 소송(2014누69422)에서 1심 판결(서울행정법원 2014년 10월 30일 선고 2014구합11526)과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공단은 "의사 B씨가 A병원장의 명의로 A병원을 개설하고,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함으로써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과 제4조 제2항(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을 위반했다"며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에 근거, 2012년 8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약 75억 원을 부당이득금이라며 환수처분했다.

당시 재판부는 "의료법 제4조 2항을 위반했다고 기존 허가가 무효로 된다거나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제외되는 것도 아니다"면서 "의료법은 4조 2항의 규정을 두면서도 위반행위에 대해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지 않았고, 의료법 64조에서 정한 개설허가 취소사유로 삼지도 않았으므로 구의료법에 의해 적법하게 개설허가를 받은 의료기관이 무허가 의료기관이 된다거나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의 신설로 무허가 의료기관이 된다거나 행정청이 이 조항을 이유로 기존의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의료법 중복개설·운영 금지와 관련한 위헌소원(2015헌바34, 2015헌마324)을 심리하고 있다. 위헌소원 사건은 지난 3월 10일 공개변론까지 마쳤으나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인해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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