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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대비 의사 양성비용 세계에서 가장 높아"
"GDP대비 의사 양성비용 세계에서 가장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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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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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수급 예측…4차 산업혁명·인구절벽·질병
패턴 변화와 인간 삶의 질적 형태 변화 등 고려
장성구 대한의학회장
장성구 대한의학회장

지극히 단순한 일이면서도 반복적으로 실수를 저지르는 것 중의 하나가 사람의 숫자를 세는 일이다. 그래서 이솝의 동화 '돼지들의 소풍' 같은 우화 속의 지혜는 되새겨 볼 만하다. 

벌써 40년이 지난 군의관 시절의 일이지만, 빈번한 야외훈련을 갈 때 마다 발생하는 실수 중 하나가 식수(食數) 인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점이었다.

사람 머릿수를 헤아리는 아주 간단한 일로 보일지 모르지만, 군수 담당관 입장에서는 병사들의 휴가·외출·외박·파견·복귀·출장 등 아주 복잡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하루의 세끼 때 마다 식사를 하는 병력의 숫자를 각각 다르게 헤아려야 했고, 그렇게 해서 식수 인원을 예측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었다. 

어떤 분야에 있어서 10년, 20년 뒤에 필요한 인원을 예단한다는 것은 아주 어렵고 복잡하다. 여러 가지 예측 가능한 조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고, 더하여 돌발적 상황 변수나 그 인원의 시대적 가치의 변화라는 점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의사와 같은 사회 구성상 필수 전문직의 필요 인원을 예측하다는 것은 미래 사회의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뿐 아니라 '현재가 추구하는 미래'가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정말 복잡하고 어렵다. 그러나 의사의 사회적인 역할과 기능의 특수성 때문에 과유불급이라는 철학적 균형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구 대 의사의 적정 비율은 인구 1000명당 의사 3명으로 정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라고 하지만, 각 나라마다 처해 있는 다양한 사회적 여건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국내에도 미래에 적절한 의사수급 문제에 대한 연구 보고들이 많이 존재한다.

2012년의 한 보고서(김진현 <건강보건정책>)는 2020년까지 최소 6만 명 내지 13만 8000명의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2013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6000명으로 늘리고 의사의 양성 방안도 국방부·교육과학부·보훈처 등으로 다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13년의 다른 연구보고서(김양균 <의료정책연구>)에 의하면 현시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빠르면 2023년, 늦어도 2026년이면 OECD 평균 인구 1000명당 의사 3명에 충분히 도달하기 때문에 의사를 증원할 필요가 없다. 만일 의대 입학 정원의 인위적 조정이 개입된다면 의사의 공급 과잉이 발생 될 것이다.

더욱이 한의사들의 역할을 고려한다면 의사 과잉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연구자들의 보고 내용의 옳고, 틀리고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이 연구가 각자 개인적 단독 연구 형태로 수행됐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보내고 있음이다. 이외의 다른 연구들도 거의 모두 다기관, 다학제적 연구가 아닌 단독 연구들이다.

의사를 양성하는데 있어 우리나 외국이나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특히 우리는 GDP 대비 의사 양성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그 이유는 의사의 75%를 사립 교육기관에서 양성하고, 25%의 의과대학이 정원 40여 명의 소규모라는 문제 때문이다. 교육 여건이 훌륭한 대학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생각보다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열악한 소규모 의학 교육기관만을 늘려 놓은 것이 고비용을 창출한 큰 이유 중 하나다. 

의사의 수급에 관한 일은 주요 선진국에서도 아주 예민하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일정한 원칙과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의사 인력 수급 거버넌스와 추계 방법의 비교 연구(서경화 <보건행정학회지> 2016년)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의사 수요체계의 중요한 고려 점을 '의료서비스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나 '훈련과 생산성에 관한 지표'에 집중하고 있으며 훈련변수로는 유입-유출 모형의 기본 원리를 연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 이용률 패턴의 속성이 포함된 일부 지표'만 이용하고 있다. 

연구자는 미래의 의사 수급에 관해 정확하고 근거 있는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의사 인력에 관한 통계지표 및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정확한 근거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정부 주도로 설치할 것과,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전문가 단체가 참여해 연구의 투명성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보편타당한 추계접근 방법의 개선을 위해 시대변화를 반영하는 전담 조직을 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연구자는 다학제적인 접근을 통한 연구의 효용성을 권장하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의사 수급에 관한 문제는 특정한 연구자들에 의해 특별한 주기로 제기돼 온 경향이 있고, 그 결과 정치 사회적 분위를 타고 새로운 소규모 의과대학이 탄생돼 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부끄러운 우리 과거의 진실이다. 미래 사회는 의사가 부족해서도 안 되지만, 의료의 가수요를 창출할 우려가 있는 고급 인력이 과잉 배출돼서도 안 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 의사 인력의 수요를 예측하는 방법의 객관성, 투명성 그리고 전문적 판단의 근거를 마련할 합리적 기구의 확보가 중요하다. 아울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미래사회의 변화를 엄격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래 우리 사회의 의사 수급을 예측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 우리는 불과 수년 뒤에 제4차 산업혁명의 대격변을 맞이하게 된다. 이 산업혁명은  기대와 우려, 나아가 일부에서는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무서운 일들 중 하나는 인공지능의 출현에 따른 대량 실업의 발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직업별 인공지능 대체율을 예측 발표했는데 의료계의 406개 직종 중에서 일반의사의 인공지능 자동화 대체율이 0.941로 55위라고 발표했다.

즉 인공지능의사로 인해 일반의사는 아주 빠른 시일 내에 실업자가 된다는 말이다. 한 기관의 예측자료라고는 하지만 미래에 필요한 의사의 숫자를 논할 때 인공지능의사의 출현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필수 요건이다. 

둘째는 인구절벽이다. 인구가 줄면 의사도 줄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단군 할아버지 자손의 자부심이 멸실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일 만큼 우리의 인구감소 문제는 현실적으로 심각하다. 생각하기 싫은 이 현상 또한 미래에 필요한 의사 수를 예측할 때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지금까지 일부 학자들이 의사 수급에 있어 가장 큰 근거로 삼았던 인구증가율과 기준도 과연 옳았던 일인지 재평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질병 패턴의 변화와 인간 삶의 질적 형태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매우 힘든 일이지만 의사의 사회적 역할에 있어서 지금까지는 정역적(static) 부분만을 강조해 왔지만,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의사의 기능적 역할을 반드시 고려하는 평가 요소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의 사회, 미래 지향적 사회는 모든 예측과 판단의 기준에 반드시 과학적 근거가 중심을 이루고 있어야 하며, 현학적 곡학아세와 권력형 아집은 사라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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