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것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1일과 22일 양일간 열릴 예정인 법안소위 심사 안건으로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관련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등 11건과 비쟁점 법안들을 상정하기로 17일 결정했다.

이와 관련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유감을 표명하고 강력한 저지 의지를 밝혔다.

김 대변인은 "심히 유감이다. 19대 국회에서 야당과 시민단체가 악법으로 규정해 폐기했던 원격의료 의료법 개정안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부에서 기습적으로 상정시킨 것에 대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의협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원격의료 의료법 국회 통과를 저지할 것이다. 대규모 집회 개최까지 검토할 것"이라며 "향후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법안을 상정시킨 정부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원격의료 의료법 개정안 국회 통과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다수 보건복지위원들이 함께 상정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 심사에 중점을 두고 있어, 원격의료 의료법의 법안소위 통과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원격의료 의료법 개정안 법안소위 상정 결정은 각 정당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의 전략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자유한국당 측은 원격의료 의료법이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었지만 제대로 심사되지 않았고, 20대 국회에서도 정부가 발의한지 9개월이 지났지만 한 번도 심사되지 못한 점을 들어 법안소위 상정을 주장했다.

특히 의료법 상정에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 심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했고, 더불어민주당 측은 부담스러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 논의를 대선 전에 마무리 짓기 위해 의료법 상정에 동의했다.

이런 원격의료 의료법 법안소위 상정 결정 배경과 19대 국회부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보건복지위원들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해당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또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도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논의가 길어지면서 함께 상정된 법안들의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만큼 이틀간의 이번 법안소위 일정 동안 보건복지위원들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 논의를 마무리하고 의료법 개정안 의결 합의까지 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앞서 보건복지부가 원격의료 확대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으로 개정안을 수정했으며, 차기 정권 창출 가능성이 높은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후 원격의료 문제를 재논의하는데 부담을 느껴 집권 전에 처리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의료계의 향후 대응에 이목이 쏠린다.  

이번 법안소위에는 원격의료 의료법,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건보법 개정안 이외에도 건보법 개정안 5건, 건강증진법 개정안 3건, 위생용품관리법안 2건 등이 상정된다.

이중 건강증진법 개정안은 건강증진기금 건강보험 재정 지원을 3년 연장하거나 일몰제를 폐지하자는 것이 골자다.

한편 오는 23일 열리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2월에 발의된 의료법, 건보법, 약사법 개정안 등 총 64건의 벌률안을 상정해 법안소위 회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